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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역사적 첫 비행 성공한 KF-21, 남은 과제는 '경쟁력 확보'

국방과학기술 선진국 상징적 의미…수출지원 및 성능개량에 선제적 투자 필요

2022.07.20(Wed) 18:24:33

[비즈한국] 한 나라의 국방과학기술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섰는지 아는 가장 명확한 방법은 그 나라의 고유한 디자인을 가진 국산 전투기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 관점에서 올해 7월 19일은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선진국 반열에 진입했다는 것을 증명한 날이다.

 

한국형전투기 KF-21(보라매), 사진=대한민국 공군

 

전투기 제작이 방위산업과 국방과학기술의 상징이 된 것은 혼자 타는 기계 중 가장 복잡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투함의 경우 국산 장비를 새로 장착한다고 했을 때, 집 한 채 크기의 공간을 할당해 국산 무장을 장착하거나 국산 레이더를 장착할 수 있다. 우리가 개발한 장비가 문제가 있다면, 미사일 발사대나 레이더를 외국산 부품과 수십 미터 떨어트려 설치하면 그만이다. 전차의 경우 군함보다 훨씬 작고 지상 험지를 움직이니 진동에 조심해야 하지만, 다른 대형 무기체계보다는 구조가 단순하고 고장이 났을 때 사망사고 발생 위험도 적다.

 

하지만 전투기는 비좁은 조종석에 혼자 탄 조종사가 능동 위상배열 레이더(AESA), 전자광학 추적 장비(EO TGP), 레이더 경보기(RWR) 등 수십 가지의 센서 장비를 시속 1000km가 넘는 속도의 비행기에서 고성능 컴퓨터를 사용해 조종사에게 단 하나의 화면에 모든 상황을 표시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다. 전차, 전함과 달리 엔진 고장이 나온다면 즉시 추락사고로 이어지고, 수백억이 넘는 전투기와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조종사의 생명을 잃을 수 있다. 

 

물론 KF-21 사업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은 KF-21 부품 35%가 외국산으로 국산화 비중이 낮다거나, 록히드마틴에게 21개의 설계 기술 및 기술자문을 받은 점을 들어 반쪽짜리 국산화라고 폄하한다. 심지어는 KF-21이 세금 낭비라고 강하게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KF-21은 이름이 만들어지고 실제 비행에 이르기까지 2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 이유는 개발기간이 길었던 것이 아니라 개발을 결정하기 위한 갈등과 논쟁의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2015년까지 십여 차례 이상 타당성 조사, 즉 대한민국이 KF-21 전투기를 만들 기술력과 예산이 적절한지 궁리하는 연구가 진행됐다. 사업이 조금씩 진전될 때마다 반대파들의 공격도 그 수위가 높아졌다.

 

심지어 한 유력 정치인의 경우 KF-21의 체계개발 예산이 처음 통과되자 언론을 향해 ‘대통령이 속고 있다’라는 말까지 했었다. 한국형 전투기 개발에 관련된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 방위사업청, 기업 등이 성공 확률을 부풀려 말하고 리스크는 대통령에게 숨기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미국이 기술이전을 거부한 4개 핵심 구성품도 한때 ‘KF-21 필패의 이유’로 많이 이야기된 주제다. 전투기 핵심 항공전자 장비인 AESA, EO-TGP, IRST, EW system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거부당했기 때문에 국내 기술로 시도하는 KF-21이 성공할 리가 없다는 논리였다.

 

KF-21이 이런 수많은 부정적 여론을 극복하고 첫 비행에 성공한 배경에는 KF-21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사업을 추진한 담당자들의 ‘현실적 추진론’이 있다. 비판론자들의 주장을 단순한 비난으로 치부하지 않고, 기초 기술과 관련 연구를 진행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성공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설득을 지속한 상태에서 KF-21 개발의 밑그림을 그려왔기 때문에 현재 KF-21은 체계개발 이후 중요 개발 일정을 정확히 지키고, 예산 또한 성공적으로 관리했다. 과도한 목표나 불확실성 높은 시도로 일정과 비용이 폭증했던 다른 나라의 4세대 전투기 개발사업과 우리 KF-21 보라매가 구분되는 가장 중요한 차별점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첫 비행을 시작한 KF-21의 앞에 놓인 숙제는 지금까지 해결한 문제보다 더욱 어렵고 복잡한 것이 사실이다. 수출 경쟁력을 위해 기존 4. 5세대 전투기보다 저렴한 가격과 운용 유지비를 갖추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국제정치적 위상이 우리보다 뛰어난 유럽 열강들의 전투기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KF-21만의 확실한 차별점이 필요하다. 제도적으로는 KF-21 잠재 고객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시험평가를 제공하기 위한 ‘해외 시험평가 지원조직’ 과 ‘해외 상설 금융지원 프로그램’ 등 보라매 전투기의 원활한 수출 지원책이 필요하다.

 

보라매 전투기의 자체 성능도 수출 경쟁력에 중요하다. 현재 세계 전투기 시장은 5세대 전투기인 F-35뿐만 아니라 4세대 전투기의 수출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유럽과 일본 등이 6세대 전투기를 개발 중이지만 과도한 개발비용 문제, 2억 달러 이상의 높은 가격 등으로 2040년 이후에나 첫 비행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저렴한 유지비용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한국 공군의 기본 사양과 최대한 공통화한 4.5세대 KF-21 보라매를 제안하고, 한국 공군이 구매 및 장착할 추가 무장을 보라매 수출국가와 공동구매하거나 면허 생산을 제공하여 수출국의 방위산업을 지원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KF-21의 첫 비행은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위대한 성과다. 하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인 2200회의 무사 시험비행과 수출 성공이라는 무척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야말로 미지의 영역인 국산 전투기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금까지처럼 강력한 의지와 꿈을 뒷받침하는 냉철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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