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의 직장’으로 꼽히는 한국은행(한은)이 과도한 직원 주거 복지 특혜라는 비판을 받아 온 임차사택 제도를 일부 찔금 손질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은은 임차사택에 입주한 하급 직원들에게 더 높게 적용했던 사용료(월세) 할인율을 최근 폐지했다. 하지만 월세 시세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사용료와 보증금도 없이 퍼주는 혜택이라는 본질은 여전해 국민 위화감을 조장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아울러 한은은 지난해까지 임직원 대상 0%대 사내대출 금리에 대한 비판에 직면하자 7월부터 시중은행 가계대출금리 하단 금리(4% 안팎)를 적용키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은은 4급 이하 정규직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임차사택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한은이 직접 주택 임대인과 전세 계약을 맺고 희망 직원들을 자체 심사 과정을 거쳐 보증금 없이 시세의 10~20%의 저렴한 사용료만 한은 측에 내고 살게 하는 제도다. 임차사택에 사는 직원들이 주택을 소유하게 되면 지원은 중단된다.
임차사택 유형은 대체로 20평 형 대 중소형 아파트들이다. 서울 본점과 16개 지역본부를 둔 한은은 전국적으로 300채에 가까운 임차사택을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이중 70%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까지 무려 8년 간 장기 지속됐던 부동산 상승세에 전·월세 임차 시장도 편승되면서 한은의 임차사택 운영 비용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직원들의 2021년 기준 평균 연봉은 1억 34만 원이며 신입 연봉은 4958만 원으로 나타났다. 주택 임차 시장에서 반 전세로 빠른 변화가 이뤄진 가운데 임차사택 제도는 고액 연봉을 받는 한은 정규직들에게 과도한 복지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4급 이하 하급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고 하지만 전체 한은 임직원 2400명 중 4급 이하는 1700명이 넘어 대상 풀도 넓다.
이러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한은은 최근 임차사택 제도에 대한 일부 손질을 단행했다. 한은 관계자는 “하급 직원을 위한 주거 복지제도로 저렴한 사용료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부동산 시세와 연동하는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며 “국회와 감사원 등의 사용료 현실화 지적에 하위 직급 직원들에게 차등 적용했던 임차사택 사용료 할인제도를 폐지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임직원들에 대해 5000만 원을 한도로 사내대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한은은 사내대출 금리를 불과 0.7%만 적용해 왔다. 0%대라는 초저금리를 적용해 한은은 지난해 임직원들에게 주택자금 55억 9100만 원, 생활안정자금 156억 8000만 원을 사내 대출했다.
한은 관계자는 “임직원 대출의 경우 직원이 보증보험료, 근저당권 설정비 등 채권보전 비용을 직접 납부하도록 변경해 실제 대출금리 부담은 이보다 상당히 높다”고 해명했다.
한은은 초저금리 지원이라는 비판에 노사합의를 거쳐 사내대출 금리를 올 1월부터 1.1%로 인상했고, 이어 7월부터는 시중은행 가계대출금리 하단을 적용하기로 했다.
독립성이 보장되는 중앙은행인 한은이 복지제도를 일부 수정한 것을 두고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따른 시장 변화와 현 정부 출범 이후 달라진 정책기조에 따로 갈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은은 기획재정부가 지정하는 공공기관에서 제외돼 기관 평가는 받지 않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공공부문 복지축소 추진과 관련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재부 공공기관 혁신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공공기관들의 사내대출 한도는 7000만 원이고 금리는 한은에서 발표하는 매월 시중은행 가계대출금리 하한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기재부는 공공기관들의 사내대출과 관련해 공무원 연금대출 조건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보고 작년 7월 지침을 개정해 9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침의 강제성은 없고 사내복지 제도를 변경하기 위해선 기관별 노사합의를 거쳐야 한다. 다만 복리후생 혁신에 관한 지침, 예산 운용 지침을 과도하게 벗어난 기관들은 경영평가에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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