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질병관리청은 지난 6월 8일 코로나19 예방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해외입국자의 격리를 면제했다. 올 3월 이후 국내 코로나19 환자 발생이 계속 감소하고, 국외 발생과 변이 발생이 감소한 데 따른 조치였다.
해외에서의 출입 제한도 완화됐다. 4일 외교부에 의하면 튀르키예(터키), 아이슬란드, 스위스, 쿠바,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49개국은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입국 관련 조치를 완전히 해제한 상태다. 이들 국가에는 코로나 백신 미접종자도 PCR검사나 격리 없이 입국 가능하다.
해외 출입국 규정이 완화되고 거리두기가 사라지면서 여름휴가 풍경이 돌아왔다. 지난 2년간 집에 머물거나, 국내여행으로 만족하던 사람들이 올해부터 다시 해외로 휴가를 떠나고 있다.
3년 만에 해외에 간다는 A 씨(26)는 “코로나 규제가 완화되기만을 기다렸다. 격리나 큰 준비 없이 갈 수 있는 나라가 많아져, 이번 여름휴가는 외국으로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거리두기 완화되자 국내·해외 여행객 모두 증가
올해 5월부터 해외로 출국하는 인원이 확연히 늘어났다. 여행 업계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 다낭을 중심으로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항공권을 예약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는 “5월 대비 7~8월 해외 항공 예약이 전체 132% 증가, 동남아는 127% 증가했다. 요즘 동남아가 제일 인기가 높다. 필리핀, 태국, 베트남이 많은데, 베트남 다낭의 증가율이 가장 높다. 337% 증가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작년과 수치를 비교하자 이 관계자는 “작년에는 항공이 거의 없어서 비교가 불가능하다. 대부분 1000%를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모두투어 관계자 역시 “작년에는 해외여행이 제로에 가까워서 비교가 의미없다. 올해 6월부터 빠르게 여행자가 증가했으며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수요가 45% 정도로 가장 높다. 유럽이나 괌, 사이판도 꽤 수요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코로나 때와 비교하면 매우 큰 수준으로 해외여행이 증가한 걸로 보인다. 얼마 전까지는 괌, 사이판이나 유럽 중심으로 선호했는데, 최근에는 베트남 다낭이 가장 선호도가 높다. 항공 공급이 많고 요금이 안정돼서다. 체감상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안정됐다. 일본 예약도 조금씩 회복되는 중이다. 일본 여행이 얼마나 회복되느냐에 따라서 전체 해외여행 회복 속도에 변화가 있을 거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환전율도 증가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 환전앱 ‘쏠’을 통한 외화 환전은 1~6월 전년 동기 대비 올해 183%가량 증가한 상태”라고 밝혔다.
해외출입국자의 증가는 항공편으로 엿볼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에 따르면 지난 6월 1일부터 7월 3일까지 국제선 출입국자는 142만 3022명을 기록했다. 5월 출입국자는 93만 9719명이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70.5% 증가한 수준이다.
해외여행이 급증했음에도 국내여행 역시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했다. 해외여행에는 아직 불확실성이 있지만, 국내는 거리두기가 완전히 해제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가 플랫폼 야놀자에 의하면 올해 7~8월 여름휴가 기간 국내 숙소 예약률은 전년 동기 대비 117% 상승했다. 선호 지역는 강원도가 26.5%로 1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제주도(19.8%), 경기도(19.1%), 부산(18.6%), 서울(16.0%) 순으로 인기가 높았다. 야놀자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여행 심리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해외여행 대신 국내에서 휴가를 즐기고자 하는 여행 수요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제주도는 코로나 기간 국내여행 수요가 높은 지역으로 꼽혔는데, 최근 입도객이 더 늘었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 5월 제주도 관광객 입도는 130만 653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코로나 확산 전인 2019년 5월 132만 3866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올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입도는 555만 8384명으로 전년 동기 27% 증가했다.
국내선 실적도 이를 증명한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올 1~6월 국내선 운항은 22만 6848편으로 전년 동기 20만 2748편에 비해 11.9% 증가했다. 승객도 3732만 9836명으로 전년 동기 3133만 1539명에 비해 19.1% 증가했다.
제주도로 가는 여객도 늘었다. 2022년 1~6월 김포-제주 노선(김포 출발) 실적은 2만 3889편으로 전년 동기 2만 532편에 비해 16.6% 증가했다. 승객 역시 427만 695명으로 전년 동기 349만 6364명에 비해 22.1% 증가했다.
#해외여행 증가했지만 아직 코로나 전 10~20% 수준
전년 동기에 비해 해외여행이 급격히 증가했지만, 코로나 전과 비교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코로나 전인 2019년 6월 1일부터 7월 3일까지 국제선 여객실적은 660만 3388명이었다. 올해 같은 기간은 여기서 78%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비해서는 해외여행이 늘었지만, 코로나 전으로 회복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앞서 하나투어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에 비해서는 많아봤자 10% 정도 회복된 상황이다. 팬데믹 때와 비교하면 예약률 자체는 많이 올랐지만, 아직은 회복세가 미미하다”고 말했다. 모두투어 관계자 역시 “2019년도에 100명이 나갔다면 지금은 20명 정도 나가는 수준이다. 국토부에서 올해 연말까지 항공 수요를 50% 회복하겠다고 밝혔는데, 현재 목표보다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10월까지 50% 정도 회복할 거라고 본다.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하려면 내년 하반기나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항공권 가격이 오르면서 제주도 등 국내여행이나 해외여행 모두 가기 부담스럽다는 시선도 있다. 휴가 기간에 고향인 군산에 내려간 B 씨(25)는 “코로나뿐 아니라 비행기 값도 비싸고 요즘 물가도 올라 부담스러워 고향으로 내려왔다. 아직은 여행하기가 적당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원숭이두창과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도
코로나로 인한 각종 규제가 완화되면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의료계의 한숨은 깊어졌다. 코로나19의 위험이 아직 존재하는 데다 원숭이두창의 전염 가능성이 새롭게 떠오르는 상황인 만큼 해외여행 증가를 두고 방역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천은미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는 “현재는 사실상 코로나 이전과 동일한 상태라고 본다. 특히 여름휴가철인 지금부터 9월 전까지 해외 출입국이 많을 거라고 본다. 원숭이두창이 생각보다 유럽 쪽에서 확산세가 높은데, 아이들에게 전파된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 여행을 하더라도 위험군과 천연두 백신 미접종 연령대는 증상이 의심될 때 빠르게 검사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 구체적 증상이나 위험 인자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는 “규제 완화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반등하고 있다. 2주 전에 비해 거의 10% 이상 증가한 상황인데, 결국 격리해제 등이 이유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재 새 정부의 기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4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는데, 정책과 실행계획을 입안할 수장이 없고 방역 체계가 새 정부 이후 정비가 안 됐다고 볼 수 있다. 원숭이두창이나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생기는 상황에서 이러한 부분이 먼저 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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