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검찰이 기업을 수사하도록 고발할 수 있는 권한인 전속고발권이 결국 수술대에 오른다. 공정위의 판단이 지나치게 ‘제각각’이었다는 불만은 검찰을 포함, 법조계에서 오랜 기간 지적했던 문제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취임과 함께 결국 공정위의 고발 권한도 손을 보게 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경찰’로 막강한 존재감을 과시했던 공정위.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공석이 된 위원장 지명이 계속 지연되는 등 역할 비중이 작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관련 연구용역 발주
공정위는 최근 전속고발권 및 고발요청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용역의 목표는 ‘공정위 고발 사건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와 이유, 법원의 최종판결, 해외 현황 등을 분석해 이를 토대로 고발지침 개정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세부평가 기준표에 따라 매겨진 점수로 고발 여부를 결정하는 현재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11월까지 연구를 진행해 그 결과를 토대로 한 고발지침 개정안을 내년 1분기 즈음 공개할 계획이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이나 하도급 등 공정거래 관련 법률 위반 행위는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수사와 법원 기소가 가능토록 한 제도다. 이에 기업들은 벌금(과징금)보다 고발을 막는 데에 혈안이 됐다. 검찰 기소 후 법원 재판까지 가게 되면 수년간 계속 리스크가 이어지기 때문. 기업에게는 공정위 판단이 그만큼 절대적이어서, 이를 막기 위해 기업이나 대형 로펌에서 공정위 출신을 임원이나 전문위원으로 ‘모셔가는’ 일도 빈번했다.
자연스레 검찰을 포함한 법조계에서는 “공정위 재량 범위가 너무 넓다”는 비판이 나왔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개혁은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지난 3월 대통령 선거를 며칠 앞두고 대한변호사협회도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제도 폐지 필요성을 제기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개선 시도는, 고발 조치가 잦았던 문재인 정부 때와 다르게 친(親)기업에 가깝게 ‘더 엄격한 기준 마련’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공정위 측도 “기존 고발 사례들을 분석해 공정위가 엄정하고 객관적으로 고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별도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정부 중 가장 늦은 위원장 지명
흥미로운 점은, 윤석열 정부가 공정위의 역할에 대해 ‘높은 비중’을 두지 않는 모양새라는 점이다. 당장 공석인 새 정부 첫 공정거래위원장 지명도 지지부진하다. 역대 정부 중 가장 속도가 늦다. 재벌 개혁 기조를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는 1주일 만에 김상조 전 공정위원장을 임명했다. 당시 김상조 위원장 지명은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무조정실장을 제외하고 첫 장관급 인선이었을 정도였다. ‘재벌 저격수’로 알려진 김상조 전 위원장은 기업과 대립각을 세우며 공정위의 존재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하지만 친(親)기업을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40일이 넘도록 공정위원장 지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한때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지명이 되지 않았다. 그 후에도 몇몇 변호사들이 거론되었지만, 아직 하마평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 때도 공정위는 경제1분과에 과장급 한 명을 파견하는 데 그쳤다. 공정위는 국장급 1명과 과장급 1명을 파견하려고 했지만, 인수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과 공정위의 관계를 봐야 한다고 분석한다. 공정위와 협업한 적이 있는 한 검사는 “공정위에서 이뤄지는 결정이 검찰에 비해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 검찰 고발과 법원 판단을 상대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기업 수사 여부를 판단하는 점 등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지적”이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 공정위가 기업 수사 고발 횟수를 늘리는 만큼 이에 대한 검찰의 불만도 상당했다”고 귀띔했다.
이런 시선이 검찰에 팽배한 분위기와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공정위의 역할은 작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는 대목이다. 인수위에 근무했던 법조인은 “공정위원장에도 검찰 출신이나 법조인 출신들이 거론되는 점도, 공정위에 더 엄격한 판단 기준을 만들기 위함일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때 너무 비대해진 감이 있고 이를 손보는 과정이지 않겠냐”고 풀이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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