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예상대로 KDB산업은행에서는 신임 회장에 대한 산업은행 노동조합의 출근 저지가 시작됐다. 강석훈 신임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8일 첫 출근이 저지된 이후, 9일과 10일 모두 본점에 출근하지 못했다. 낙하산 인사 반대라는 통상적인 노조의 출근 저지이지만, 이번에는 부산 이전 반대가 맞물려 있어 다른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은행장이 공석이 된 수출입은행이 산은을 예의 주시하는 이유다. 수출입은행도 기획재정부 출신의 낙하산 인사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부산 이전 후보로 함께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출근 저지, 늘 있었지만 이번은 분위기 달라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처럼 국책은행들의 경우 노조가 정권 교체 후 새로 임명된 CEO·기관장을 압박하는 것은 통과의례가 됐다.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된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도 임명 제청된 후 노조의 반대 탓에 노조를 두 차례 이상 만나 6시간 이상 토론을 벌였다. 노조 측이 “산은 운영계획을 듣겠다”며 면담을 한 뒤에야 취임식을 치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신임 회장 출근 저지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강석훈 회장은 지난 8일 첫 출근이 저지된 이후 10일까지도 출근하지 못했다. 임시로 다른 곳에서 업무를 봐야 했다.
낙하산 인사 반대라는 명분도 있지만, 부산 이전을 원치 않는 노조원들의 목소리가 더해진 것이 크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산은 본점을 지방 이전하겠다는 낙하산, 한 발짝도 들여놓지 않겠다”며 “산은이 또다시 부적격 낙하산의 놀이터로 변질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출근이 막힌 첫날 취재진과 만나 “향후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면서 해결하겠다”고 말했지만, 노조 위원장과의 면담에서도 유의미한 협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는 후문이다.
금융권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은 짧으면 3~4일, 길면 10여 일 내외로 끝나곤 했지만, 이번에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대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대는 명분이고, 실질적으로는 노조원들의 복지 등을 위한 소통의 자리가 되곤 했는데 이번에는 부산 이전 반대가 맞물려 분위기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지난 2020년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취임 당시 노조의 반발에 부딪쳐 취임 27일 만에 본점으로 출근한 것이 가장 오래 이뤄진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 사례다.
다만 강 회장에게도 그렇게 오랜 기간 출근 저지 투쟁을 할지는 의문이다. 앞선 관계자는 “산은 노조는 다른 곳에 비해 투쟁을 강하게 하는 곳도 아니기 때문에 윤종원 은행장 때처럼 한 달 가까이 출근 저지를 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부산 이전 반대 분위기가 팽배한 산은의 조직원들을 강석훈 신임 회장이 어떻게 설득하는지가 앞으로도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전임자인 이동걸 회장이 물러나는 순간까지 부산 이전에 반대한다는 취지를 밝힌 점 등은 강석훈 회장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처지 비슷한 수출입은행, 산은 예의 주시
여의도 산은 본점 바로 옆에 위치한 수출입은행도 ‘산은 케이스’가 남다르지 않다.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이 돌연 신임 국무조정실장으로 발탁되면서 후임 수출입은행장 인선이 남아 있다. 역시 기재부 출신들이 유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후임으로는 김철주 전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최희남 전 한국투자공사 사장(전 기획재정부 국제금융협력국장) 등이 거론된다.
수은은 산은에 이어 부산 이전의 추가 후보다. 산은의 부산 이전을 대선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던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수은에 대한 부산 이전 가능성도 검토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박형준 부산시장 역시 6·1 지방선거 내내 “산은뿐 아니라 수출입은행도 부산으로 이전토록 하겠다”고 산은·수은 동시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수은 노조 역시 산은처럼 부산 이전 반대를 내건 출근 저지 투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가 오는 것은 어느 정도 관성화된 부분이 있다지만, 본점의 지방 이전은 다르다”며 “산은의 사례를 모두 예의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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