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리나라 시공능력 1위 건설사인 삼성물산이 건설업계 최초로 가상세계를 염두에 둔 상표를 출원했다. 자사 아파트 브랜드인 ‘래미안’을 가상세계 상품과 서비스에 사용하겠다며 상표 사용 영역을 넓힌 것. 하지만 실제 사용보다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가상세계 상표권 침해에 대응할 목적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와 특허청 특허정보넷 키프리스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최근 자사 아파트 브랜드 이름 ‘래미안’과 래미안 브랜드이미지(BI)를 가상세계 관련 상품과 서비스에 사용하겠다며 상표로 출원했다. 출원 상표는 지정 상품 및 서비스별로 가상공간에서 내려받기 가능한 이미지 파일과 대체불가토큰(NFT)으로 인증된 가상부동산 관련 데이터 파일 등 09류, 가상자산 거래업과 가상통화 중개업 등 36류, 가상부동산 관련 데이터 파일 판매업과 중개업 등 35류, 가상현실 서비스 플랫폼 제공업인 42류로 총 8건(BI 4건)이다. 현재 특허청은 관련 상표출원서를 접수해 출원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번 상표 출원은 최근 가상세계에서 벌어지는 상표권 침해에 대응하려는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상표법은 지정한 상품이나 서비스 또는 이와 유사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한정해 상표권을 보호한다. 상표 출원 때 지정하지 않은 상품과 서비스 영역에서는 원칙적으로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 이번 상표 출원 전까지 자사 아파트 브랜드를 가상세계 관련 상품이나 서비스에 사용하겠다며 상표 출원한 건설사는 없었다.
올해 출범한 한 가상부동산 플랫폼은 이런 허점을 이용해 우리나라 건설사의 아파트 브랜드를 가상세계에서 무단으로 사용했다(관련 기사 메타버스에서 래미안·자이 아파트 상표가 보호받지 못하는 속사정). 이 플랫폼은 현실 세계 아파트를 가상 세계에 구현해 분양·거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금까지 청약경쟁률이 높았던 가상아파트는 최대 5908대1(쌍문이편한세상)에 달했지만, 해당 플랫폼은 현실 세계 상표권자인 건설사들의 사용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래미안 브랜드가 실제 가상세계에서 사용될 여지도 있다. 최근 건설업계에서도 가상세계 상품과 서비스로 접근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창립 75주년을 맞이한 현대건설은 지난달 25일 샌드박스네트워크와 협업해 국내 건설사 최초로 NFT를 발행했다. 이 NFT는 현대건설 창립 75주년을 기념하는 이미지와 샌드박스네트워크 NFT 프로젝트 ‘메타 토이 드래곤즈’를 결합해 골드, 실버, 브론즈 등급으로 나뉘어 제작됐다. 현대건설은 추후 발표할 NFT 로드맵에 따라 등급별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상표권은 자기 상품과 다른 상품을 식별하는 표시인 상표를 지정 상품이나 서비스에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상표법에 따르면 현재 상표를 사용하거나 미래에 해당 상표를 사용하려는 자는 상표 등록이 가능하다. 다만 상표를 등록한 사람이 정당한 이유 없이 3년 이상 지정한 상품이나 서비스에서 상표를 사용하지 않으면 상표등록은 취소될 수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는 “최근 가상세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우선 방어적 차원에서 상표권 등록을 해둔 것이지만, 소극적 차원보다는 앞으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가상세계 시장에서 고객과 소통할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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