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은행이 13일 사상 처음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했다. 4월과 5월에 이어 7월까지 3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는데 이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한은의 이러한 전례 없는 속도의 기준금리 인상만큼 정부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정부는 공공부문 자산 매각·처분과 함께 공무원 정원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등 긴축 재정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한 확장적 재정·통화정책 흐름을 180도 돌려놓는 것이다. 이러한 재정·통화정책 변화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정책이 정부·공공기관 정원 관리에만 집중할 경우 최근 둔화되는 청년들의 일자리 사정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통화 긴축에 들어간 한은과 마찬가지로 정부도 재정 지출의 끈을 조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충북대학교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등 모든 국무위원들이 모두 참석하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예산만 투입하면 저절로 경제가 성장하고 민생이 나아질 것이라는 그런 재정만능주의 확산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며 “정부부터 솔선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위해 공공기관 자산 매각 등 공기업의 개혁과 함께 공무원 정원 관리를 예고했다. 윤 대통령이 정부와 공공기관부터 지출을 줄일 것을 요구하면서 그동안 문재인 정부에서 대폭 늘어났던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수가 윤석열 정부 기간에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 부처 자료에 따르면 정부 공무원 정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다른 정부보다 적게는 3배, 많게는 11배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와 같은 민주당 정권이었던 김대중 정부에서는 임기 말 공무원 수가 56만 2000명으로 임기 시작 때와 같았고, 노무현 정부는 출범 전인 2002년 56만 2000명에서 임기 말인 2007년에 60만 5000명으로 4만 3000명 늘었다.
이후 들어선 보수 정부에서는 공무원 정원 증가 폭은 축소됐다. 이명박 정부 기간에는 60만 5000명(2007년)에서 61만 5000명(2012년)으로 1만 명 늘어나는데 그쳤고, 박근혜 정부는 61만 5000명(2012년)에서 63만 9000명(2017년)으로 2만 4000명 증가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무원 수가 갈수록 증가했다. 2017년 63만 9000명에서 2018년 64만 9000명, 2019년 66만 3000명으로 박근혜 정부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나더니, 2020년에는 73만 6000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공무원 수는 75만 1000명까지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 기간에 늘어난 공무원 수는 11만 2000명에 달한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에 늘어난 공무원 수(7만 7000명)보다 많은 수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공기관 임직원 수도 크게 증가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임기 중 공공기관 임직원 수는 30%나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던 2017년 공공기관 임직원 수는 34만 5208명이었으나 문재인 정부가 물러나던 올해 1분기 말에는 44만 8276명으로 10만 3068명(29.9%)이나 늘어났다. 이명박 정부 기간 1만 4431명, 박근혜 정부 기간 6만 4685명 증가한 것에 2~8배 가까운 수치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처럼 정부와 공공기관 직원 증원 등 느슨한 경영을 하면서 국가부채는 지난해 2196조 4000억 원까지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과 비교하면 763조 3000억 원(53.3%)이나 늘었다. 공공기관 부채(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자료)는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84조 원 늘어난 583조 원이 됐다. 윤석열 정부는 이에 따라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수를 최대한 늘리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는 12일 국무회의에 공무원 인력을 5년간 동결하는 안을 보고하기도 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물가 잡기가 최우선 과제로 된 상황에서 재정관리가 필요하고 가장 효과가 빠른 인력 관리를 목표로 삼은 것”이라며 “긴축 재정이 필요하지만 이를 인력 동결에만 집중할 경우 최근 경제 상황 악화로 민간부문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청년들의 구직난이 심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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