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독일 방위산업이 전차군단 독일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단단히 준비하는 모양새다. 지난 6월 13일부터 열린 유럽 최대의 방위산업 전시회 유로사토리(Eurosatory)를 전후해서 독일 방위산업체들은 4종의 서로 다른 신형 전차를 선보이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사실 독일은 미국과 함께 21세기 세계 전차 시장에서 최고의 지위를 잃어버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냉전 시대에 제작된 독일의 제3세대 전차 레오파드(Leopard)2의 경우 2400대 이상이 생산된 다음, 탈냉전 시기에는 대량의 중고 전차 물량이 판매되어 19개국에 수출되었고, 대부분이 그 나라의 주력전차 역할을 맡고 있다. 생산 수량은 미국의 M1a1 에이브람스(Abrams)가 몇 배 많지만, 수출국 숫자로는 20년 넘게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런 와중에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독일에서 발표된 신형 전차 모델을 4종이나 발표한 것은 독일 방위산업은 물론 유럽 안보에 변곡점이 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레오파드2는 헝가리나 폴란드 등에서 아직도 전차 구매사업에 입찰하는 와중인데. 왜 독일은 신형 전차를 서둘러 선보인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기 위해선 우선 이번에 발표된 전차 4종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우선 올해 가장 먼저 발표된 ‘링스(Lynx)120’의 경우, 독일 라인메탈(Rheinmetall AG)사의 링스 KF41 보병전투차에 신형 120mm 전차 포탑을 얹은 경량전차, 혹은 화력지원 차량(Fire support vehicle)이다. 경량 전차라고 했지만 어디까지나 60톤이 넘는 M1 에이브람스보다는 가볍다는 뜻이지, 원본인 링스 장갑차가 워낙 중장갑이라 50톤 가까운 무게에 덩치는 우리 군의 주력전차인 K2 흑표전차보다 더욱 크다.
두 번째로 살펴볼 것은 KMW(Krauss-Maffei Wegmann)사의 궤도형 복서(tracked Boxer) 화력지원차량이다. 이것은 복서 차륜형 장갑차를 무한궤도가 달린 궤도형 차량으로 개조한 다음, 120mm 전차포와 능동 방어시스템(APS,Active Protection System)을 장착한 것으로, 이 역시 40톤 이상의 무게를 가진 사실상 전차 수준의 크기와 화력을 갖췄다.
그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EMBT 전차 기술시범모델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현재 MGCS(Main Ground Combat System)라는 이름으로 차세대 전투차량 연구를 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연구의 일환으로 레오파드2 전차의 차체에 프랑스 르끌레르(Leclerc) 전차의 개량형 포탑을 결합한 합작전차다. 자동장전장치, 무인기 격추가 가능한 신형 30mm 기관포, 능동 방어 시스템 및 전 방향 증강현실(AR)시야 시스템, 드론과 드론 오퍼레이터가 탑승되어 미래전에서 전차의 임무에 대해서 연구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라인메탈의 KF51 판터(Panter) 전차가 있다. EMBT와 같이 레오파드2 전차의 차체에 새 포탑을 얹었지만, 라인메탈의 신형 주포인 130mm 활강포, HERO-120 공격드론, TAPS 신형 드론화 능동 방어 장비, 자동 장전장치를 갖추었다는 점에서 EMBT와 다른 무장 콘셉트를 가졌다.
그렇다면, 독일은 왜 이렇게 4종의 서로 다른 경전차와 중전차를 앞다투어 제시할까?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현대전에서 전차의 위상을 지키기 위한 해결법을 찾기 위해서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차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지만, 한편으로는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NLAW 대전차 무기, TB-2 드론 등을 사용한 다양한 공격수단에 러시아 탱크의 피해가 엄청났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독일 업체들이 드론 요격을 위한 자동화 기관포, 전차 포탑 위로 드론을 뛰어서 위에서 공격하는 미사일을 파괴하는 신개념 능동 방어 시스템, 전차 포 사거리 밖 표적을 파괴할 수 있는 자폭 드론 등 다양한 신개념 무기를 가진 미래 전차를 선보였다.
두 번째는 수출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다시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앞서 말했듯이 독일은 레오파드2 전차를 대량으로 수출하는 데 성공하여 북대서양 조약기구 나토(NATO)는 물론 아시아와 중동에도 수출했다. 하지만 레오파드2는 첫 등장 한 지 이미 40년이나 지났고 고객들은 전차를 사용한 전차전보다는 보병 및 지상부대를 지원하는 용도로 전차를 활용하면서 다양한 수요에 맞춰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이 때문에 전차가 아닌 장갑차에 전차포를 장착하여 60톤급 주력전차보다 가벼운 무게와 경제성을 갖추되, 적의 로켓이나 급조폭발물, 지뢰를 방어하는 방어력을 갖춘 화력지원차량과 주력 전차로 포트폴리오(portfolio)를 다양화한 것이다.
마지막 이유는 독일 방위산업체간의 정책적 갈등 때문이다. 독일 방위산업의 자랑 레오파드2 전차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베스트셀러 무기이지만, 독일의 두 대형 방위산업체 KMW와 라인메탈이 복잡하게 연관되어 있어 수출과정에서 다소간 갈등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독일과 프랑스의 차세대 전차 사업인 MGCS(Main Ground Combat System)에는 라인메탈이 참여하지 못해 라인메탈은 미래 먹거리를 위해 독자 개발한 차세대 전차를 선보였다.
그렇다면 우리 방위산업은 독일의 신형전차 공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수출을 위해 다양한 고객을 맞추는 맞춤형 K2 개발을 지속해야 한다. 이미 우리는 한국군용 K2, 폴란드용 K2PL, 노르웨이용 K2NO 및 K2M 버전을 다양하게 제작 중이다. 군이 운용 중인 K2전차에도 수출용 버전의 개선점을 도출하고 실제로 운용하여 고객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흑표 전차의 4차 양산물량을 수출형 모델로 생산하거나, 기존 K2전차의 조기 업그레이드를 추진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국내 방위산업체의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는 대신,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협력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는 경량 화력지원차량으로 두 회사가 차륜형과 무한궤도형을 각각 제안 중이다. 군과 국방부가 차세대 화력지원차량의 구동 시스템을 조기 채택한 뒤, 국내 회사들이 모두 참여한 차세대 화력지원차량을 제작, 독일과 달리 단일 모델로 수출추진과 국내생산을 추진하여 효율성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드론과 미사일의 발달로 전차 무용론이 한때 제기되었지만 언제나 전차는 전장의 주력으로 자리 잡았다. 전차 왕국 독일의 경우를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의 전차도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기회를 잡길 기대해 본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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