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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시행 1년…‘창조’가 안보인다

경제전문가 “김대중정부 벤처육성책 반면교사 삼아야”

2014.03.13(Thu) 09:47:47

   


지난 5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는 사장단을 대상으로 `창조경제` 특강이 있었다. 강의는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가 맡았다. 강연에 참석한 삼성 사장단의 한 인사는 “시기적으로 적절한 주제였다. 창조경제와 관련해 여러 의견도 개진됐다. 창조경제가 제대로 동력을 갖추려면 정부와 기업 대학의 역할이 명확히 설정돼야 하지 않겠느냐. 기업의 역할은 무엇이냐 등등의 질문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이날 비슷한 시각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정보기술연구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이 공동주관한 K-Shield & BoB 합동 인증식이 강남에서 열렸다. 축사를 맡은 미래부 윤종록 2차관은 “우리 국민은 이스라엘의 '후츠파' 정신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인구 750만명에 불과한 이스라엘이 유럽 전체의 창업 숫자와 맞먹는 창업을 하고 있는데 그 원동력이 ‘후츠파’ 즉 이스라엘 국민 특유의 당돌한 도전정신에 기인한다는 것.

이날 삼성과 미래부, 각각의 행사는 ‘따로국밥’ 형태였지만 공통분모가 있었다. 바로 ‘창조경제’다.

◆ 예산 퍼붓기식 정책은 버블만 초래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를 뿌리내리기 위해 얼마만큼 애를 쓰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는 이밖에도 많다. 문제는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창조경제에 대한 체감온도가 낮다는 점이다. 일반인 뿐 아니라 상당수 경제전문가들도 비슷한 인식이다. 한 벤처 전문가는 “박근혜정부 출범 1년이 지났는데 핵심 정책인 창조경제가 여전히 표류하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창조경제의 뇌두에 해당하는 ‘창조’가 안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창조경제가 김대중 정부 초기의 벤처 육성정책과 붕어빵 식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교수)은 창조경제의 핵심인 벤처 육성 계획에 대해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방식“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원장은 ”정부가 나서 이것도 지원하고 저것도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이런 방식은 김대중 정부 때 이미 경험한 것이다. 그때 벤처 육성한다고 국가 예산을 얼마나 퍼붓었나. 돈을 엄청나게 지원했지만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거품이 생겨났다. 창조경제가 그 전철을 밟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이 강조하는 것은 ‘사람’이다. 창조경제가 성공을 거두려면 창의적인 인력 확보가 중요한데 이 인력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양성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안 보인다는 것.

시민단체의 시각도 냉정한 편이다. 홍헌호 시민경제연구소장은 “박근혜정부의 핵심 키워드는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두 가지다. 창조경제만 놓고 보면 다소 넓게 추진되는 느낌이다, 중소기업 벤처기업 육성 쪽으로 좁게 추진되어야지 두루뭉술하게 대기업 중심으로 전개되면 예산낭비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년은 창조경제의 정책 틀과 기반 조성에 주력했으며 올해부터 성과를 창출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무엇보다 창조경제 정책이 김대중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책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입장이다. 미래부의 한 관계자는 “김대중 정부 때는 제조업이 붕괴되면서 벤처산업에 사활을 걸었다. 정부 예산이 집중되자 IT 버블이라는 역효과가 생겨났창조경제는 그때와 차원이 다르다. 벤처기업 기술력에 대한 검증 시스템 강화. 벤처캐피탈에 대한 유연하고도 전문적인 제도 도입, 글로벌 엑셀러레이터 발굴 육성 등 단점을 없애고 장점은 늘렸다. 창조경제는 올해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미래부의 창조경제 주요 프로젝트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주요 정책을 살펴보면 ▲비타민 프로젝트 ▲미래글로벌창업지원 센터 ▲지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 ▲소프트웨어산업 육성 ▲글로벌 엑셀러레이트 집중 육성 등이 있다. 이런 정책들은 김대중 정부 시절 벤처 육성책에 비해 아이디어가 다양하다는 평가가 있으나 본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김대중 정부의 실패 사례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정부가 시민단체의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홍헌호 소장의 지적처럼 정부의 벤처 정책이 좁게 집중적으로 추진되지 않고 쌍끌이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증거는 허다하다. 비타민프로젝트를 예를 들면 지난해 200억원에서 올해 1000억원으로 예산이 5배나 늘었다. 세부 과제를 살펴보면 지난해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 택시안심 귀가 서비스 등 15개에 국한됐으나 올해부터 농축수산식품, 소상공업창업, 문화관광, 보건의료, 교육학습 등 총 30개로 늘어났다.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은 창조경제가 제대로 구현되려면 단기적인데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인 포트폴리오를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의 창조경제 전략은 대략 6개로 압축된다. 첫째 ▲창의성이 정당하게 보상받고 창업이 쉽게 되는 생태계 조성, 둘째 ▲벤처ㆍ중소기업의 창조경제 주역화 및 글로벌 진출 강화, 셋째 ▲ 신산업 · 신시장 개척을 위한 성장동력 창출, 넷째 ▲꿈과 끼, 도전정신을 갖춘 글이에 대해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장재 정책연구소장은 “미래부 중심의 창조경제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창조경제 구현이 포함되다보니 너무 단기적으로 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 소장은 또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단기 중기 장기를 아우르는 정교한 포트폴리오를 짜야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 국회도 창조경제 구현에 제 역할 못해

국회도 창조경제 구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의 벤처 육성방안 중에는 신속한 법안 처리가 필요한 것들이 다수 있는데 기약없이 표류 중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경우, 상임위 중 법안 처리율이 가장 낮다. 이 역시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할 과제다.<비즈한국>이 만난 여러 경제전문가들은 창조경제가 성공을 거두려면 지금과 같은 나열식이 아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예를 들면 ‘콘텐츠 시장 확대’다. 중국에서 큰 인기를 모은 한국 드라마 ‘별 그대’에서 입증됐듯 유망한 콘텐츠를 개발해 중국 일본 등지로 대거 수출될 수 있게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

전문가들은 또 창조경제가 ‘탑다운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을 경계했다. 경실련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전가의 보도 내지, 우리 경제를 살릴 만병통치약으로 믿고 관료들을 밀어붙이지만 아직까지 창조경제로 덕을 봤다는 국민들은 별로 없다. 창조경제를 꽃피우려면 일방적 지시보다 환경 조성이 우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는 현재 저성장의 늪에 빠진 상태다. 대기업 위주의 정책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제2의 벤처 붐이 불같이 일어나야 한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교육 혁신과 벤처 육성을 위한 환경 조성이다.

◆ 대학교육 변혁, 창조경제 환경 조성해야

창조경제 주창자인 영국의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도 교육과 환경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지난해 6월 내한한 존 호킨스는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학 교육의 변혁이 최우선 과제라고 본다. 내 경험에 비춰 창조경제는 서비스업·제조업보다 많은 계약이 필요하다. 좋은 아이디어가 결실을 거두려면 계약과 협상이 중요하다. 정부 차원에서 대학 교육과정에 계약·협상 분야를이스라엘의 창조경제를 놓고, 존 호킨스와 미래부 윤종록 2차관이 했던 발언도 비교해볼 대목이다. 윤차관은 이스라엘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한 반면 존 호킨스는 다른 관점에서 봤다. 존 호킨스는 “이스라엘은 전자·생명공학 등에서 앞서 있지만 정치·사회·문화적 구조가 한국과 다르다. 이스라엘은 미국 내 유대인들이라는 막강한 투자자가 있지만 한국은 그런 배경이 약하다. 따라서 한국이 이

이정규 기자

ikmens@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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