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을 운영하는 빗썸코리아와 라이브 커머스·콘텐츠 유통 업체 버킷스튜디오가 공동으로 설립한 빗썸라이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빗썸 COO(최고운영책임자) 출신인 한성희 CEO 등 임원진이 잇따라 회사를 떠나는데다, 빗썸 네임밸류에도 불구하고 NFT, 메타버스 사업에서 빗썸과 이렇다 할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다.
빗썸라이브는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더립을 빗썸코리아와 버킷스튜디오가 인수해 만든 업체다. 빗썸코리아와 버킷스튜디오는 2021년 9월 더립에 60억 원씩 투자해 37.5%씩 지분을 보유하면서 공동 최대주주에 올랐다. 빗썸라이브는 빗썸코리아의 사업보고서에 계열사로 명시돼 있다(관련기사 '경영진 물갈이' 이정훈 전 빗썸 의장, 경영권 붙들고 신사업 방향 비틀까).
두 회사가 투자했지만 빗썸라이브 운영은 버킷스튜디오가 주도하는 형태다. 빗썸라이브가 버킷스튜디오 건물인 서울시 서초구의 이니셜타워1에 입주한 데다, 단독대표 자리는 강지연 버킷스튜디오 대표가 맡았다. 빗썸라이브 초기 임원진으로는 빗썸을 포함해 대기업에서 실무를 맡았던 이들을 신규로 영입했다.
이 과정에서 빗썸 COO(최고운영책임자)와 자금세탁방지센터장을 맡았던 한성희 상무가 빗썸라이브 초기 CEO(부사장)로 영입됐다. 한 전 CEO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요기요 옛 운영사), 삼성전자, 네이버 등을 거친 융합 서비스·UX 전문가다.
그러나 취재 결과 한 전 CEO는 5월경 이미 빗썸라이브를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임 이유로 건강상의 문제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버킷스튜디오에 따르면 차기 CEO는 전문경영인을 영입할 전망이다. 빗썸라이브를 떠난 임원진은 한 전 CEO만이 아니다. NHN 엔터테인먼트, 삼성 SDS, 스마일 게이트 등을 거친 장진덕 빗썸라이브 CPO(개인정보보호책임자)·COO도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장 전 CPO의 링크드인 경력란에는 4월까지 빗썸라이브에 재직한 것으로 명시돼 있다.
빗썸라이브는 국내 대표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의 네임밸류 덕에 주목받았지만, 현재 재무 상황은 좋지 않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산 101억 원, 부채 1억 원으로 시작했지만 올해 1분기 기준 자산은 86억 원, 부채는 11억 원으로 증가했다. 실적을 보면 1분기 매출로 4억 4600만 원을 기록했지만 손실은 그보다 커졌다. 당기순손실이 지난해 말 10억 원에서 1분기 기준 25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방향성도 아쉽다는 소리가 나온다. 빗썸라이브는 메타버스·NFT를 접목한 국내 첫 멀티 커머스를 목표로 시장에 등장했지만, 현재 일반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 사내에 NFT 사업부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 빗썸라이브 플랫폼 내에 메타버스나 NFT 마켓을 도입할지, 도입 시기가 언제일지는 미지수다.
빗썸코리아와의 시너지도 약해 보인다. 빗썸코리아는 지난 2월 170억 원을 단독 출자해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NFT 마켓 플레이스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자회사 빗썸메타를 설립했다. 빗썸메타의 초대 대표이사는 빗썸라이브 사외이사(등기임원)로 선임된 조현식 부사장이 맡아 눈길을 끈다. 빗썸메타는 3월 LG CNS, CJ 올리브네트웍스, SK그룹 계열사 등 대기업 투자를 유치하며 메타버스·NFT 생태계 구축과 기술 개발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비슷한 목적으로 나왔던 빗썸라이브가 NFT, 메타버스 서비스와 관련해 잠잠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렇다보니 버킷스튜디오-빗썸코리아 양 사가 각자 행보를 걷는다는 평이 안팎에서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빗썸라이브 관계자는 “빗썸이 기술개발이나 운영에 관여하는 것 같지 않았다. 빗썸과 관계없다고 느꼈다”며 “플랫폼 이용자가 많은 편이 아니다. 이벤트를 할 때 1000~2000명 반짝 유입되는 정도”라고 말했다.
버킷스튜디오 측은 “양 사가 각각 다른 역할을 맡아 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빗썸라이브의 플랫폼 활성화에 관해서는 “지금까지는 준비 기간에 가까웠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성장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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