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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편리함 뒤엔 콜센터 상담사의 '불편한 현실'

대기업식 하청 고용에 따른 부조리 여전…사무금융노조 "간접고용 줄어야 근무환경도 개선"

2022.06.22(Wed) 16:35:11

[비즈한국] 각종 배달·쇼핑·숙박 플랫폼은 편리함을 앞세워 사람들의 삶에 파고들었다. 빠르게 몸집을 키워 어느덧 기업가치 1조 원을 훌쩍 넘긴 플랫폼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대기업만큼 커졌다. 문제는 플랫폼 기업이 성장하고 콜센터가 늘어나면서 구태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 이용자가 늘면서 플랫폼 기업들이 콜센터를 확충하고 있다. 사진은 콜센터 노동자들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연합뉴스

 

#작업공간·휴게시설 ‘불만족’, 휴가 사용도 어려워

 

“상담센터는 일주일 24시간 돌아가는데 청소 인력은 주말에 배치하지 않는다. 일요일 저녁이면 화장실과 휴게실에 사람 키만큼 쓰레기가 쌓인다.” 


“상담사 보호제도에 따라 고객이 욕설하면 전화를 끊을 수 있다고 교육받았지만 회사는 ‘고객이 본인에게 욕한 것인지 생각해보라’는 등 납득할 수 없는 지시를 한다. 고객이 욕을 해야 상담사가 전화를 끊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시간을 끌다 마지막에 욕설을 하고 전화를 끊는 이들도 있다.”

 

이 증언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콜센터 고용구조 개선 및 플랫폼 시장 대응 입법 토론회’에 참석한 배달의민족 콜센터 상담사 A 씨가 밝힌 현장 상황이다. A 씨에 따르면 배민 콜센터의 모습은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 기존 콜센터에서 보이던 노동 환경 문제가 플랫폼 콜센터에서도 반복되는 것. 게다가 플랫폼 콜센터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업주, 라이더 등 이용자 성향이 다양해 악성 민원도 ‘고도화’하면서 상담사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24시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플랫폼 산업의 그림자인 셈이다.

 

플랫폼 업체는 주로 콜센터 대신 챗봇으로 CS(고객서비스)를 해왔지만 시장이 커지고 이용자가 늘면서 상담사가 응대하는 콜센터를 확충하고 있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광주에 500석 규모의 콜센터를 신설했다. 아직 운영 전인 이곳을 빼고 서울 콜센터 3곳(송파·장한평·대흥)과 지난해 11월 만든 부산 콜센터까지 합치면 상담원 규모는 1500명에 달한다. 카카오T 운영사 카카오모빌리티는 서울에 2개 콜센터를 운영 중이며, 수도권 외 지역에 추가 오픈을 검토하고 있다. 야놀자는 서울·춘천·대전 등에 5개, 여기어때는 용산·부천에 콜센터 2개를 운영 중이다. 배민 외 플랫폼의 콜센터 상담사 수는 200~300명 규모가 주를 이룬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배민 광주 콜센터 신설 소식에 ‘간접고용 확대’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5월 노조 측은 “우아한형제들은 콜센터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하청 노동자를 직접 고용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수급 사업자가 운영하는 신생 콜센터는 아노미(무질서) 상태”라며 “연차 사용 제한, 강도 높은 이석 감시, 미흡한 교육 등 콜센터의 부조리한 관행이 모여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국내 주요 플랫폼 기업은 콜센터 노동자를 간접 고용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포함해 요기요·쿠팡이츠·여기어때·카카오T·컬리·야놀자 모두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KS한국고용정보, 유베이스 등 외주 업체에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콜센터를 운영한다. 

 

부조리한 관행이나 혼선은 배민 콜센터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무금융우분투비정규센터는 5월 24일~6월 12일 플랫폼 콜센터 노동자 66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는 배민, 쿠팡·쿠팡이츠, 카카오 계열사, 야놀자, 오늘의집, SSG닷컴 등 여러 플랫폼 업체의 콜센터 노동자가 참여했다. 이들의 고용 형태 비율은 간접고용 68%, 파견 18%, 직접고용 8%, 자회사 6%였다.

 

실태조사 결과 휴게시설과 작업공간이 열악하다는 답변이 눈에 띈다. 특히 휴게시설의 경우 응답자 56.1%가 불만족한 편(매우 불만족 30.3%, 불만족 25.8%)이라고 답했다. 작업공간에 대해선 36.4%가 불만족(매우 불만족 19.7%, 불만족 16.7%)하다고 했다. 

 

플랫폼 콜센터 노동자들은 휴가를 사용하거나 화장실을 가는 데에도 제약받았다. 응답자 48.5%가 연차·병가 사용에 제한이 있었고, 24.2%는 아예 쓰지 못했다. 화장실을 마음대로 갈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39.4%가 ‘어렵다’고 답했다. 가능한 이들은 34.9%, ‘보통’은 25.8%였다. 

 

특히 임금과 노동조건의 만족도가 매우 낮았다. ‘매우 불만’이 43.9%, ‘불만’이 25.8%였다. ‘만족’, ‘매우 만족’이라고 답한 이들은 각각 1.5%에 그쳤다. 조사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월 평균임금은 192만 원이었다. 익명의 플랫폼 콜센터 노동자는 커뮤니티에 “채용공고에는 업계 최고 대우, 평균 임금 250만 원 등을 내걸지만, 이것은 성과급을 최고로 받을 때 이야기고 소수에게만 해당한다. 아예 거짓말인 경우도 많다. 공고를 보고 가면 최저임금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플랫폼 업체 콜센터에서도 기존 콜센터에서 나온 문제가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민주노총에서 진행한 콜센터노조 실태조사 발표 및 하반기 공동행동 선포 기자간담회. 사진=연합뉴스


실태조사를 실시한 최재혁 사무금융노조 부국장은 “플랫폼 산업의 성장과 비대면 업무 강화를 고려하면 플랫폼 업체의 간접고용 콜센터 노동자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콜센터 노동자가 늘면서 노동환경이 기존의 다른 콜센터에 비해 열악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법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국회에서도 제도 마련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앞의 토론회에 참석한 윤미향 의원은 “현행 법 체계에도 콜센터 노동을 규율할 수 있는 법규와 제도가 있지만 현실과 괴리가 있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라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사업이전에서의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등 ‘콜센터 5법’을 다음 달 중에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간접고용 줄어야 노동환경 문제도 개선”

 

다만 일부 플랫폼 업체는 콜센터의 복지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요기요 운영사 위대한 상상(옛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관계자는 “역세권인 교대역 주변에 콜센터를 두고 카페테리아, 안마의자 등 사내 복지를 제공한다”며 “상담사 보호 프로세스를 구축했으며 상담사 케어가 잘 이뤄지도록 아웃소싱 현장 대리인에게 요청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센터 운영이나 복지, 연차 사용에 본사가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대신 복지 차원에서 배민 쿠폰을 제공하고 블랙컨슈머로부터 상담사를 보호하기 위한 프로그램 ‘우아케어’를 운영한다. 콜센터 좌석도 타사보다 넓은 편”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플랫폼 콜센터의 고용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노동환경 개선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조합의 필요성도 대두된다. 문종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콜센터 조사를 해보면 직고용인지 외주인지에 따라 노동조건의 차이가 크다. 노조 유무에 따라서도 당연히 격차가 커진다”라며 “고용 불안정성이 큰 간접고용 형태에서는 노조가 생기기 어렵다. 노조를 결성하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노동자의 우려가 크고, 노조를 만들었을 때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낮기 때문이다. 직고용 업체나 공공부문 콜센터 위주로 노조가 생기는 이유다. 결국 고용 안정성이 취약한 간접고용 형태에선 노동자가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라고 짚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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