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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불법을 위한 기업' 위장계열사란 무엇인가

규제 회피·내부거래 등 각종 목적 위해 은밀히 설립… 내부 고발 없이 적발 어려워 '포상금제도' 운용

2022.06.20(Mon) 16:17:11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4월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76개 지정과 관련해 브리핑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계열사 수, 업종, 규모 등은 기업집단의 순위를 매기는 주요 기준 중 하나다. 따라서 기업집단으로서는 계열사가 있다면 남김없이 드러내 외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가끔 계열사를 신고하지 않거나 숨기는 경우가 있다. 계열사임에도 계열사로 드러나지 않은 회사는 기업집단에 편입하지 않았다는 의미로서 ‘미편입 계열사’라고 불리지만, 언론 등에선 ‘위장계열사’라는 용어를 더 자주 사용한다. ‘위장’이라는 부정적인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위장계열사를 향한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서도 위장계열사를 ‘전·현직 임직원 명의를 차명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식을 소유하거나 자금의 대차 관계 등을 이용해 실질적으로는 지배관계에 있지만, 외견상으로는 계열관계가 아닌 것으로 은닉해 있는 회사’라고 설명하고 있다. 위장계열사가 설립과 운영 과정에서 탈법적인 수단을 쓰고 있음을 암시하는 셈이다. 

 

실제로 불법·탈법적인 관행에 위장계열사가 동원된 사례는 드물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로 비자금 조성, 회사자금 횡령에 위장계열사가 동원되는 경우가 있다. 서울남부지법 2005가합12537 판결은 위장계열사를 설립·운영함으로써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개인 자금으로 유용한 사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판결에 따르면 ① 폐기물 처리업체를 인수해 위장계열사를 설립한 후 ② 위장계열사에 그룹의 폐기물 처리물량을 몰아주고 ③ 위장계열사가 실제 처리한 물량보다 과다한 물량을 처리한 것처럼 허위 서류를 작성하고 이에 근거해 회사 자금을 과다 송금 ④ 위장계열사 계좌에서 개인 계좌로 이체해 회사 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경우였다.

 

이처럼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위장계열사가 적발된 여러 사건을 보면 기업이 위장계열사를 여러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종합건설사가 건설공사(시공)를 수주한 현장에 그 종합건설사 계열사가 설계·감리업무까지 수주하면 부실 공사·책임감리 훼손 등의 문제를 지적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이때 계열사라는 사실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설계·감리 사무소를 대신 세운다면, 종합건설사는 시공 사업을 독식하면서도 부실시공 등의 문제를 은폐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다. 경쟁 입찰에 여러 위장계열사를 내세워 참여해(일명 ‘벌떼 입찰’) 낙찰 가능성을 높이거나 처음부터 경쟁의 여지를 없앨 수도 있다. 무엇보다 위장계열사를 설립·운영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공정거래법상 대규모기업집단에 대한 각종 규제를 회피하려는 목적이 크다. 

 

공정거래법은 대규모기업집단을 규제하는 제도로서 상호출자금지, 신규 순환출자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채무보증제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제공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만약 계열사를 설립했지만 이를 공시하지 않고 존재를 숨겨왔다면, 앞선 기업집단 관련 규제를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의심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공정거래법에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를 제재하는 규정이 도입돼 총수 일가가 직·간접적으로 지배하는 회사와 대놓고 거래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따라서 내부거래에 위장계열사를 동원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일부 기업집단은 불법 또는 탈법적인 행위를 위해 고의로 관계를 숨긴 위장계열사를 운영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위장계열사 중 ‘계열사’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계열사, 즉 기업집단의 범위에 포함되는 회사를 ① 동일인(오너) 등이 30%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 ② 동일인 등이 회사의 경영에 대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인정되는 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에 따르면 지배적인 영향력을 인정하는 경우로는 ① 동일인이 대표이사를 임면했거나 임원 50% 이상을 선임할 수 있는 회사 ② 조직변경 또는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나 업무 집행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회사 ③ 동일인의 회사와 인사교류가 있는 회사 ④ 동일인 등과 해당 회사 간에 통상적인 범위를 초과해 자금·자산·상품·용역 등의 거래 또는 채무보증이 있는 회사 ⑤ 해당 회사가 동일인의 기업집단의 계열회사로 인정될 수 있는 영업상의 표시행위를 하는 등 사회 통념상 경제적 동일체로 인정되는 회사 등으로 열거하고 있다. 즉 임원의 임면에 관여하거나, 인사교류가 활발하거나, 내부거래 규모가 크거나 상호를 혼용하는 경우 계열사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위장계열사 중 ‘위장’은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할까? 이는 허위 계열사 자료를 제출해 공정거래법위반죄라는 문제가 생겼을 경우, 위반의 고의 여부로 판단한다. 서울고등법원 2019노1527 판결은 계열사에 관한 허위 자료를 제출했더라도 고의성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한 케이스다. 비록 최초 제출 자료에는 계열사 관련 내용이 누락됐지만 그 후 공정위 답변에 따라 자발적으로 자료 누락 사실을 알리고 계열사 편입신청을 했다는 점 등에 비춰서다. 공정위에 허위 지정 자료를 제출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거나, 인식을 넘어 이를 용인했다는 점을 입증한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 

 

위장계열사는 은밀하게 만들어지므로 내부고발 없이는 밝혀지기 어렵다. 이에 정부는 2021년 하반기부터 위장계열사(지정자료 계열사 누락)를 신고한 경우 최대 5억 원의 신고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 위장계열사 적발 사례가 더욱 늘어날지는 지켜볼 일이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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