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가 서비스 제공을 공식 선언하면서 디지털 상속권 보호 서비스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디지털 유산은 한 개인이 죽기 전 남긴 디지털 흔적을 뜻한다. 통상적으로 SNS·블로그 등 온라인 공간에 남긴 사진과 영상, 일기장, 댓글 등이 디지털 유산으로 분류된다.
#개인정보가 갖는 복잡한 법리적 특성…SNS 기록이 ‘유산’일까
두 사람의 고민에는 디지털 상속권에 대한 딜레마가 담겨 있다. 사망한 유저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과 디지털 기록을 개인의 유산으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다. 사후 프라이버시 침해는 디지털 상속을 반대하는 주장의 핵심 근거다. 반면 온라인에 업로드 된 게시물에 유산적 가치가 있다는 시각은 디지털 상속 아이디어의 근간을 이룬다.
이 딜레마는 개인정보를 둘러싼 법리적 해석의 차이에서 시작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한 사람에게만 귀속돼 타인에게는 양도되지 않는다(일신전속권)는 해석과 기업에 청구할 수 있는 일종의 재산권이라는 해석이 가능한데, 두 성격이 혼재돼 가치판단이 필요하다는 것.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개인정보보호법학회장)는 “법적으로 인격적 가치가 있는 권리는 상속이 안 된다. 개인정보를 한 사람의 ‘인격적인 권리’로 볼 경우 이 권리는 당사자에게 전속되기 때문에 상속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개인정보를 데이터로 저장한 ‘서비스 이용권리’로 본다면 이 데이터는 기업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채권적 권리)에 해당해 상속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각종 사이트나 플랫폼 등에 가입할 때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하면 해당 업체가 정보를 수집·이용·이전할 수 있는 것도 개인정보의 채권적 성격을 강조한 경우다.
최경진 교수는 싸이월드 측이 게시글의 저작권이 상속될 수 있다면서도 일신전속권은 제외한다고 밝힌 부분을 지적했다. 최 교수는 “개인정보의 재산권이 강조되면 상속할 수 있는 대상처럼 보이지만 법에서는 개인정보를 통상적으로 한 사람에게 귀속된 개념으로 본다”며 “비밀을 침해할 가능성 등 상속인에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게시글은 제한할 수 있다고 밝힌 대목은 더욱 이상하다. 법원도 아닌 사업자가 임의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디지털 유산 상속자를 사전에 지정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대두된다. 개인정보보호에 보수적인 애플도 최근 디지털 유산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자신이 사망할 경우 데이터가 전달될 최대 5명의 관리자를 사전에 지정, 이들에게 일종의 접근키를 주는 형태다.
최 교수는 “상속인 이전이나 단순 삭제 등 내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생전에 결정하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며 “디지털 유산에 관해 명확한 법은 아니지만 현행 법에 따라서도 규율할 수는 있다. 다만 디지털 유산에 적용할 때 충돌하는 지점이 있고 구체적이지 않은 점이 문제다. 디지털 유산 상속이라는 새로운 권리가 등장한 만큼 권리 처리 체계를 법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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