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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플랫폼'과 '은행' 사이에서 길을 잃다

9만 4400원 찍었던 주가, 2만 원대에서 횡보…시중은행과 차별성 없고 성장세 둔화

2022.07.05(Tue) 11:00:45

[비즈한국]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지 5년 만에 가입자가 3000만 명을 돌파했다. 그 중 카카오뱅크가 가입자 1913만 명으로 60% 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주가는 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 한때 금융주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며 전통 금융권을 위협했지만 현재는 맥을 못 추는 상황이다. 무슨 이유일까.

 

​카카오뱅크는 한때 금융주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며 전통 금융권을 위협했으나 현재는 주가가 맥을 못 추는 상황이다. 사진=비즈한국 DB

 

2017년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의 가입자가 5년 만에 3053만 명이 됐다. 가입자는 카카오뱅크 1913만 명, 케이뱅크 780만 명, 토스뱅크 360만 명 순이다. 

 

가입자 수 증가와 함께 대출 금액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인터넷전문은행 3곳의 대출 잔액은 총 39조 7463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33조 4829억 원)에 비해 6조 2634억 원 늘어난 수치다. 은행별로 비교했을 때 카카오뱅크가 26조 8163억 원, 케이뱅크 8조 7300억 원, 토스뱅크 4조 2000억 원 순이다. 

 

업계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대출 증가세의 배경을 중·저신용자의 생활비 목적 등 가계대출 증가로 보고 있다. 이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려 한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에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목표치에 맞출 것을 권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올해 연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25%, 토스뱅크가 42%다. 최종 목표치는 2023년 말까지 토스뱅크 44%, 케이뱅크 32%, 카카오뱅크 30%로 알려졌다.

 

이처럼 인터넷전문은행의 여신 대부분이 중·저신용자 위주의 가계대출로 증가한 만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은 6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699조 6521억 원으로 작년 12월 말과 비교했을 때 9조 4009억 원 감소한 수치다.

 

금리 인상기에 금융주는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대출이자율 상승으로 이자수익이 증가해 호실적이 예상되고, 이는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중 유일한 상장사인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공모가 밑으로 떨어지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뱅크 공모가는 3만 9000원이었다. 지난해 8월 6일 상장날 공모가의 2배에 가까운 6만 80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시가총액 30조 원을 돌파했다. KB금융 시총을 넘어서 금융대장주로 자리매김한 것. 8거래일 만에 장중 9만 4400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끝없이 추락해 7월 1일 2만 원대로 떨어졌고, 시가총액도 14조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당시 외국계 핀테크 기업을 비교기업으로 선정해 기업가치를 높였다. 또 은행보다는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 받았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역할보다 금융상품을 다루는 온라인 금융업체로 카카오뱅크를 바라본다. 

 

카카오뱅크를 이용하는 김 아무개 씨(29·남)는 “카카오뱅크 출시 당시 다른 금융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사용했다. 요즘 토스 등 다른 금융 앱들도 편리함이 강조돼 카카오만의 장점을 모르겠다.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가치 또한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플랫폼 기업으로 인정받으며 상장했지만,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는 은행업이 주업무라는 평이 나온다. 사진=카카오뱅크 제공

 

카카오뱅크는 플랫폼 기업임을 강조했지만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등 여러 정책에서 자유롭지 못해 다른 시중은행들과 별반 다르지 않고 성장성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가 하락의 이유로 꼽힌다.

 

증권사에서도 ‘매도’ 의견이 나왔다. DB금융투자는 카카오뱅크의 목표주가를 2만 4600원, 투자의견 ‘비중 축소(Underperform)’를 제시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뱅크가 스스로 플랫폼주임을 내세우지만 본질은 규제를 받는 은행주”라고 평가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카카오뱅크의 주가에 대해 “중·저신용자 대출 증가로 인한 자산건전성 악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MAU(Monthly Active Users·월간활성화사용자 수)도 5월 말 기준 1275만 명대로 알고 있다. 토스가 1371만여 명인 것에 비해 밀리는 상황”이라며 “현재 KB국민은행 스타뱅킹 앱도 MAU 1100만 명을 넘기며 카카오뱅크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중은행들도 이처럼 플랫폼화를 추진하는 만큼 카카오뱅크의 자리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른 시중은행과 다르게 카카오뱅크가 플랫폼으로서의 차별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동민 기자

workhard@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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