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황제보석’ 논란 끝에 재수감돼 지난해 10월 만기출소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13일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면서 출소 9개월 만에 재수사 기로에 놓이게 됐다.
태광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등은 13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계열사였던 티브로드 지분 매각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2000억 원대 이득을 봤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이 단체들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이호진 전 회장과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장(사장)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단체들은 2019년 케이블 채널 계열사인 티브로드를 SK브로드밴드에 매각 당시 이 전 회장 지배하에 있던 사모펀드 JNT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티브로드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전 회장이 JNT인베스트먼트가 주도한 컨소시엄을 통해 자신의 티브로드 주식을 강제 매수하게 했다”며 “티브로드가 기업공개(IPO·상장) 실패 후 불리한 계약조건에 따라 프리미엄을 사들이면서 손해를 봐야 했다. 이 전 회장의 배임 혐의가 불거지는 이유다”라고 지적했다.
JNT인베스트먼트는 태광산업의 관계사로 공시돼 있고 태광그룹 순환출자 구조에 포함돼 있는 등 사실상 이호진 전 회장의 사모펀드로 지목되어 온 곳이다. 실제로 JNT인베스트먼트 전·현직 대표들은 이 전 회장의 측근이거나 티브로드 핵심 임원 출신들이었고 태광 임직원들의 순환 인사 실태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 단체들은 “일련의 과정에서 티브로드는 2014년 매출 7733억 원에서 2017년 7076억 원으로 9.3% 감소했지만 이 전 회장 지분 이동에 따라 2000억 원의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피해를 입었다. JNT인베스트먼트가 끼어 티브로드가 손해를 보는 대신 이 전 회장은 사익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단체들은 앞서 검찰이 이 전 회장 일가 소유 회사인 티시스 등에서 생산한 김치를 태광 계열사들이 고가에 매입하는 등 ‘일감 몰아주기’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도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4년 4월∼2016년 9월 이러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141억 원에 달하는 사익 편취가 있었다며 2019년 이 전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8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이 전 회장을 불기소 처분하고 관련 임원만 불구속 기소했다.
한편, 이 전 회장은 14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2년 징역 4년 6월형을 선고받고 수감됐으나 69일 만에 지병인 간암을 이유로 병보석 석방됐다. 이후 그는 자유롭게 식당과 술집을 출입하며 음주와 흡연 등을 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황제 보석’ 논란 끝에 2018년 재수감됐고 지난해 10월 만기 출소했다.
이에 대해 태광 측은 “이 전 회장은 현재 건강 회복을 위해 요양 중이며 취업제한이 풀릴 때까지 경영복귀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늘 고발 건과 관련해선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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