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첫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대방건설이 계열사에 자금 대여를 크게 늘렸다. 개발사업 등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각 계열사에 운용자금을 지원하고 지배구조를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내부거래 비중이 급증한 만큼 계열사 일감이 사익편취로 비춰질 가능성도 커졌다. 대방건설은 사실상 오너 일가와 친인척의 ‘가족경영’으로 운영되는데, 재계 66위의 중견건설사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은 경영 방식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올 상반기 계열사 20곳에 7380억 원 대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방건설이 올해 상반기(6월 13일 현재) 계열사·자회사 20곳에 대여한 자금총액은 7380억 원이며 대여 횟수는 총 69회에 이르렀다. 대여 목적은 운영자금으로 분류됐고, 연 4.6%의 당좌대출이자율을 적용했다. 대여기간 중 계열사가 대방건설에 일부 상환한 금액을 제외하면 현재 계열사 대여금 잔액은 3364억 원에 달한다.
6월 들어서만도 13일 동안 △대방산업개발 300억 원 △엔비건설 187억 원, 78억 원 △디아이개발 146억 원 등 네 차례 총 711억 원을 지원했다. 지난해 대방건설이 주요 계열사 37곳에 대여한 자금 총액은 1조 4490억 원이었다. 2020년 1조 964억 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에도 1조 원이 넘는 대여금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방건설이 거느린 자회사는 대부분 건설 관련 시행사다. 이들 시행사가 토지를 낙찰 받고 대방건설이 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내부거래를 통해 계열사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구조다. 비슷한 계열사를 대거 보유해 자체 사업을 벌이는 것은 중견건설사의 일반적인 사업 형태다. 하지만 대방건설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데다, 자금을 지원 받은 계열사의 부채비율도 높아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폐쇄적 경영’ 수면 위로
대방건설은 지난해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10조 원)에 처음 지정됐다. 함께 지정된 기업 중 지주사나 디벨로퍼가 아닌 순수 건설업체는 대방건설이 유일하다. 공정자산을 기준으로 책정한 재계 순위는 66위다.
대방건설은 기업집단 편입 후 폐쇄적 경영의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기업집단 현황, 비상장사 주요 사항, 대규모 내부거래 등 공시의무가 적용되고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되자 감춰져 있던 내부 사정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
공정위 조사 결과 대방건설은 내부거래비율과 계열회사 지분율이 높은 기업집단 중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공정위의 ‘2020년 기준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 자료를 보면 대방건설의 내부거래 비중은 30.45%에 달한다. 대기업집단 71곳 중 세 번째, 건설사 중에서는 가장 높다.
대방건설은 올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이 가장 많이 증가한 기업이기도 하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58개 대기업집단의 사익편취 규제 대상 자회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방건설은 지난해 263곳보다 2.7배 늘어난 698곳이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으로 지정됐다. 새 공정거래법 상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비상장사와 이들이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회사까지 확대된 영향이다.
#사익편취 가능성·건전성 악화…“오너 일가·대주주 배만 불릴 수도”
대방건설의 특수관계자 자금 대여가 증가세에 있는 것은 지난해와 올해 분양사업이 확대된 결과로 보인다. 대방건설은 지난해부터 경기 고양·김포·동탄·양주·파주, 대구 등 전국에서 활발히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대방건설 측은 계열사를 통해 자체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사업 확대로 내부거래도 함께 늘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대방건설과 대방산업개발 모두 오너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가족회사 형태임을 고려할 때 과도한 내부거래에 부정적 시각이 제기된다.
대방건설그룹의 지배구조는 대방건설과 대방산업개발 두 축으로 구성된다. 공시에 따르면 대방건설은 창업 2세인 구찬우 대표가 지분 71%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나머지 지분 29%는 처남 윤대인 대방산업개발 대표가 보유하고 있다. 계열사·자회사 곳곳에는 오너 일가의 친인척들이 포진해 오너 일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한 해에 1조 원을 넘는 대여금에 우려의 시선이 쏠리는 것은 비단 지배구조 때문만이 아니다. 각 계열사가 시중은행 등에서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도 연 4.6%의 당좌대출이자율을 적용하는 특수관계자 대여금으로 운영자금을 융통하는 이유가 불분명해서다. 대방건설은 2020년 계열사들로부터 이자수익 160억 6544만 원을 거둬들였고, 지난해에는 202억 원을 벌었다.
올해 1분기 이들 계열사의 부채비율은 △대방이노베이션 8416% △대방개발기업 3791% △대방주택 1181% 등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사익편취에 이어 재무 건전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수백억 원대의 대여금 지원은 지배구조를 다지는 차원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운영자금 명목으로 계열사에 돈을 지원해 간섭하고, 오너와 지주사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중견건설사의 경영 방식으로는 흔한 형태지만 각 계열사의 자산-부채 규모에 비해 내부거래액이 과도할 경우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질 우려가 있다. 내부 차입과 대여가 폭탄 돌려막기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핫클릭]
·
환경미화원에 욕설·갑질 의혹, 광주 남구청 공무원 어떻게 됐나
·
[현장] '배송료 2천원 벌자고 전철 탑승까지…' 카카오 도보 배달 직접 해보니
·
10억 횡령·불법 정치자금 혐의, 한국노총 건설노조 위원장 구속 후폭풍
·
"단물 다 빼먹고…" 범한에 팔린 두산메카텍 직원들 반발 이유
·
파리로 간 '파리바게뜨 노조', 유럽 진출 타격 입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