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금쪽같은 내 새끼’를 통해 육아하는 부모들의 구원자가 된 오은영 박사가 이번에는 부부 문제의 솔루션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서 화제다. 대한민국 부부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가감 없이 다루는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하 오은영 리포트)’은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는 커플들의 사연을 신청받아 그들의 고민 이야기를 듣고, 오은영 박사가 솔루션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이다.
부부관계의 내밀한 이야기를 매우 가감 없이 솔직하게 보여줘서 방송 이후 ‘매운맛’ 방송이라는 평가를 들었던 ‘오은영 리포트’는 지난 6화에서 섹스리스 문제를 다뤄서 매운맛보다 더 화끈한 ‘마라맛’이라는 평가받으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놀라운 부분은 실제 ‘오은영 리포트’ 사연 모집 당시, 소재 관련으로 가장 많은 신청을 받았던 이슈 중 하나가 섹스리스 문제였다는 것. 심지어 이 소재는 사연 신청한 부부 고민의 TOP 3 이슈 안에 들었을 정도로 핫 이슈였다고 한다.
섹스리스 부부 특집으로 마련된 ‘오은영 리포트’ 지난 6회차에서는 부산에서 결혼 8년 차 부부가 오은영 박사를 찾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데이팅 앱에서 만나 4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이들 부부는 한때는 뜨겁게 사랑했으나 지금은 스킨십 문제로 부부 갈등을 겪고 있는 커플이다. 부부의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카메라는 끊임없이 아내에게 작은 스킨십이라도 시도하려는 남편과 남편의 손끝만 닿아도 질색하는 아내의 모습을 포착한다.
결혼 전에는 더할 나위 없이 뜨거웠다던 6회차 부부 커플. 아내는 왜 잠자리는 물론, 남편과의 스킨십마저 거부하게 된 걸까? 카메라는 이윽고 이들 부부 사이에 자리한 더 근원적인 문제가 ‘섹스리스’ 및 스킨십 부재 이전에 대화 소통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오은영 박사는 이들 부부가 “섹스리스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고쳐야 할 것은 소통리스”라며 두 사람 관계의 근원적인 문제를 날카롭게 꼬집었다.
실제로 아내와 남편 사이에는 제대로 된 대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남편은 경제활동이나 집안일에 대한 아내의 질문에 연신 답을 피하며 ‘나중에’라고 미루는 모습을 보였고, 아내의 계속된 질문에 불같이 화를 내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영상을 지켜보던 오은영 박사는 남편이 대화로 무언가를 설명하는 게 어려운 사람이라고 진단하며, 영상 속 남편이 했던 말의 속내를 해석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제대로 된 마음의 소통을 언어로 풀고 싶어 하는 아내. 멀어진 아내의 마음을 몸으로 풀어 소통하고 싶어 하는 남편. 이들 부부의 불화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화의 소통이 제대로 선행되어야 한다는 솔루션이 나왔다. 이윽고 화성 남자, 금성 여자 같이 소통의 방향이 다른 별나라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살아온 이 두 사람을 위해 오은영 박사는 다음과 같은 소통의 방법을 알려준다.
특히 아내와의 대화 방식이 서툰 남편에게 오 박사는 아내가 말하는 것을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아내의 말을 받으라는 말을 한다. 아내의 말을 받으라는 이야기는 아내가 하는 말에 자신의 의견을 먼저 내기보다는 먼저 아내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라는 것. 오 박사는 예를 들어 일상의 대화 중 두 부부의 언쟁 씨앗이 되었던 에어컨 청소 소재를 예시를 들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내가 ‘에어컨 청소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하면 똑같이 따라 하세요. ‘에어컨 청소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식으로요. 실제로 ‘오은영 리포트’의 진행 패널 중 하나인 소유진은 오 박사가 가르쳐준 이 앵무새 화법으로 남편 백종원과의 언쟁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을 MBC 토크 예능 ‘라디오 스타’에 나와 말하기도 했다. 냉장고 식재료 체크를 하지 않고 장을 보는 소유진을 백종원은 늘 잔소리하며 혼을 내는데, ‘아니, 왜 콩나물을 또 샀어?’ 라고 백종원이 뭐라 쓴소리하면 소유진이 ‘그랬구나 내가 콩나물을 또 샀구나’라고 하니 백종원도 ‘그려’라고 말하고 더 이상의 언쟁으로 번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 화법으로 소유진은 백종원과의 말다툼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오은영 리포트’에 출연한 두 부부 또한 이 방식으로 스튜디오 내에서 대화 연습을 하다, 마음이 풀린 듯 멋쩍은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일명 앵무새 대화법으로 불리는 이 방법은 대화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이들에게 그야말로 불통의 답답함에 단비 같은 묘책이 아닐까 싶어서 활용해 보길 권해본다. 상대의 말을 따라 하면서 리액션을 하는 것은 대화가 단절에 이르지 않도록 도와주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상대방의 감정을 공감하는 ‘공감의 리액션’이기에 좀 더 원활한 대화 소통을 위한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오 박사가 소유진에게 개별적으로 조언한, 상대의 말을 따라 하기 이전에 ‘그랬구나’라는 공감의 단어는 꼭 사용해 보길 바란다. 특히 화가 난 상대에게 활용할 시 더 효과적이다. 별거 아닌 ‘그랬구나’라는 말 하나로 ‘욱’해서 감정을 쏟아내려던 상대도 자신의 마음에 공감해 주는 이 단어에 마법처럼 화가 수그러들기도 할 것이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리액션의 사인이기도 한 ‘그랬구나’와 ‘앵무새 대화법’의 마법을 좀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해 보시길 바란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바즐’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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