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두 시중은행 3개 지점들에서 1년 남짓 기간에 2조 원대에 달하는 자금이 중국 등 해외로 송금된 ‘이상 외국환 거래’ 사건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검사 중이다. 특히 금감원은 이참에 전 은행권으로 관련 검사를 전방위 확대에 나섰다.
검찰도 두 시중은행을 상대로 이미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은행 일부 지점들에서 이뤄진 이상 외환 거래 과정을 보면 자금세탁 등 불법거래 연관 등 꼬리를 무는 의혹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서울 한 지점에서 1년 간 일부 국내 업체가 400여 회에 걸쳐 총 8000억 원대 자금을 외환으로 환전해 중국과 일본에 송금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송금된 돈의 대부분이 표면적으로는 금 등 물품 수입대금인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내부 감사를 통해 이런 이상 거래 상황을 포착해 금감원에 보고했고, 금감원은 같은 달 말부터 관련 검사를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 관련 소식이 알려지자 이번에는 신한은행이 서울과 경기도 지점 2곳에서 일부 국내 업체들의 1조 3000억 원대 외환송금 사실을 금감원에 보고했다. 신한은행 지점별로 각각 3000억 원대, 1조 원대 외환송금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달 들어 신한은행을 상대로 본격적인 검사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외국환거래법·자금세탁방지 업무규정 위반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또 대규모 거래대금 출처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두 시중은행의 이상 외환거래에 대한 금감원 검사 불똥은 은행권 전반으로 튀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5일 ‘여신전문금융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후 “최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발생한 이상 외환 거래와 유사 거래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로 은행권 전체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특이 외환거래로 인한 문제점에 대해 우려가 크다. 집중적으로 단기간에 검사할 수 있도록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이상 외환거래와 관련해 온갖 의혹들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먼저 해외로 송금한 업체들이 물품 거래 대금으로 외환을 송금했다는 가능성 외에 자금 세탁용이 아니냐는 가능성도 대두된다. 특히 송금 업체들의 기업 규모에 비해 지나친 거액의 금액이 특정 시점에 해외로 집중 송금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강력한 내부전산과 감사시스템을 갖춘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1년 가까이 이뤄진 이상 거래에 대해 최근에서야 금감원에 보고하게 된 것도 의문시 된다. 검찰이 금감원 검사에 앞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드러나자 두 시증은행이 금감원에 이상 외환거래 사실을 보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익명의 금융권 관계자는 “두 시중은행은 자체 시스템을 통해 일찍이 이상 외환거래를 가려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정권이 바뀐 후에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이에 검찰 출신 금감원장이 취임하자 뒤늦게 금감원에 보고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며 “이번 외환거래를 보면 국내로 유입된 중국 등 국외 자금이 물품 거래를 위장해 국내 은행을 거쳐 해외로 빠져 나갔을 가능성이 있고 이 과정에서 자금세탁 등 불법 의혹도 가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측은 입장 표명을 극구 자제하면서 “이상 외환거래와 관련한 금감원 검사와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은행들은 “수입증빙서류에 근거해 송금업무를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무과정에서 고액현금 거래나 의심스럽다고 판단된 거래에 대해 관련 법령에 따라 처리했으며 특정 지점에서 거액의 자금이 해외로 집중 송금된 점이 발견돼 당국에 즉시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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