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75bp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도 빅스텝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언론상에서는 자이언트 스텝, 빅스텝(한 번에 50bp 금리 인상) 등이 자주 거론되고 있지만, 많은 수의 일반 투자자들은 관심 없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투자한 내 돈이 얼마나 늘어날지, 대출금리는 얼마나 내게 될지가 최대의 관심사일 뿐이다. 하지만 사실은 연준의 결정이니, 한은의 결정이니 하는 것도 투자자들의 관심권 안에 있어야 하는 것이 맞다. 모든 경제의 순환이 결국에는 우리의 삶이고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이면서 주식과 채권을 투자하는 사람들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없다. 다행히 16일은 미국 연준의 깜짝 자이언트 스텝 행보에도 금융시장은 ‘불확실성 제거’라며 오히려 안도했다. 뉴욕증시가 급등 마감하는 것을 보며 국내 주식시장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겠구나 했는데, 8거래일 만에 반등하긴 했지만, 불안감이 해소되지는 않았다. 한 전문가는 주식과 채권이 어려운 시기라면 에너지와 자원 수출국을 오히려 투자해본 것도 대안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우리들은 소소하게 시작해보자고 제안한다.
직장인 A씨는 결혼자금으로 모은 5000만 원의 주식자금을 어디다 투자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곧 결혼할 예정이라 자금을 써야 하므로 대외 불확실성의 영향을 받는 위험자산에 넣어둘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직장인 A씨처럼 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돈을 빼내 예금으로 돌리는 ‘머니 무브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시중 통화량은 광의통화(M2) 3667조 1000억 원으로 원으로 전달보다 6000억 원(0.2%) 증가했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 협의통화(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등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통화 지표다. 금융 상품별로는 요구불예금이 7조 6000억 원, 2년 미만 정기 예·적금도 4조 2000억 원 늘었다.
단기간에 목돈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테고, 당장 좋은 투자처를 찾아볼 수 없다면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가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파킹 통장’이다. 파킹 통장은 단기간 여유 자금을 묻어둘 수 있도록 금리 혜택을 줘 수시 입출금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은행이 제시한 기준 이상을 예금하면 하루를 맡기더라도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제공한다. 마치 자동차를 주차(파킹·parking)하는 것처럼 목돈을 은행에 파킹한다는 뜻에서 유래됐다. 예치 기간별, 금액별로 차등화된 금리를 지급하는 다양한 파킹 통장이 출시되면서 결혼을 앞둔 젊은 층부터 은퇴자금을 운용하려는 노년층까지 관심이 높다.
파킹 통장의 내용을 보면 증권사의 CMA 통장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파킹 통장은 은행 예금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예금자 보호를 받는 반면, 증권사 CMA통장은 원금 보장은 되지 않는다. “단 1원이라도 잃는 것은 싫어요”하는 사람들은 파킹 통장을 선택하면 된다. 또 다른 점은 파킹 통장과 CMA 통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투자 성격이다. CMA통장은 주로 펀드나 주식 등 자본시장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 반면, 파킹 통장은 결혼자금이나 학자금 등 목돈 지출이 예정돼 있는 사람들이 잠깐 돈을 맡길 때 가장 많이 활용한다. 여기다 가장 중요한 다른 점은 CMA 금리는 파킹 통장에 비해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파킹 통장 가운데 아무 상품에나 목돈을 넣어두는 것은 지양하기를 바란다. 은행별로 금리를 제공하는 기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연 3% 금리를 주는 상품도 있다. 물론, 가입에는 나이 제한이 있고, 급여 입금이나 자동이체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 100만 원까지만 금리가 적용된다.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이자도 받지 못하고, 입출금 시 수수료가 붙을 수도 있다. 또 다른 상품은 금액 상관없이 무조건 확정 이자를 주기도 한다. 물론, 다른 은행에 비해서는 금리가 그리 높지 않다. 이 밖에도 우대실적을 쌓거나 마케팅 동의를 해야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등 은행별로 다르기 때문에 각자마다 상황에 맞는 상품을 꼼꼼히 골라야 한다. 현재 예치 가능한 자금과 자금을 운용하는 목적에 따라 상품을 따져봐야 실패하지 않고 금리 혜택을 잘 받을 수 있다.
파킹 통장의 단점도 있다. 강제성이 없고,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해 언제든지 돈을 모을 수도 있지만, 쉽게 돈을 빼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돈을 모아야겠다는 강박관념이 없다면 언제든 텅텅 빈 통장과 마주할 수도 있다. 당연히도 강제성이 있는 적금보다는 금리가 낮다는 점도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들려는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다.
한 사상가는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기본적인 정서는 ‘공포’라고 했다. 지금 돈을 모아두지 않으면 노후가 힘들 것이라는 두려움, 지금 일하지 않으면 아플 때 치료비를 낼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 등의 공포가 사회가 움직이는 데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두려움과 우려가 시장을 움직이고, 우리를 움직인다. 여유자금을 관심 없이 예금에 그대로 묵혀놓기보다는 지금이라도 다른 뭔가를 해보기를 권한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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