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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3번째 상장 도전 실패…어피니티와의 주식 가치 논쟁 '무한 루프' 빠지나

상장 후 시장 가격 나와야 풋옵션 해소 가능…풋옵션 해소 안 되니 상장 불가

2022.07.19(Tue) 16:58:35

[비즈한국] 교보생명이 한국거래소의 상장공시위원회의 기업공개(IPO) 예비상장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예비심사 미승인의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2대 주주인 어피니티컨소시엄과의 갈등을 주요 이유로 보고 있다. 교보생명과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예비상장심사 문턱을 넘지 못한 이유를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어 갈등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교보생명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위원회는 8일 교보생명의 상장 미승인 결정을 내렸다. 교보생명이 이번 기업공개 예비상장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입성을 위한 3번째 도전이 무산됐다. 교보생명은 곧바로 구체적인 일정과 전략을 수립해 다시 한 번 도전하겠다는 입장이다. 

 

교보생명은 “어피니티의 방해로 상장이 무산됐다”고 주장하고 있고, 어피니티는 “IPO 무산의 모든 잘못과 책임은 계약을 위반한 신창재 회장에게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둘의 갈등의 골이 깊어진 이유는 교보생명 주식가치 산정과 관련 있다. 

 

2012년 어피니티는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24%를 1주당 24만 5000원, 총 1조 2054억 원에 인수하며 신창재 회장과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이 포함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내용은 2015년 9월 내 교보생명을 상장하지 못하면 어피니티 지분 24%를 신창재 회장이 되사야 한다는 것.

 

2015년 교보생명은 상장을 추진하다가 시장 침체 등의 이유로 무산됐고, 2018년 말 다시 한 번 상장을 추진했으나 어피니티가 풋옵션을 행사하며 분쟁으로 이어졌다. 2018년 10월 어피니티는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을 통해 적정 주가를 40만 9912원으로 산정해 2조 원이 넘는 금액을 풋옵션으로 행사했고, 신창재 회장은 지나치게 높은 산정 금액에 반발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 2019년 3월 어피니티는 국제상업회의소(ICC)에 풋옵션 의무 이행과 관련한 중재를 신청했다. 뿐만 아니라 신창재 회장의 자택과 급여, 교보생명 지분 등을 가압류하며 풋옵션 이행을 요구했다.

 

2021년 9월 ICC는 “어피니티의 풋옵션 권리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딜로이트안진이 평가한 풋옵션 행사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해 신창재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어피니티는 “풋옵션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해석해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이후 법원은 어피니티의 풋옵션 이행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며 신창재 회장과 관련한 가압류가 취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어피니티가 다시금 신창재 회장의 성북동 자택에 대해 가압류 결정을 얻어내기도 했다. 

 

판결을 내린 서울북부지법 재판부는 △풋옵션 행사가 유효한 점 △신창재 회장이 이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점 △향후 2차 중재를 통해 풋옵션 대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점에서 장래 발생할 매매대금채권의 집행을 확보하기 위해 가압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분쟁의 요소가 여전히 남은 셈이다.

 

어피니티는 상장보다 풋옵션을 통한 자금 회수를 바라고 있으며 교보생명은 상장을 통한 시장가격으로 주식 가격을 산정하길 원해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처럼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보생명은 3번째 IPO를 추진했다. 결국 한국거래소는 예비 심사 미승인을 결정하게 됐다.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사진=비즈한국 DB

 

예비심사 미승인 이후 교보생명은 15일 “어피니티의 방해로 상장이 무산됐다. 상장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겠다. 기준금리 상승 등으로 상장 적기를 맞은 상황에 2대 주주인 어피니티가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어피니티는 이에 “IPO 여부와 상관없이 신창재 회장이 주주간 계약에 따라 주식을 매수할 법적 의무가 있다. 계약을 준수한다면 분쟁은 종결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주식 가격 산정과 관련해 양측이 첨예하게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어 업계에서는 의견이 좁혀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교보생명의 기업가치를 3조 원 정도로 평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IPO 한파가 이어지고 있어, 신창재 회장은 IPO를 통해 주식 가격을 산정하고 싶어할 것이다. 반면 어피니티는 어떻게든 풋옵션을 통해 투자 회수를 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둘의 의견 차이를 좁히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잡음이 있는 한 교보생명의 IPO 입성은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피니티는 2월 28일 ICC에 2차 중재를 신청했는데, ICC가 단심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중재 신청을 받아들일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정동민 기자

workhard@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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