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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천문학자가 풀어주는 '제임스 웹' 첫 관측 이미지의 비밀

'예쁜' 사진에 담긴 천체와 그 의미, 그리고 우리가 알아야 할 것

2022.07.18(Mon) 10:33:47

[비즈한국] 드디어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촬영한 첫 컬러 이미지와 관측 데이터가 공개되었다. 그런데 잠깐! 과연 당신은 이 멋진 이미지들을 제대로 즐기고 있는가? 알록달록하고 아름답다, 허블보다 더 선명하다, 이런 사진 자체에 대한 표면적인 감상평들이 쭉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사진은 망원경이 관측한 숫자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멋지게 가공한 예쁜 그림, 비주얼라이제이션의 결과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들이 망원경을 그저 예쁜 우주 사진을 찍는 성능 좋은 카메라 정도로 인식한다. 하지만 망원경의 진짜 목적은 단순히 예쁜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다. 그 사진을 완성하게 해주는, 망원경이 관측하는 다양한 데이터! 바로 그 데이터가 진정한 본질이다. 천문학자들은 멋진 사진뿐 아니라 망원경이 보내온 소중한 데이터, 복잡하고 다양한 수치로 가득한 데이터를 열어보는 순간 진정한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설마 천문학자들이 예쁜 스마트폰 배경화면용 사진 몇 장 더 찍겠다고 수조 원짜리 망원경을 우주로 올렸을까? 

 

그렇다면 이번에 발표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첫 관측 데이터 꾸러미 안에는 어떤 비밀이 담겨 있을까? 제임스 웹이 보낸 이 감동적인 선물을 독자들이 더 알차게 즐길 수 있도록, 제임스 웹 갤러리의 도슨트가 되어 안내를 시작한다!

 

제임스 웹이 공개한 첫 관측 사진에 담긴 중요한 의미를 낱낱이 파헤쳐본다.

 

#제임스 웹 첫 번째 딥필드 이미지의 주인공은 따로 있다?

 

제임스 웹은 날치자리 방향으로 약 46억 광년 거리에 떨어진 은하단 SMACS J0723.3-7327 쪽을 바라보며 찍은 첫 번째 딥 필드 이미지를 공개했다. 사실 이 사진은 아주 재밌는 사진이다. 제임스 웹이 바라본 대상이 은하단 SMACS J0723.3-7327이지만, 사진에 담고자 한 주인공은 그 은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은하단보다 훨씬 먼 거리에 숨어 있는 배경 은하가 진짜 주인공이다. 

 

은하단 SMACS J0723.3-7327 쪽 하늘을 담은 제임스 웹의 첫 딥필드 이미지. 이미지=NASA, ESA, CSA, STScI

 

많은 암흑 물질과 여러 은하를 품고 있는 거대한 은하단은 그 거대한 질량으로 주변 시공간을 왜곡한다. 그래서 은하단보다 더 멀리 떨어진 머나먼 배경 은하들의 빛이 그 주변 왜곡된 시공간을 지날 때 빛의 경로가 휘게 된다. 은하단의 중력 자체가 마치 주변 빛의 경로를 꺾고 휘게 하는 렌즈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래서 이러한 현상을 중력 렌즈라고 부른다. 마치 볼록 렌즈가 빛을 한데 모아 더 밝게 만드는 것처럼, 중력 렌즈를 겪은 먼 배경 은하의 빛도 실제보다 훨씬 더 밝게 증폭된다. 그 덕분에 원래는 너무 멀어서 볼 수 없었을 초기 우주의 먼 배경 은하들이 길게 일그러지고 더 밝게 증폭된 모습으로 관측된다! 

 

마침 제임스 웹이 활동을 시작하기 바로 직전, 은퇴를 앞둔 허블 망원경이 새롭게 포착한, 역대 가장 먼 거리에서 발견된 단일 별 ‘에렌델’이 있다. 초기 우주의 새벽을 비추고 있는 ‘에렌델’ 역시 우연히 벌어진 극단적인 중력 렌즈 효과 덕분에 아주 길게 일그러진 모습으로 겨우 발견되었다. 

 

허블 망원경의 이미지를 샅샅이 분석한 끝에 발견된 에렌델과 그 모은하. 사진 속 길게 왜곡된 붉은 천체가 에렌델을 품고 있는 모은하의 중력 렌즈 이미지다. 이미지=NASA, ESA

 

앞서 허블 망원경도 은하단 SMACS J0723.3-7327 쪽을 관측한 적이 있다. 하지만 허블이 관측한 사진에선 중력 렌즈 효과로 만들어진 배경 은하의 허상 몇 개만 겨우 보일 뿐, 그다지 많은 중력 렌즈 이미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 똑같은 곳을 제임스 웹이 바라본 결과, 허블조차 보지 못한 수천 개의 수많은 배경 은하들의 허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참고로 이 사진에 담긴 전체 영역은 쭉 뻗은 팔 끝에 놓인 모래알갱이 하나로 겨우 가려지는 정말 작은 조각 하늘에 불과하다. 모래알 하나로 겨우 가릴 수 있는 그 작은 하늘에서 초기 우주 은하 수천 개의 허상을 담아냈다! 

 

나 역시 그간 허블 망원경의 관측 사진들을 통해서 중력 렌즈 이미지 자체는 오래전부터 봤다. 하지만 이번 제임스 웹 딥 필드처럼 사진 가득 이렇게나 많은 중력 렌즈 이미지들이 채워진 모습은 보지 못했다. 정말 경이로운 결과라 할 수 있다. 특히 제임스 웹은 허블이 관측했던 가시광선보다 훨씬 파장이 긴 적외선 영역을 관측하기 때문에, 우주 팽창과 함께 더 긴 파장의 빛으로 길게 늘어진 머나먼 초기 우주 속 은하들의 이미지를 이렇게 선명하게 담을 수 있었다. 

 

허블 망원경으로 포착했던 ‘녹아내린 아인슈타인의 고리’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한 은하의 중력 렌즈 이미지. AUTHOR: Anastasio Díaz-Sánchez (Universidad Politécnica de Cartagena), IMAGE: Saurabh Jha(Rutgers, The State University of New Jersey), ACKNOWLEDGMENT: Leo Shatz

 

게다가 허블의 경우, 이런 아주 먼 은하들은 그저 흐릿한 얼룩의 모습으로만 관측했다. 반면 제임스 웹이 찍은 먼 배경 은하의 중력 렌즈 이미지를 보면 희미하게나마 은하 주변의 나선팔도 볼 수 있다. 또 은하 내부에서 별들이 왕성하게 태어나는 성단과 별 탄생 지역들이 밝은 점의 모습으로 은하 이미지 위에 곳곳에 찍힌 것까지 확인할 수 있다! 

 

사진에 담긴 중력 렌즈 이미지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각 배경 은하의 실제 거리를 알 수 있다. 특히 제임스 웹이 관측하는 파장 범위에서는 이온화된 수소와 산소 원자에서 방출되는 특정한 파장의 빛을 담을 수 있다. 우리는 실험실에서 정지해 있을 때 수소와 산소가 각각 어떤 파장에서 빛을 방출하는지 알고 있다. 이를 통해 제임스 웹으로 관측한 각 은하 이미지의 스펙트럼을 비교하면, 각 은하의 빛 파장이 얼마나 길게 늘어진 것인지 알 수 있다. 

 

몇 가지 공개된 예시를 살펴보면 113억 년 전의 은하부터 126억 년 전, 130억 년 전, 131억 년 전의 은하까지 다양한 범위에 걸쳐 먼 우주에 숨어 있던 은하들의 거리를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NASA, ESA, CSA, STScI

 

허블이 발견한 역대 가장 먼 은하, 134억 년 전의 GN z11과 연이어 새롭게 발견된 또 다른 역대 가장 먼 은하 후보, 135억 년 전의 HD1의 기록은 아직 넘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서 이 기록은 곧 깨질 것이다. 제임스 웹은 겨우 12.5시간 동안 빛을 모아서 이 놀라운 첫 딥필드 이미지를 얻었다. 만약 허블 망원경으로 이에 버금가는 사진을 찍으려면 거의 열흘 가까이 관측을 진행해야 한다. 제임스 웹은 불과 반나절 만에 허블이 발견한 신기록에 거의 다다르는 131억 년 전의 은하 모습까지 담았다! 

 

#별이 태어나고 죽는, 탄생과 죽음이 공존하는 찬란한 순간 

 

우주의 모든 별은 가스 구름에서 태어나고, 다시 가스 구름이 되어 죽는다. 제임스 웹은 이 찬란한 탄생과 죽음의 순간도 포착했다. 우선 별들이 태어나는 아름다운 별 탄생 지역, 7600광년 거리에 떨어진 용골 성운을 포착했다.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조금 긴 근적외선으로 바라본 덕분에 갓 태어난 아기 별을 에워싸고 있는 가스 먼지 구름을 꿰뚫고 그 속에서 반죽되고 있는 어린 별들의 탄생 현장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또 파장이 좀 더 긴 근/중적외선으로 관측하면 이렇게 방금 태어난 뜨겁고 어린 별들의 자외선 별빛을 받아서 그 주변에서 달궈진 먼지 구름 자체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똑같은 영역을 허블 망원경으로 찍었을 때와 비교하면 확연하게 더 많은 어린 별들의 존재가 선명하게 보인다. 

 

근적외선으로 관측한 용골 성운의 먼지 산맥의 선명한 모습. 이미지=NASA, ESA, CSA, STScI

 
같은 영역을 좀 더 파장이 긴 중적외선으로 함께 관측한 모습. 이미지=NASA, ESA, CSA, STScI

 

특히 용골 성운 속 길게 이어진 먼지 구름의 산맥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높은 밀도로 반죽된 먼지 덩어리 중심에서 방금 태어난 아기 별이 양 방향으로 제트를 내뿜으며 생애 첫 에너지를 토해내는 아름다운 현장도 확인할 수 있다. 또 새로 태어난 아기 별의 강력한 항성풍으로 인해 그 주변 성간 먼지 구름이 둥글게 불려나가는 충격파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새롭게 태어난 아기 별이 양쪽 방향으로 제트를 뿜어내는 현장, 허빅-아로 천체들의 모습이다! 

 

갓 태어난 아기 별이 양쪽 방향으로 에너지 제트를 토하고 있는 대표적인 허빅-아로 천체 중 하나인 HH24를 허블 망원경으로 관측한 모습을 표현한 그림. 이미지=ESA/Hubble & NASA, D. Padgett(GSFC), T. Megeath(University of Toledo), and B. Reipurth(University of Hawaii)

 

이와 함께 별이 죽는 현장도 포착했다. 바로 2000광년 정도 떨어진 남쪽 고리 성운(팔렬 성운)이다. 이곳은 우리 태양 정도 되는 별이 오래전 죽고 남긴 현장이다. 별의 핵융합 연료가 모두 고갈되고 별 내부는 붕괴한다. 그 반동으로 인해 외곽층을 이루던 물질은 빠르게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외곽층이 벗겨져 날아가면서 동시에 별 중심에 붕괴된 잔해, 뜨겁고 작은 별의 씨앗이 들어난다. 바로 백색왜성이다. 

 

제임스 웹으로 관측한 남쪽 고리 성운의 아름다운 모습. 가운데 밝게 빛나는 흰 별은 백색왜성이 아니라 그와 함께 붙어 있는 다른 동반성이다. 이미지=NASA, ESA, CSA, STScI

 

제임스 웹은 적외선으로 이곳을 바라보며, 죽어가는 별을 감싸고 있는 가스 구름을 꿰뚫고 그 내부를 들여다봤다. 그리고 성운의 먼지 구름 속에 숨어서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는 백색왜성의 모습을 드디어 선명하게 확인했다. 사진 속 주황색으로 빛나는 희미한 별이 바로 백색왜성이다. 게다가 더욱 재밌는 사실은 이번 관측을 통해 이 백색왜성이 사실 동반성과 함께 짝을 이뤄 돌고 있는 쌍성임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주황색의 희미한 백색왜성 바로 옆에 더 밝게 빛나는 하얀 점이 찍혀 있다. 이 별은 아직 연료가 모두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도 열심히 수소와 헬륨 연료를 태우며 핵융합을 이어가고 있는 한창인 별이다. 

 

중적외선으로 동일한 성운을 촬영한 사진. 성운 중심의 백색왜성은 주황색 점으로 찍혀 있다. 그 옆에 동반성이 흰 점으로 함께 찍혀 있다. 성운을 만든 별이 쌍성이었다는 것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NASA, ESA, CSA, STScI

 

이 별들이 쌍성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덕분에, 오랫동안 미스터리로 남아 있던 이 남쪽 고리 성운의 독특하고 화려한 모습을 속 시원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보통 단일 별 혼자서 가스 층을 불어내면 단순히 둥근 공 모양의 형태로 가스 거품을 불어내야 한다. 그런데 남쪽 고리 성운은 약간 찌그러진 형태이며, 둥글게 휘감긴 나선 형태의 충격파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성운 중심의 백색왜성이 혼자 있던 것이 아니라, 동반성과 함께 서로의 곁을 빙글빙글 돌면서 가스 층을 내보냈기 때문이다! 

 

이번에 관측한 남쪽 고리 성운 중심의 별처럼, 쌍성이 함께 궤도를 돌면서 주변에 복잡한 행성상 성운을 만들고 있는 용골자리 에타 별의 진화 과정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한 가지, 이 사진을 해석할 때 조심할 것이 있다. 언론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남쪽 고리 성운의 알록달록한 근적외선 사진 속에서 밝게 빛나는 하얀 점이 이 성운을 만든 백색왜성이라고 이야기한다. 겉모습에 낚여서 그렇다. 밝은 하얀 점은 백색왜성이 아니라 그 옆에 함께 붙어 있는 동반성이다. 백색왜성은 그 왼쪽에 숨어 있는 희미한 주황색 점이다. 백색왜성은 서서히 죽어가는 별이기 때문에 훨씬 어둡고, 또 계속 가스를 내뿜고 있어서 가스 구름 속에 쉽게 가려진다. 반면 그 옆에서 아직 활발하게 핵융합을 하고 있는 별은 훨씬 뜨겁고 밝게 보인다. 즉 주황색 별이 실제 백색왜성, 그 옆에 더 밝은 별은 아직 한창 타고 있는 동반성이다. 헷갈리지 말자. 

 

#은하들이 충돌하는 현장   

 

사실 내 눈을 가장 사로잡은 것은 은하 다섯 개가 함께 바글바글하게 모여있는 것으로 유명한, 일명 ‘스테판의 오중주’ 사진이다. 아무래도 내가 연구하는 분야가 은하들의 상호작용과 충돌이기 때문일 듯하다. 

 

이곳은 은하들의 오중주라고 불리지만, 사실 스파이가 하나 숨어 있다. 은하 다섯 개 중에서 NGC 7320은 다른 나머지 네 개(NGC 7317, NGC 7318A, NGC 7318B, NGC 7319)와 전혀 상관없이 훨씬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은하다. 그냥 우연히 비슷한 방향에서 겹쳐 보여서 다섯 개 전부가 다 한데 모여 있는 듯 착시를 일으켰을 뿐이다. 우리를 속이고 있는 NGC 7320는 약 4000만 광년 거리에 있는 반면, 나머지 네 개는 모두 2억 9000만 광년 정도 거리에서 함께 충돌 중이다. 따라서 정확히 말하면 이곳은 오중주가 아니라 ‘사중주+사기꾼 하나’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제임스 웹을 통해 근적외선으로 관측한 ‘스테판의 오중주’ 은하들의 아름다운 모습. 충돌 중인 은하를 연결하고 있는 붉게 표현된 먼지 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NASA, ESA, CSA, STScI

 

제임스 웹이 촬영한 이 은하들의 모습을 보면, 은하 사이사이에 길게 흐르는 가스 먼지의 흐름을 볼 수 있다. 특히 같은 거리에 놓인 네 은하들 중에서 가깝게 모여 있는 세 은하들끼리 먼지 띠로 아름답게 휘감겨 있다. 반면 훨씬 아래 쪽에 동떨어져 있는 비교적 작은 은하 NGC 7317은 먼지 띠로 함께 연결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실제로 이곳에서 활발하게 충돌 중인 은하는 위의 세 개이고, 나머지 아래 하나는 아직은 충돌에 합류하지 않은 깍두기 은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테판의 오중주를 중적외선으로 관측한 결과. 중심에 활동 중인 블랙홀을 품고 있는 은하들은 그 중심이 훨씬 밝게 빛나고 있다. 이미지=NASA, ESA, CSA, STScI

 

게다가 가장 위에서 보이는 막대나선 은하 NGC 7319는 은하 중심부가 굉장히 밝게 빛난다. 그 중심에서 수직으로 붉게 표현된 긴 먼지 띠가 뿜어져 나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은하 한가운데에 태양 질량의 2400만 배나 되는 엄청난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중심의 블랙홀에서 막대한 에너지와 물질을 토해내는 흔적이다! 

 

그 아래 가장 가까이 서로 맞붙어 있는 두 은하 NGC 7318A, NGC 7318B도 보면 굉장히 그 은하 중심이 밝게 빛나고 있다. 이 역시 한창 활발하게 은하 두 개가 충돌하면서, 각자가 품고 있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을 향해 상대방에게서 뺏어온 막대한 물질이 빨려들어가면서 강한 에너지가 방출되고 있다는 뜻이다. 아마 초기 우주의 퀘이사 역시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졌을 거라 추정할 수 있다. 

 

은하 NGC 7317 중심부의 수소 분자 분포를 촬영한 지도를 보면 가운데 검은 구멍을 에워싸고 있는 도넛 모양의 분포를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NASA, ESA, CSA, STScI


특히 스테판의 오중주 관측 데이터에서 가장 충격적인 건, 가장 위쪽의 막대 나선 은하 NGC 7319를 다양한 적외선 파장 대역에 걸쳐 촬영한 결과다. 수소 분자와 수소 원자, 이온화된 철 등 은하 중심의 블랙홀 바로 곁에서 빠르게 분출되고 회전하고 있는 가스 구름 성분의 존재를 선명하게 확인한 것이다! 특히 수소 분자의 흔적을 찍은 사진을 보면 한가운데 검은 구멍을 에워싼 도넛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블랙홀 주변 수소 분자를 머금은 먼지 입자들이 빠르게 맴돌면서 뜨겁게 달궈지고 있는 강착 원반의 흔적을 촬영한 것이다! 게다가 각 성분의 스펙트럼 파장이 더 짧아지는지 길어지는지를 비교해서 이 가스 원반에서 어디가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쪽으로 도는지, 어디가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쪽으로 도는지 강착 원반의 회전 방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 

 

현재 NGC 7319 중심의 초거대 질량 블랙홀 주변 수소 분자를 머금은 먼지 원반은 약 200Km/s의 빠른 속도로 그 주변을 돌고 있다. 세상에… 단 한 장의 이미지로 수억 광년 거리에 떨어진 은하 중심의 블랙홀의 모습까지, 또 인접한 다른 은하들에게서 물질을 빼앗아 먹고 있는 생생한 모습까지 볼 수 있다니. 정말 감동적이지 않은가!

 

2020년 공개된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 블랙홀 주변에 밝은 빛의 고리가 보인다. 참고로 이번 제임스 웹의 수소 분자 지도에 촬영된 도넛 모양 형체는 이 사진 속 빛의 고리와는 다르다. 제임스 웹 사진에 담긴 도넛 형태는 블랙홀 주변 빛의 고리보다 훨씬 더 큰 스케일인 강착 원반 흔적을 담은 것이다. 헷갈리지 말자. 이미지=EHT Collaboration

 

#구름이 없는 가스 행성? 

 

제임스 웹은 이런 아름다운 컬러 이미지뿐 아니라 첫 번째 외계행성의 스펙트럼도 공개했다. 앞서 2013년 천문학자들은 봉황자리 방향으로 약 1150 광년 거리에 떨어진 곳에서 새로운 외계행성 WASP-96b를 발견했다. 이 외계행성은 80억 살 정도 된 태양과 비슷한 별 바로 곁에 바짝 붙어서 겨우 3.4일의 아주 짧은 주기로 맴돌고 있다. 별에 너무 가까이 붙어서 이 외계행성은 거의 1000도를 넘는 뜨거운 온도로 달궈져 있다. 질량은 겨우 목성의 절반 수준이지만 전체 지름은 목성의 1.2배 정도로 더 크다. 목성보다 훨씬 밀도가 가벼운, 토성과 같은 가스 행성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WASP-96b를 뜨거운 토성형 행성으로 분류한다. 

 

얼핏 그냥 흔하게 볼 수 있는 가스 덩어리 외계행성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우리가 진짜 찾고 싶은 외계 생명체를 기대하긴 어려운 곳이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길래, 제임스 웹은 첫 번째 외계행성으로 이곳을 고른 걸까? 

 

중심 별에 바짝 붙어 궤도를 돌고 있는 가스형 외계행성의 모습을 표현한 그림. 이미지=NASA


그 배경을 알기 위해선 2018년 발표된 네이처 논문의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초거대 지상 망원경 VLT를 통해서 이 외계행성이 중심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갈 때, 외계행성의 대기권을 통과한 별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했다. (이번 제임스 웹이 외계행성의 대기 성분을 파악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우리 태양계에 있는 목성, 토성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보통 거대한 가스 행성들은 두꺼운 구름층으로 표면이 전부 덮여 있다. 그런데 이런 두꺼운 구름과 안개층은 나트륨, 칼륨과 같은 알칼리 금속 성분에서 나오는 흔적을 모두 흡수해버린다. 그래서 그간 발견된 거의 모든 가스형 외계행성에선 나트륨의 흔적이 강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당시 관측 결과에 따르면, WASP-96b는 굉장히 뚜렷한 나트륨의 존재를 보여주었다! 이것은 이 가스 행성이 두꺼운 구름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구름이 없는 세계라는 것을 의미한다! 아니! 어떻게 거대 가스 행성에 구름이 하나도 없을 수 있을까? 그저 펑퍼짐하게 퍼진 옅은 가스들만 가라앉아, 구름도 소용돌이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가능할까?

 

이 때문에 WASP-96b는 미스터리한 외계행성으로 남아 있었다. 게다가 마침 제임스 웹에게 WASP-96b는 아주 좋은 관측 타깃이 된다. 다행히 그 주변 하늘에 관측을 방해하는 밝은 별이 거의 없다. 또 중심 별 바로 앞에 바짝 붙어서 3.4일밖에 안 되는 아주 짧은 주기로 금방금방 계속 별 주변을 맴돌기 때문에,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금방 외계행성의 대기권이 별 앞을 가리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제임스 웹은 겨우 6.4시간 관측을 해서 이번 WASP-96b의 스펙트럼을 얻었다. 그리고 제임스 웹은 앞서 제시된 기존의 ‘구름 실종’ 미스터리를 허무하게 해결해버렸다. 

 

이번 제임스 웹이 발표한 외계행성 WASP-96b의 적외선 영역 스펙트럼 분석 결과, 뚜렷한 물 분자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이미지=NASA, ESA, CSA, STScI

 

제임스 웹은 0.6~2.8µm 사이의 적외선 영역에서 스펙트럼을 관측한다. 이 범위는 딱 물 분자가 흡수하는 빛의 파장을 포함한다. 그리고 제임스 웹은 WASP-96b의 대기권에서 아주 선명한 물 분자의 존재를 확인했다. 지나치게 뜨겁게 달궈졌을 이 외계행성의 상태를 고려하면, 검출된 물 분자는 액체 바다가 아니라 모두 증발한 수증기 상태라고 추정할 수 있다. 구름이 아예 존재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이 외계행성엔 사실 뜨겁게 달궈진 수증기 구름과 안개들이 가득했던 것이다. 그저 기존의 망원경 성능이 부족해서, 숨어 있는 구름의 존재를 미처 확인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똑같이 적외선 영역을 관측하는 두 우주 망원경 스피처와 제임스 웹의 분해능을 비교한 그래프. 파란선이 스피처, 빨간선이 제임스 웹의 결과다.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스피처에 비해 제임스 웹의 분해능이 월등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NASA, ESA, CSA, STScI

 

이번 제임스 웹이 기존 망원경들에 비해서 얼마나 더 선명한 스펙트럼을 찍을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비교해보면 정말 충격적이다. 예를 들어 제임스 웹처럼 적외선 영역을 관측한 스피처 우주 망원경과 비교하면, 비교가 민망할 정도로 압도적인 스펙트럼의 분해능을 보여준다. 이처럼 너무나 투박한 분해능으로 인해 스피처는 확인도 할 수 없었던 다양한 화학 성분의 존재까지 제임스 웹은 깨끗하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 외계행성 자체는 지구와는 전혀 다른, 말도 안 되게 뜨거운 가스 덩어리 행성이기 때문에 설령 이곳에 물 분자가 있다 하더라도 생명체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하지만 제임스 웹은 앞으로 더 다양하고 흥미로운 외계행성들을 쭉 살펴볼 예정이다. WASP-96b 관측은 앞으로 이어질 더 흥미로운, 생명체까지 기대해볼 수 있는 진짜 타깃을 관측하기 앞서 제임스 웹의 성능을 점검한 테스트 관측의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예정된 다음 관측 타깃 중엔 가장 유명한, 별 하나 주변에 생명을 기대할 수 있는 외계행성이 무려 4개나 돌고 있는 트라피스트-1 행성계도 포함된다. 제임스 웹은 기존 관측에서 놓친, 외계행성들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낼까? 

 

#마지막 핵심 포인트 네 가지 정리 

 

이번에 공개된 제임스 웹의 첫 관측 데이터의 중요한 특징,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 네 가지를 마지막으로 정리했다.  

 

1) 제임스 웹의 성능이 워낙 좋다보니, 모든 사진에는 수많은 먼 배경 은하들이 항상 함께 담겨 있다. 앞서 보여준 용골 성운, 남쪽 고리 성운, 또 스테판의 오중주 등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놓인 천체를 담은 사진을 다시 살펴보자. 재밌게도 타깃 천체뿐 아니라 그 주변 배경 곳곳에 숨어 있는 수많은 배경 은하들도 확인할 수 있다. 어느 방향의 하늘을 보건 우린 항상 어둠 속에 숨어 있는 어떤 머나먼 은하를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야말로 제임스 웹의 놀라운 성능을 보여준다. 

 

2) 제임스 웹이 찍은 여러 사진에서 사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아주 밝게 빛나는 별이다. 이 밝은 별은 우리 은하에 속한 가까운 별이다. 제임스 웹 사진에 찍힌 밝은 별들은 모두 똑같이 여섯 갈래로 뻗어나가는 회절 잔상 무늬를 보여준다. 이는 육각형 모양의 조각 거울로 이루어진 제임스 웹 주경의 독특한 모양으로 인해서 만들어지는 어쩔 수 없는 회절 잔상이다. 제임스 웹과 전혀 다른 단순한 둥근 원 모양의 거울을 갖고 있던 허블의 경우, 단순히 네 갈래로 뻗어나가는 전혀 다른 모양의 회절 무늬를 볼 수 있다. 제임스 웹이 찍게 될 모든 사진 속에서 지나치게 밝은 광원들은 전부 여섯 갈래로 뻗어나가는 독특한 회절 무늬를 그리게 될 것이다. 이러한 여섯 갈래의 빛 잔상은 제임스 웹이 찍은 모든 사진에만 남게 되는 일종의 아이덴티티, 낙관이라고 볼 수 있겠다.

 

3) NASA가 발표한 이번 제임스 웹의 다섯 가지 관측 데이터에서 가장 충격적인 건, 이 다섯 가지의 관측이 모두 이뤄지는 데 걸린 총 시간이 겨우 4일밖에 안 된다는 점이다. 며칠 전 공개된 이 놀라운 이미지와 데이터가 충격적이었는가? 제임스 웹은 이제 그런 충격을 매주 선사하게 될 것이다. 말 그대로 이제 우리는 제임스 웹의 시대를 살게 되었다. 

 

제임스 웹과 함께 시작될 새로운 우주 시대를 기대한다. 이번 제임스 웹은 앞선 망원경들의 길잡이를 따라 관측을 이어갔지만, 머지않아 다음 망원경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주는 또 다른 선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사진=ESA/NASA

 

4) 이렇게나 빠르게 제임스 웹이 멋진 데이터를 관측할 수 있었던 것은 어디를 봐야 할지를 미리 알고 있었던 덕분이다. 앞서 수많은 지상 관측과 허블, 스피처, 케플러 등 다양한 우주 망원경들의 활약 덕분에 우리는 이미 어떤 곳을 봐야 할지, 천문학적으로 중요한 타깃의 리스트를 이미 확보해놓았다. 그 덕분에 제임스 웹은 맨 땅에 헤딩하듯 막연하게 우주 전체를 샅샅이 뒤지는 것이 아니라, 앞서 선배 망원경들이 남긴 놀라운 유훈을 길잡이 삼아 이렇게 빠르고 효율적인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이 아름다운 사진들과 놀라운 데이터는 단순히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만의 성과라 할 수 없다. 그보다 앞서 멋진 길잡이를 제시해준 수많은 선배 망원경들로부터 이어진 현대 천문학 100년의 성과라 해야 할 것이다. 

 

참고 

https://archive.stsci.edu/prepds/relics/color_images/smacs0723-73.html

https://arxiv.org/pdf/2207.05007.pdf

https://webbtelescope.org/contents/media/images/2022/015/01FY71QV5K57XMV95C90MNX3QB?page=3&filterUUID=91dfa083-c258-4f9f-bef1-8f40c26f4c97

https://webbtelescope.org/contents/media/images/2022/035/01G7DDDR3P8ZW10HD8MKXGV8MJ?page=2&filterUUID=91dfa083-c258-4f9f-bef1-8f40c26f4c97

https://webbtelescope.org/contents/media/images/2022/031/01G780WF1VRADDSD5MDNDRKAGY?page=1&filterUUID=91dfa083-c258-4f9f-bef1-8f40c26f4c97

https://webbtelescope.org/contents/media/images/2022/031/01G77PKB8NKR7S8Z6HBXMYATGJ?page=1&filterUUID=91dfa083-c258-4f9f-bef1-8f40c26f4c97

https://webbtelescope.org/contents/media/images/2022/034/01G7FJFCNKGARKRFM13FWQ881E?page=1&filterUUID=91dfa083-c258-4f9f-bef1-8f40c26f4c97

https://webbtelescope.org/contents/media/images/2022/034/01G7DA5ADA2WDSK1JJPQ0PTG4A

https://webbtelescope.org/contents/media/images/2022/034/01G7DBCJA1M1SSGKDMH7F5XMBE

https://webbtelescope.org/contents/media/images/2022/032/01G72VSFW756JW5SXWV1HYMQK4?page=2&filterUUID=91dfa083-c258-4f9f-bef1-8f40c26f4c97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18-0101-7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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