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 취임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첫 검사 출신이자 역대 최연소 금감원장이라는 우려 속에 이복현 원장은 지난달 7일 취임 이후 바쁘게 움직였다. 은행·금융투자·여신전문금융·보험·저축은행 등 주요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을 간담회 형식으로 모두 만났다. 상견례를 마무리한 셈인데, 존재감도 강하게 드러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 속에 은행의 이자 장사에 대한 경고를 내는 등 금감원장 역할을 이해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검사 출신의 한계에 대한 부분이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금융권 구조에 대한 이해를 얼마나 하느냐가 금감원장 역할을 성공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달 만에 ‘데뷔인사’ 끝
이복현 원장은 지난달 7일 취임 후 20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보험사,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수장들과 잇따라 인사 자리를 가졌다. 이번달 8일에는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오늘(11일)은 상호금융 업계 CEO 간담회에 참석한다. 취임 한 달여 만에 주요 금융권 최고경영자들과의 인사를 끝낸 셈인데, 이는 앞선 금감원장들보다 빠른 행보다. 이 원장의 전임 원장인 정은보 원장의 경우 지난해 8월 초 취임 이후 3개월 뒤인 같은 해 11월 초 금융지주 회장들과 처음 회동했다.
단순히 인사로만 끝나지 않았다. 이복현 원장의 ‘그립감(장악력)’이 상당할 것임을 보여준 자리이기도 했다. 이 원장은 지난달 20일 시중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은행의 이자 장사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했다. 이 원장은 “금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권의 과도한 예대금리차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보냈다.
은행들도 신임 금감원장의 일성에 곧바로 대응했다. 신한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난달 말 기준 연 5%를 초과하는 대출자의 경우, 다른 조건 없이 금리를 연 5%로 1년간 일괄 감면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시중은행들에 비해 리스크가 높은 여전사들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최고경영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무리한 경영 전략’을 경고했다. 이 원장은 지난 5일 여전업계 CEO와의 간담회에서 “당분간 무리한 영업 확장이나 고위험 자산 확대를 자제해달라”며 보수적인 경영 전략을 지시했다. 보험사 최고경영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태풍이 불기 전에 부러졌거나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본 비율 확충 노력 등 건전성 관리를 강조했다.
빠른 행보와 강력한 발언은 검사 출신 역대 최연소 금감원장을 바라보는 금융권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함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원장 자리도 공석인 상황에서 금감원장이 ‘얼마나 장악할 수 있겠냐’는 시선이 있었는데, 이를 불식하기 위해 감사보다는 감독의 시선에서 ‘메시지’를 낼 것 같다”며 “첫 인사 때 강한 메시지를 표명한 것 자체가 금융사들에게 강력하게 전달됐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소지한 이 원장이 ‘감독’의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을 가능성을 봤다는 평이다. 익명의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의 역할은 보통의 국민, 다수의 금융상품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게 함과 동시에 금융사들의 도덕적 해이나 비위 등을 막는 것”이라며 “시중은행의 자금 사고도 있었지만 그보다 금리를 지적한 것은 금감원장에게 제기된 우려를 씻어내기에 충분했다”고 평가했다.
#검사 출신 한계 딛고 ‘감독’ 역할 소화할 수 있을까
실제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소지한 채 검사 생활을 시작한 이 원장은 검사 시절 내내 경제·금융 수사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수사 당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이를 무시한 채 기소를 결정하며 ‘강골’임을 보여줬다.
윤석열 사단 막내 라인 특수통 검사인 그의 역량을 높게 산 윤석열 대통령. 하지만 여전히 금융권에서는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온다. 이런 우려를 알고 있는 이복현 원장 역시 매일 수백 쪽의 보고서를 받아 주요 금융권 분야의 현안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권에서는 “주특기인 검사 시절 경험을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 ‘감사’와 ‘감독’으로 크게 나뉘는 금융감독원의 역할 중 ‘감사’에 집중하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개석상에서 나온 발언들을 잘 살펴보면 업계 전반에 대해 우려한 수준에 불과하다”며 “검사 출신이 금감원장으로 온다고 했을 때, 수사하던 것처럼 문제가 되는 부분을 찾아내는 감사에 집중하지 않을까 우려를 했는데, 지금은 아직 전문성을 드러내지 않고 전반적인 이해를 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법조계에서도 우려가 적지 않다. 금융위원회에 파견 근무를 한 적이 있는 검찰 출신 변호사는 “금융 관련 수사 경험이 많고 전문성을 인정받아 금융위에 파견을 갈 수 있었는데 첫 출근 당일 금융위원장이 참석한 회의에서 오가는 보고 및 지시 내용 중 30%만 이해를 할 수 있더라”며 “아무리 검찰에서 전문가라고 해도 금융시장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업계에서 20년 넘게 있던 사람들도 가상화폐 등 변화하는 금융시장을 직면해야 하는데 검사 출신이기에 갖는 한계가 언젠간 드러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유럽스타트업열전] 잘나가는 유럽 스타트업에도 '임금 체불'이 있다
·
[사이언스] 지구에 '중성자별'이 탄생하던 찰나!
·
우리·신한은행 2조 규모 '이상 외환거래' 꼬리를 무는 각종 의혹 왜?
·
'검찰 출신 금감원장 기대했건만…' 사모펀드 피해자들, 다시 거리 나서는 까닭
·
5년간 금융권 횡령액 1100억 원, 그 중 올해 상반기 적발만 700억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