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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안녕, 45살 보이저!" 이별을 준비하며…

45년째 우주여행 하는 최초의 성간 항해 탐사선에서 최근 포착된 이상 징후

2022.06.13(Mon) 10:34:26

[비즈한국] 1977년 8월과 9월, 두 대의 보이저호가 연이어 지구를 떠났다. 벌써 45년째 우주를 떠돌고 있는 보이저 1호와 2호는 아직까지도 지구를 향해 매일 희미한 신호를 보내온다. 이미 둘은 태양계 가장자리를 벗어나 진정한 성간 우주로의 항해를 시작했다. 비로소 ‘항해자(Voyager)’라는 이름에 걸맞은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보이저 1호에서 뜻밖의 이상한 신호가 날아왔다. 태양계 끝자락을 지나고 있는 보이저 1호가 보내온 이상한 시그널의 정체는 무엇일까? 인류가 날려 보낸 것 중 가장 먼 우주를 여행하고 있는, 우주 탐사 역사의 가장 위대한 탐사선 보이저 호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류 최초의 성간 여행 탐사선 보이저호가 곧 영원한 안식에 들어가게 된다.

 

#1호보다 먼저 발사된 2호 

 

1977년 8월 20일에 보이저 2호, 9월 5일에 보이저 1호가 발사되었다. 재밌게도 보이저호는 1호가 아닌 2호가 약 2주 먼저 지구를 떠났다. 이렇게 번호가 뒤집힌 이유는 1호와 2호가 여행하는 경로가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1호는 목성과 토성까지 빠르게 날아간 뒤 곧바로 경로를 꺾어 수직으로 태양계 바깥으로 날아갔다. 반면 2호는 목성과 토성, 그리고 천왕성과 해왕성까지 모두 스쳐간 다음에서야 태양계를 벗어났다. 가스 행성 네 곳을 모두 둘러봐야 하는 보이저 2호는 훨씬 크게 빙 돌아서 느리게 여행했다. 

 

발사된 순서대로 보이저 2호(왼쪽), 보이저 1호의 발사 순간. 사진=NASA/JPL

 

그래서 오히려 지구를 뒤늦게 떠난 1호가 2호보다 무려 네 달이나 더 빠르게 1979년 3월 5일 목성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다. 반면 2호는 같은 해 7월 9일이 되어서야 목성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보이저호가 우주에서 오랫동안 잘 작동할 수 있을지, 또 프로젝트 펀딩이 예상보다 일찍 끊기진 않을지를 염려했다. 그래서 보이저 2호의 천왕성과 해왕성 방문은, 탐사선이 살아 있고 펀딩이 계속 들어올 때만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그 여행도 실현되었다. 

 

1호는 출발은 2주 정도 더 늦게 했지만, 목성에 훨씬 더 빠르게 도착할 예정이어서 1호로 불리게 된 것이다. 보이저 프로젝트는 탐사선에게 번호가 매겨질 때부터 이미 지구를 벗어난 우주의 관점으로 본 셈이다. 

 

#보이저는 정말 태양계를 벗어났을까

 

NASA는 2012년 8월과 2019년 11월, 두 번에 걸쳐 보이저 1호와 2호가 각각 태양계를 벗어났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런데 사실 두 보이저가 모두 태양계를 벗어났다고 할 수 있는지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 태양계의 경계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태양권계면을 벗어나고 있는 보이저 1호와 2호의 위치를 대략 표시한 그림. 이미지=NASA/JPL


우리 태양은 주변 우주 공간으로 강력한 항성풍을 불어내고 있다. 그래서 태양계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우리 은하 속 주변 성간 먼지 입자들이 둥글게 불려나간다. 게다가 태양계 자체도 우리 은하 원반 상에서 특정한 한쪽 방향으로 계속 이동하고 있다. 그래서 태양계 자체가 나아가는 쪽으로는 좁게, 태양계가 지나온 뒤쪽으로는 더 넓게 주변 성간 물질이 불려나가며 물방울 모양의 거품 영역이 만들어진다. 지구 자기장이 해로운 태양풍으로부터 지구를 감싸 보호하듯, 이번엔 태양풍이 더 해로운 성간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태양계를 보호해주는 셈이다. 이 거품 영역을 태양권이라고 부른다. 

 

거품 안에선 태양에서 분출되는 태양풍 입자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반면 거품 바깥으로 나가면 태양풍 입자는 줄어들고, 태양계를 에워싸고 있는 우리 은하 속 성간 먼지들로 가득하다. 안에선 태양풍 입자가 더 많지만 바깥으로 벗어나면 오히려 성간 먼지 입자가 더 우세해지는 이 물방울 모양의 거품 경계를 태양권계면이라고 정의한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보이저호에 실린 다양한 관측 장비를 통해 보이저가 여행하고 있는 주변 우주 공간의 우주 방사선 입자들의 밀도 변화, 자기장의 방향 변화 등을 쭉 모니터링했다. 그리고 보이저호 주변에서 갑자기 높은 밀도의 강력한 성간 방사선이 쏟아지기 시작하는 순간을 포착했다. 바로 그때 보이저호의 자기장 센서도 주변 자기장 방향의 급격한 변화를 보여주었다. 비로소 보이저가 태양권계면을 벗어나 태양풍보다 성간 먼지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영역으로 진입한 것이다. 비교적 안락한 태양풍의 품을 벗어나, 더 위험한 우주 방사선이 쏟아지는 진짜 험한 성간 우주로 떠났다. 천문학자들은 바로 이 순간을 기점으로 보이저가 태양계의 품을 벗어났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보이저 1호가 태양권계면을 벗어나며 포착한 높은 밀도의 성간 먼지들의 시그널을 소리로 변환한 영상.

 

하지만 태양 중력의 영향을 벗어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천문학자들은 태양계 가장 바깥엔 아직 날아오지 못한 혜성의 씨앗들이 커다란 구름처럼 바글바글 떠돌고 있는 (장주기) 혜성들의 고향, 오르트 구름이 있을 거라 추측한다. 대략 5만 AU에서 1광년 거리 범위까지, 혜성의 씨앗들이 태양의 중력에 가까스로 붙잡혀 있다고 추정한다. 태양계 바깥 가장 가까운 이웃 별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의 거리 4.3광년의 거의 4분의 1에 버금가는 아주 먼 거리까지 태양 중력의 영향력이 뻗어 있는 셈이다. 워낙에 거리가 멀기 때문에 실제 관측을 통해 그 실체가 확인된 구조는 아니다. 다만 가끔씩 태양계 안쪽으로 날아오는 장주기 혜성들의 궤도를 거꾸로 추적해서, 이들이 원래 어디쯤에 모여 살고 있었을지를 계산해 추정한 구조물이다. 

 

(오르트 구름이 실제 존재한다고 할 경우, 태양계를 야구장만 하게 줄여서 홈플레이트에 태양을 놓고 관중석이 오르트 구름이라고 하면, 태양에서 명왕성까지의 범위는 홈플레이트 위에 올려둔 성냥개비 안에 다 들어올 정도다!) 

 

보이저 1호와 2호는 발사 이후 4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겨우 각각 지구에서 233억, 200억 km 거리를 두고 날아가고 있다. 오르트 구름이 시작하는 가장 안쪽 경계만 대략 7조 km 거리에 있다. 보이저가 오르트 구름을 통과하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 현재 보이저호는 약 6만 1000km/h의 속도로 우주 공간을 날아가고 있다. 이 속도라면 앞으로 한 300년은 더 날아가야 오르트 구름에 진입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3만 년을 더 날아가야 오르트 구름 바깥 경계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태양계를 둘러싸고 있는 오르트 구름의 상상도. 이미지=NASA

 

따라서 만약 태양계의 경계를 태양권계면이 아니라 오르트 구름을 기준으로 한다면 두 대의 보이저는 아직도 태양계 중력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한 채 여전히 태양계 안에 갇혀있는 꼴이라고도 볼 수 있다. 어쩌면, 하루라도 빨리 인류가 날려 보낸 탐사선이 태양계를 벗어났다며 특별한 순간을 기념하고 싶었던 천문학자들이, 좀 더 너그러운 태양권계면이라는 기준으로 보이저의 태양계 탈출을 자축한 셈인지도 모르겠다. 

 

앞서 두 대의 보이저가 통과한 태양권계면이 원래 살고 있던 도시를 벗어나기 위해 통과한 고속도로 진입로라면, 오르트 구름의 바깥 경계는 한참을 더 달려가야 만날 수 있는 실제 지도상의 도시 외곽 경계라고 볼 수 있다. 누군가는 고속도로 진입로에 들어가는 순간 생애 첫 나들이로 들뜰 것이고, 또 누군가는 다시 앞으로 3만 년 동안 달려야 하는 길게 이어진 고속도로가 그저 지겹게 느껴질 것이다. 

 

#최근 보이저 1호에서 나타난 이상 징후? 

 

그런데 며칠 전 천문학자들은 보이저 1호에서 날아오는 신호가 갑자기 약해지는 이상 징후를 포착했다. 아직까지 살아 있는 보이저 1호의 센서와 장비 자체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항상 보이저의 커다란 안테나가 지구를 향해 조준할 수 있도록 조정해주던 자세 제어 장비, AACS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으로 생각된다. 보이저호의 AACS는 하이드라진 연료를 내뿜는 16개의 추진체와 탐사선의 자세 축을 제어하는 자이로스코프 세 개로 구성되었다. 이를 통해 계속 보이저호의 안테나가 지구를 향하도록 조절한다. 그 덕분에 아주 머나먼 거리에서도 계속 탐사선은 지구와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보이저호의 자세 제어 장치, AACS(왼쪽)와 거대한 안테나. 사진=Smithsonian Institution/NASA

 

그런데 최근 이 자세 제어 기능에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45년 동안 지구를 잘 바라보고 있던 안테나가 틀어졌고, 지구로 들어오는 보이저호의 시그널도 갑자기 약해졌다. 아마도 2012년 처음으로 태양권계면 바깥 성간 우주로 진입한 이후, 10년 가까운 긴 시간을 여행하면서 장비에 심각한 손상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태양풍의 보호를 받는 태양권 내부를 벗어나면서, 더 위험한 고에너지 우주 방사선으로 인해 탐사선의 장비는 더욱 심하게 손상될 수 있다. 게다가 45년 전에 만든 탐사선이 아닌가! 물론 45년 전에 만든 로봇이 지금껏 우주 공간을 꾸역꾸역 날아가고 있다는 건 아주 대단한 일이지만, 그래도 보이저호에게도 세월이 야속한 것은 매한가지일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2025년 정도가 되면 보이저호와의 교신이 완전히 끊길 것이라 추정한다. 45년 동안 보이저의 전력을 담당했던 핵 전지가 서서히 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천문학자들은 얼마 남지 않은 보이저의 전력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보이저의 11개 장비 중 7개를 모두 껐다. 1990년 태양계 외곽에서 지구를 담았던, 그 유명한 창백한 푸른 점의 사진을 찍은 직후 가장 많은 전력을 소모하는 카메라 장비부터 껐다. 이후 서서히 하나하나 장비를 멈추며 여행을 이어간 보이저는 지금은 자기장과 우주 방사선 입자를 검출하는 장비 4개만 살아서 겨우 작동하고 있다. 

 

약 60억 km 떨어져 촬영한 지구, 창백한 푸른 점으로만 보인다. 사진=NASA/JPL

 

현재 지구에서 보이저호까지 신호를 보내면 빛의 속도로 날아가도 약 21시간이 걸린다. 보이저호에게 커맨드를 보내고 그 답을 받기까지는 이틀을 기다려야 한다. 벌써 하루 넘게 기다려야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을 만큼 먼 우주로 날아가고 있지만, 놀랍게도 보이저호는 아직까지 꾸역꾸역 잘 작동하고 있다. 앞으로도 보이저호가 계속 잘 날아간다면 먼 미래에 태양이 아닌 다른 별 곁을 지나가게 될 것이다. 가장 유력한 곳 중 하나가 바로 북극성 근처 기린자리 방향으로 약 17광년 거리에 떨어진 글리제 445 별이다. 이 별 자체가 현재 태양계 쪽으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4만 년이 더 지나면 보이저는 이 별을 1광년 이내에서 지나가게 될 것이다. 그 순간 보이저호에겐 이 별이 태양보다 더 가까이 놓인 별이 되는 것이다. 

 

지금도 천문학자들은 미국 캘리포니아, 스페인 마드리드, 호주 캔버라 세 곳에 위치한 거대한 전파 안테나 네트워크, 딥 스페이스 네트워크를 통해 멀어져가는 보이저호의 희미한 시그널을 계속 추적하고 있다. 이 거대한 안테나 덕분에 희미한 보이저의 신호를 지금까지도 담아낼 수 있다. 특히 지구 기준, 태양계 위쪽으로 날아간 보이저는 북반구 캘리포니아와 마드리드에 있는 안테나로 신호를 받는다. 반면 태양계 원반 아래쪽으로 날아간 보이저 2호는 남반구 캔버라에 있는 안테나로만 신호를 받을 수 있다. 

 

최근에 벌어진 보이저호의 이상 징후를 보면, 아쉽게도 태양계 바깥의 성간 우주 공간은 꽤 거칠었던 모양이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보이저 1호는 약 10년간 성간 여행을 했다. 태양권을 벗어난 이후 빠르게 망가져가고 있다. 아마 1호의 뒤를 이어 7년 뒤에 태양권을 벗어난 2호에게서도 곧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45년간 지구를 향해 자신의 소식을 꾸준히 전해주었던 보이저도 서서히 잠들게 될 것이다. 70~80년대 인류의 우주 탐사의 첫 황금기를 상징했던 두 주인공은 이렇게 우주의 암흑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참고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voyager-1-leaves-solar-system/

https://www.nature.com/articles/nature.2013.12662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0-019-0928-3

https://www.jpl.nasa.gov/news/nasa-contacts-voyager-2-using-upgraded-deep-space-network-dish

https://voyager.jpl.nasa.gov/mission/status/

https://agupubs.onlinelibrary.wiley.com/doi/full/10.1002/grl.50383

https://voyager.jpl.nasa.gov/news/details.php?article_id=114

https://voyager.jpl.nasa.gov/news/details.php?article_id=116

https://voyager.jpl.nasa.gov/mission/science/jupiter/

https://www.jpl.nasa.gov/news/engineers-investigating-nasas-voyager-1-telemetry-data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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