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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콘크리트 파업' 막은 건설사, 급한 불 껐지만 부담은 어쩌나

하도급 공사비 증액 요구에 골조 공사 현장 4곳 중단…원청인 건설사는 발주처에 증액 요구 어려워

2022.07.13(Wed) 16:25:51

[비즈한국] 건설사에 하도급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대규모 파업을 예고한 수도권 철근콘크리트 시공업체 대부분이 공사를 재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공사 중단 대상 현장은 ​60여 곳에 달했지만 대다수 건설사가 공사비 증액 협상에 나서면서 파행을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착공 이후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을 인정하지 않는 민간 건설공사 특성상 하도급 공사비 증액 부담은 대부분 원청인 건설사가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골조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수도권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으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비즈한국 DB

 

철근콘크리트 서·경·인 사용자연합회는 13일 현재(7시 기준) 하도급 공사비 증액 요구에 응하지 않은 4개 시공사의 현장 공사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공사 중단 현장은 속초 장사연립주택(대우조선해양건설), 파주 운정3지구 A5블록(디케이건설), 용인 역북 지역주택조합(서희건설), 이천 백사 신안실크밸리 1블럭(신안건설산업)으로 중견‧중소건설사를 원청 시공사로 뒀다. 

 

이들은 지난 7일 공사비 증액에 비협조적인 34개 시공사의 63개 현장을 11일부터 멈춰 세우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이후 다수 건설사가 하도급 공사비 협상에 나서면서 실제 공사 중단 현장은 11일 15곳, 12일 10곳, 13일 4곳으로 줄었다. 당초 공사 중단 대상 건설사에는 대우건설(11곳), GS건설(5곳), 삼성물산(2곳), 포스코건설(2곳), SK에코플랜트(1곳), 롯데건설(1곳), HDC현대산업개발(1곳) 등 대형 건설사가 다수 포함됐다. 

 

철근콘크리트 업계는 앞서 지난 3월 하도급 대금 증액을 요구하며 전국 건설 현장을 한 차례 멈춰 세웠다. 4월에는 호남·제주지부가, 5월에는 부산·울산·경남지부가 각각 공사를 중단했다. 건설업계는 6월 화물연대 파업으로 원자재 수급에 차질을 빚은 데 이어 이달 초에는 레미콘 업계파업으로 한 차례 공사 중단 위기를 경험했다.

 

김학로 철근콘크리트 서·경·인 사용자연합회 대표는 “자재비와 인건비 인상에 따른 하도급 공사비를 올려달라는 요구를 관철하고자 지난 7일 60여 개 현장을 11일부터 셧다운(공사 중단)하기로 했다. 파업 선언 이후 대부분 현장에서 건설사와 공사비 증액 협의가 진행돼 보이콧 참여 현장은 11일 15곳, 12일 10곳, 13일 4곳으로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건설사는 공사 파행을 막고자 ‘울며 겨자 먹기’로 비용 부담을 떠안는 모습이다. 현재 대부분의 민간 건설공사에서 착공 이후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은 인정하지 않는다. 골조공사가 진행 중인 착공 현장에서 원청인 건설사가 하청업체 공사비를 올려주더라도 발주처를 상대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기 어려운 셈이다. 반면 하청업체가 골조 공사를 멈추면 건설사는 발주처와 정한 공사 기간을 맞추지 못할 수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원청인 건설사도 ​하도급계약에 따라 ​계약을 이행할 뿐 하청업체 공사비를 올려줘야 할 의무는 없다. 기업 이미지를 보호하고 공사 파행을 막으려 궁여지책으로 공사비 인상을 받아들이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도 마냥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모두가 손을 놓으면 하도급업체와 규모가 작은 건설사부터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 악화에 따른 공사비 인상 부담을 온전히 건설사들이 지고 있는데 억울한 측면이 있다. 하청업체가 요구 사항을 받아주지 않으면 파업이나 물리력을 행사해 공사가 중단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 이런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에는 건설사 손실이 너무 크다. 민간공사에서도 건설사가 착공 이후에도 발주처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할 수 있도록 숨통을 터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들어 건설업계 체감 경기는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6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18.7%p 하락한 64.7을 기록했다.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 대유행을 선언한 직후인 2020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CBSI는 건설사업자가 현재 건설경기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나타내는 지수다. 기준선 100을 밑돌면 비관적인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이 지수는 지난 4월 건설자재비 인상에 대한 공사비 증액 요구와 파업 영향으로 16.1p 하락한 이후 5월 13.9p 상승해 회복세를 보이다 다시 18.7p 하락했다. ​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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