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배달 플랫폼의 포장 수수료 프로모션이 종료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벌써 자영업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배달업계는 수수료 부과 시기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않고 있지만, 포장 주문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것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배민·쿠팡이츠 포장 주문 수수료 프로모션 종료 임박했나
배달의민족, 쿠팡이츠가 포장 주문 건에 대한 중개수수료를 유료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일단 6월 30일 만료 예정이던 포장 주문 수수료 면제 프로모션은 3개월 연장됐지만 업계에서는 유료 전환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배민과 쿠팡이츠는 배달 주문 건에 대해서는 중개수수료를 부과했지만, 소비자가 직접 매장을 방문해 픽업 하는 포장 주문에 대해서는 수수료 0원 프로모션을 시행해왔다. 포장 주문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계속해서 무료 혜택을 제공했다. 배민은 2020년 9월부터, 쿠팡이츠는 지난해 10월부터 포장 주문을 시작했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코로나도 있고 자영업자들의 이슈가 있어 프로모션을 계속해서 연장해왔던 상황”이라며 “이번에도 수수료 프로모션을 3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배민과 쿠팡이츠가 배달 수수료 무료 프로모션의 연장을 결정했지만, 연내 프로모션이 종료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민과 쿠팡 모두 눈치 보기를 하는 상황”이라며 “배달 및 포장 등의 주문이 최근 줄다 보니 수수료 부과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몇 년간 무료였던 포장 주문에 대한 수수료가 유료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배달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급격히 성장하던 배달 수요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춤하기 시작했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배달 앱 사용자가 증가하던 흐름이 지난해 가을부터 주춤하기 시작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월 2147만 명가량이 이용했던 배민은 지난달 이용자 수가 1993만 명 수준으로 하락했다. 쿠팡이츠도 지난해 12월 기준 월 사용자가 702만 명까지 확대됐었으나, 이후 꾸준히 하락해 지난달에는 449만 명 수준에 그쳤다.
배달 플랫폼이 성장에 한계를 보이는 만큼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출혈 경쟁을 하던 프로모션부터 차례로 정리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쿠팡이츠와 배민이 단건 배달을 출시하며 진행했던 프로모션도 올해 모두 종료됐다.
#배달 앱 주문에 익숙해진 소비자, 전화 주문으로 돌아올까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벌써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배달 전문점을 운영하는 조 아무개 씨는 “배민이 프로모션 종료에 대해 슬쩍 운을 띄우면 얼마 후 쿠팡이츠가 먼저 프로모션을 종료하고 뒤따라 배민도 프로모션을 종료해왔다”면서 “점주들 사이에서는 포장 주문에 대한 수수료 프로모션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일부 자영업자는 배민과 쿠팡이츠의 서비스 중단도 고민하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전화로 포장 주문을 받으면 주문만 하고 찾으러 오지 않는 손님이 상당수라 손해를 볼 때가 많았다”며 “배달 플랫폼에서 포장 주문을 받으면 노쇼가 없어 만족스러웠는데 수수료를 받기 시작하면 앱 이용을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당수의 소비자가 플랫폼에서의 포장 주문에 익숙해져 자영업자의 이탈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경기도 오산의 한 자영업자는 “예전에는 소비자들이 전화로 포장 주문을 많이 했지만, 이제는 대부분 배달 앱을 이용한다”며 “배달 앱에서 포장 주문을 받지 않으면 아예 포장 판매를 하지 않는 가게라고 생각해버린다. 때문에 앱에서 포장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한숨 쉬었다.
배달 플랫폼은 포장 주문 서비스를 론칭하며 입점 가게 확대를 위해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해왔다. 중개수수료가 없다 보니 자영업자들이 부담 없이 포장 주문 서비스를 이용했고, 입점 가게가 늘면서 소비자들도 배달 앱에서 포장 주문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앞선 자영업자는 “배달 앱에서 포장 주문하는 것이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다시 전화 주문을 할까 싶다”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 업계는 수수료 부과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매장으로 찾아오는 포장 주문이라고 해도 사실상 배달 앱을 이용한 주문 건이다. 앱을 통한 주문에 중개수수료가 부과되는 것은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배민과 쿠팡이츠 외 다른 배달 앱은 포장 주문에 대해 중개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요기요의 경우 포장 주문도 배달과 마찬가지로 12.5%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공공배달앱 배달특급도 포장 주문인 ‘픽업’ 서비스에 대해 1%의 중개수수료를 받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앱을 통해 포장 주문하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개인의 경제적 상황이나 짠테크 의지에 따라 앱 대신 전화 주문 등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높다”며 “충성도가 높은 음식점에 대해서는 앱을 이용하지 않고 전화 주문으로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영업자가 포장 주문에 대한 중개수수료 부담에 포장 할인 등의 혜택을 줄이면 소비자들도 배달 앱 이용을 줄일 수 있다”며 “배달 앱은 공급자와 수요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을 때 가치가 높아진다. 이용 고객이 없다면 자영업자가 배달 앱에 입점하겠나. 포장 주문에 대한 중개수수료 부과는 장기적으로 배달 앱에 마이너스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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