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0억 원대 조합비 횡령과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후원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진병준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건설노조) 위원장이 구속돼 후폭풍이 예상된다. 한국노총의 유력 산별노조 위원장의 전격 구속으로 건설노조에 대한 해체 수준의 대수술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김대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횡령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진병준 위원장에 대한 영장실짐심사를 열고 “증거인멸과 도망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진 위원장은 2019년부터 3년 여간 법인카드 유용이나 노조 집행부에 상여금을 준 뒤 현금으로 돌려받는 수법 등으로 조합비 10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횡령한 돈으로 아파트를 두 채 구입하는 등 사적 유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사유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있다. 정치자금법은 법인 또는 단체의 정치자금 후원을 금지한다. 진 위원장은 건설노조 간부들에게 지시해 노조 명의 계좌에서 간부 개인 계좌로 돈을 보낸 후 개인 후원으로 가장해 국회의원들에게 수백만 원씩 쪼개기 후원금을 보냈다.
이런 식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국회의원들은 박 아무개, 임 아무개, 김 아무개, 이 아무개 의원 등 4명이다. 이들은 한국노총 임원 출신이거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또는 충청권 지역구 등 진 위원장과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로 파악됐다.
진 위원장은 무려 16년째 장기 집권하는 과정에서 건설노조 내에서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 건설 노조원들은 지난해 7월 진 위원장의 각종 범죄 혐의에 대해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올 2월부터 충청남도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팀이 진 위원장에 대한 혐의 중 횡령과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지난 5월 23일 경찰로부터 진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받은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이달 10일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3일 법원이 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그는 구속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됐다.
진 위원장은 영장실질심사 직전 건설노조 규약에 위원장 유고 시에도 임금과 처우를 보장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직무대행이 위원장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이른 바 옥중경영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노총은 그간 진 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노총 전체로 불똥이 튀는 것을 우려하는 등 적지 않은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4월 건설노조에 공문을 보내 5월 13일까지 진 위원장과 건설노조 집행부가 총사퇴하고 6월 10일까지 그를 포함한 비리 혐의 연루자를 제명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문제는 한국노총 규약에 산별노조 위원장을 징계할 수 있는 규약이 없다는 점이다. 이를 근거로 진 위원장은 사퇴를 거부해 왔다.
한국노총은 진 위원장의 구속을 계기로 건설노조에 대한 후속 조치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건설노조의 대대적인 정비가 불가피 해 보이고 한국노총이 건설노조를 산별노조에서 제명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노총 규약은 회원조합 대표(산별노조 위원장)회의를 거쳐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회의에서 최종 의결을 통해 산별노조를 제명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노총 복수의 관계자들은 “건설노조를 산별노조에서 제명해도 국내 산업에서 건설업 비중을 감안할 때 양대 노총인 한국노총 내 건설업 관련 산별노조의 부재는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관련 절차를 거쳐 새로운 건설업 산별노조가 한국노총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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