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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서울혁신파크, 454억 쏟아붓고도 실패한 까닭

17개동 중 '혁신' 운영 9곳…큰그림은 서울시, 총괄은 센터, 운영·관리는 민간단체 '구조적 문제'

2022.06.23(Thu) 09:15:13

[비즈한국] 서울 은평구 불광역 인근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는 사회혁신활동 단체와 기업을 지원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 허브를 목표로 2015년 개장했다. 기후환경, 취업난, 식량문제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주체가 소통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였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 특정감사에서 ‘기관장 경고’를 포함 26건의 시정조치를 받으며 운영·관리 전반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18년 시 감사위원회가 37건에 달하는 시정조치를 내린 지 3년이 지났지만 예산 낭비, 인사 시스템의 허점 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6월 기준 주요 시설이 공유공간으로 이용되는 비중이 높은데 이마저도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혼재된 것으로 파악된다. 성격과 활동 방향이 다른 기관들이 관리 업무를 나눠 맡아 정체성이 퇴색했다는 점 외에도 파크 부지 활용에 관한 계획은 서울시가 주관하고, 건물·층별로 관리 주체가 다르다는 구조상의 문제가 있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가 사진=강은경 기자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의 운영·관리 문제가 서울시 감사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아래 사진은 서울혁신파크 내 폐쇄된 극장동. 사진=강은경 기자

 

“질병청이 있을 때는 밤낮으로 사람이 많았는데 이제는 어느 구역을 가도 한적하다. 이 동네에서 이 부지는 굉장히 넓은 땅인데 잘 활용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학교 부속 건물이나 호텔이 들어온다는 말은 많았는데 이젠 그런 기대는 안 한다.” 20일 서울혁신파크 청년청 인근 야외 휴식 공간에서 만난 주민 A 씨는 파크 내 폐건물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청년청은 청년들의 일과 실험 등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원래 자립실험실, 청년 입주 공간 등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31일 자로 문을 닫았다. 주변의 다른 건물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파크 좌측 구역에 위치한 건물 중 재생동과 제작동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운영되는 건물이 없었다. 극장동과 예술동은 청년청보다 앞서 비워진 채로 방치돼 있고 서울시의 식생활종합지원센터가 맡은 맛동은 굳게 잠겨 있었다.

 

파크 내 시민 공유 공간(위)과 텅 빈 전시 공간. 사진=강은경 기자


#17동 중 취지 걸맞게 ‘정상 운영’ 건물은 9동

 

비즈한국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혁신파크를 운영·관리하는 서울혁신센터가 활용 용도를 밝힌 건물 17곳 중 3곳은 폐동이었다. 서울기록원, 50+서부캠퍼스 등 사실상 외부 기관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건물과 우체국, 병원 등이 입점한 참여동 등을 제외하면 혁신센터 취지에 부합하는 곳 중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건물은 △미래청 △상상청 △재생동 △제작동 △우드파크 △SeMA창고 △연수동 △연결동 △공유동 등 9곳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혁신’이라는 특색이 두드러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파크의 핵심 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미래청과 상상청 공간 내부는 주로 벤처기업과 사회적기업 등이 사무실로 임차했다. 상상청 2층 등 일부 구역은 코워킹 공간으로 활용된다. 서울혁신센터 관계자는 제로웨이스트, 인권, 환경, 재활용 등 다양한 분야의 혁신 주체들이 터를 잡고 활동하며 연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확산 전에는 파크 내에서 관련 행사나 연계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다만 현재는 전시와 활동을 위한 대형 프로젝트 공간이 청소도구들과 함께 방치된 모습이다. 미래청에 마련된 시민개방 오픈 스페이스 등은 이용객이 없어 ​넓은 공간이 ​텅 비어 있었다. 입주한 시민단체 수는 지난해 말 237개에서 올해 4월 말 183개로 줄었다. 서울혁신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활용을 못하고 있다. 2층에 마련된 회의 공간은 입주 단체들이 활용 중”이라며 “이번 달 중순부터 대관을 열고 전시 공간의 활용 계획도 곧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기업과 혁신 관련 벤처기업들에게 일정 기준을 적용해 공간을 임대한다는 점에서 혁신 플랫폼의 기능을 일부 수행하고 있지만, 사무공간 제공에 그친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도 운영실태 감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지향목표가 다른 기관·단체가 혼재돼 혁신파크 정체성 퇴색, 입주단체 선정에서도 추상적 기준 적용으로 성과·실적에 대한 검증과 평가 미흡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이라고 지적했다.

 

#혁신 기업 플랫폼이지만 감사 결과 운영은 ‘구태’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민간위탁 사업에 대한 대대적 감사와 조사에 착수하며 서울혁신파크를 운영해온 서울혁신센터 감사도 진행했다. 감사 결과 기관장 경고와 함께 시정, 주의 요구 등 총 18건의 조처를 내렸다. 2018년 당시 예산 낭비, 사업·인사 비리 등 문제로 홍역을 치렀는데 또 다시 지적사항이 쏟아진 것이다. 

 

시 소관부서를 포함하면 지적 건수는 총 26건에 달한다. 감사위는 △연수동 운영 용역계약 및 관리감독 업무 소홀 △내부위원만으로 인사위원회 구성 △채용 합격자 기준 임의 변경 △승진 및 승급 운영 부적정 등을 주요 지적사항으로 꼽았다. 

 

시설 운영과 관리를 중간지원조직이 분담한 것이 파크 운영의 비효율성을 키운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사진=강은경 기자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고 유지·관리의 문제가 반복되는 데는 다양한 운영 주체가 얽혀 있는 구조적 문제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혁신파크는 은평구 옛 질병관리본부 터 약 11만㎡ 부지에 조성된 국내 최초·최대의 사회혁신 집적 단지다. 센터는 시민 세금으로 운영된다. 박원순 전 시장의 재임기간인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센터에 투입된 세금은 454억 4400만 원이다. 2015년 4월 개소한 서울혁신센터는 지금까지 총 세 차례 민간위탁 기관을 선정해 파크 전반을 운영·관리하고 있다. 현재는 이퓨앤파트너스와 미래도시환경연구원 등이 위탁 운영 중이다.

 

서울혁신파크 총괄 운영주체는 민관합동조직인 서울혁신센터지만 3년마다 민간기관에 운영을 수탁한다. 그런데 청년허브,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등 ‘중간지원조직’에 해당하는 단체들이 별도로 고유 위탁업무를 맡아 관리한다. 미래청의 경우 건물 1층을 기준으로 왼쪽은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오른쪽 청년허브가 주관하는 식이다. ‘시설의 운영과 관리’를 주요 업무로 하는 기관이 한 건물 내에서 단계별로 얽힌 셈이다. 운영 구조상 업무가 중복되기 쉬운 형태다. 혁신파크 입주단체의 절반을 이 중간지원조직이 선정·관리하고 재산관리책임도 8개 중간지원조직 관리부서로 분산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파크 전체 부지 활용에 관한 큰 그림을 구상하는 권한은 서울시 소관인 것도 임대 공간을 온전히 활용하기 어려운 배경 중 하나다. 지난해 오세훈 시장은 서울혁신파크를 ‘서북권 새로운 생활경제 중심지’로 바꾸는 것에 초점을 두고 용역을 진행 중이다. 파크를 관할하는 서울혁신센터조차 정확한 부지 활용 방향을 알지 못한 채 서울시 소관부서의 결정에 따라 건물을 폐쇄했다는 것.

 

서울혁신센터 관계자는 “넓은 부지가 전부 센터의 소관 구역은 아니다. 서울기록원, 서울50+서부캠퍼스 등은 외부 기관이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파크 구성을 기획하는 역할은 서울시가 한다. 입점 가능한 공간을 지정해주면 센터는 그에 맞게 입점 업체들을 대상으로 공고를 내는 것”이라며 “좀 더 다양한 공간을 주도적으로 활용하면 좋겠지만 센터로서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감사위 측은 “수탁기간(2021년 1월~2023 12월) 중 필수적인 혁신파크 시설관리 위주의 효율적 운영이 바람직해 보인다”며 “담당자 업무소홀, 관련 규정 미숙지 등에 기인한 감사결과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시정·개선토록 하고 업무와 관련해 지속적인 교육과 점검을 시행토록 하는 등 동일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 중이다”고 밝혔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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