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보름만이던 5월 25일 용산 대통령실 잔디광장에서 중소기업인 대회를 열었다. 대통령실 이전 후 경내에서 열린 첫 행사가 중소기업인 대회였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이 중소기업 정책에 많은 신경을 쓰겠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이를 반영하듯 정부는 ‘새 정부 경제 정책 방향’을 통해 중소·벤처 기업을 위한 혁신형·성장형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공공기관의 중소·벤처기업 자금 지원이 설립연도가 오래되거나 신용도가 높은 업체들에 집중된 데다 최근 금리 인상 상황까지 겹쳐 중소·벤처 기업들이 정책변화를 체감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5월 25일 경제발전에 기여한 중소·벤처기업인 포상을 위해 열린 중소기업인 대회에 중소·벤처기업인뿐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국내 5대 기업 총수를 모두 초대했다. 올해 33회를 맞은 중소기업인 대회에 5대 기업 총수가 모두 참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5대 기업 총수뿐 아니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부처 장관들은 물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산하 5명의 수석비서관도 모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새 정부는 중소기업이 4차 산업혁명을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단순한 지원정책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 성장에 집중하는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지난 13일 ‘새정부 경제 정책 방향’에서 중소·벤처기업이 민간 중심 성장의 핵심 축이 되도록 전 부처의 중소기업 재정지원사업과 정책 금융을 혁신성·성장성 관점에서 평가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며 지원하고 나섰다.
정부가 이처럼 혁신성·성장성 중심의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강조한 것은 중소기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의 최근 자금 지원이 안정성 위주로 이뤄지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약해졌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보증 및 융자업무를 수행하는 기술보증기금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경우 최근 신생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기술보증기금은 설립된 지 3년 이하 기업에 대한 보증 비중이 2015년 18.3%였으나 2021년에는 11.5%로 감소했다. 특히 설립 1년 이하 중소기업 보증 비중은 같은 기간 7.1%에서 2.8%까지 급락했다. 반면 설립 20년이 넘은 중소기업 보증 비중은 같은 기간 11.2%에서 17.3%까지 늘어났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경우 설립 3년 이하 중소기업에 대한 융자 비중이 2015년 29.3%에서 2021년 22.7%로 줄었다. 이 중 설립 1년 이하인 신생 중소기업 융자 비중은 같은 기간 13.3%에서 8.0%까지 하락했다. 이에 반해 설립된 지 20년을 넘어선 중소기업 융자 비중은 7.9%에서 13.7%로 상승했다. 새로운 기술로 승부하는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해야 할 기술보증기금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세워진 지 오래돼 자리를 잡은 안정된 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안정성 중시는 중소·벤처기업 금융지원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은행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은행 총대출액 중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이 2017년 75.5%에서 2021년 80.3%로 증가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늘어났지만 신용등급별 대출 비중을 보면 사실상 안정적 대기업 수준의 신용등급인 A- 이상의 중소기업에게만 대출이 후해졌다.
신용등급 A- 이상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은 2017년 50.0%로 전체 중소기업 대출액 중 절반을 차지했지만 2021년에는 58.5%로 8.5%포인트 늘어났다. 반면 A-보다 한 단계 낮은 BBB+를 받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16.9%에서 12.8%로 4.1%포인트 감소했다.
이보다 낮은 등급의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출 비중은 더욱 하락했다. 상환 위험도를 감안한 때문이라고 해도 BBB+의 경우 안정적 평가를 받는 등급이고, 대부분 기업들이 신용등급 목표를 이보다 한 단계 밑인 BBB로 삼고 있음을 감안하면 중소기업은행이 대출 평가 기준을 지나치게 안정성에만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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