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개혁을 주문하면서 정부는 물론 여당까지 나서 첨단산업 발전을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 지출 규모에서 교육과 연구·개발(R&D),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비중이 역대 최저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첨단 산업 인재 양성과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정부 재정 지원을 늘리는 게 먼저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함께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부터 ‘반도체에 대한 이해와 전략적 가치’ 주제로 강연을 듣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강연 전 “반도체는 국가안보 자산이자 우리 산업 핵심이며 우리 경제 근간”이라며 반도체 인재 약성을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강연 뒤 토론에서는 “(인력 양성이)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때문에 힘들다”고 어려움을 표시한 장상윤 교육부 차관에게 “교육부가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하고 개혁해야 한다”고 질책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 강조는 연일 계속되고 있다.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 중에는 취재진에게 “첨단산업으로 우리 산업구조가 고도화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사회 체제를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연일 계속되는 주문에 정부 부처와 여당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9일 국정현안조정점검회의에서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과기정통부, 국토교통부까지 5개 부처가 한 팀이 돼서 첨단산업 인재 양성에 관한 방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정책을 집중할 뜻을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9일 ‘반도체산업지원특별위원회(가칭)’을 설치하기로 하는 한편 14일 의원총회에는 이종호 장관을 불러 반도체 특강을 듣기로 했다.
이처럼 윤석열 대통령의 독려에 정부와 여당이 첨단산업 육성에 한 목소리를 내고 나섰지만 당장 이를 위한 정부의 교육이나 R&D, SOC 분야에 대한 투자는 하락일로다. 정부가 2010년부터 매년 총 지출을 △보건·복지·노동 △일반공공행정 △교육 △국방 △SOC △농림·수산·식품 △산업·중소기업·에너지 △R&D △공공질서·안전 △환경 △문화·체육·관광 △외교·통일 등 12개 분야로 나눠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총 지출에서 교육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에 12.7%를 기록해 역대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교육분야 지출 비중은 2019년에 14.9%로 201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지만 이후 급락한 것이다. 올해도 교육이 총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7%에 머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첫 번째 목표로 인재 양성을 지목하며 교육부에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지만 정작 교육에 투입되는 비용은 최저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첨단산업을 마련하는데 기본이 되는 R&D 분야에 대한 지출 비중도 날이 갈수록 줄고 있다. 총 지출에 대한 R&D 지출 비중은 2017년에 5.5%를 기록한 뒤 하락세로 돌아서 2018년 4.4%, 2019년 4.2%, 2020년 4.1%, 2021년 4.0%를 기록하더니 올해는 3.8%로 4%대가 무너졌다. 올해 R&D 지출 비중은 정부가 관련 분석을 내놓기 시작한 2010년 이래 최저치다.
모든 경제·산업 활동의 기반이 되는 SOC에 대한 지출 비중도 낮아졌다. 2010년에는 8.5%였던 SOC에 대한 지출 비중은 2017년에는 4.8%로 4%대로 떨어지더니 2020년(4.6%)까지 4%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2021년과 올해 SOC 지출 비중은 각 5.1%에 머물면서 간신히 5% 초반을 회복하는데 그쳤다.
경제계 관계자는 “전임 정부가 복지 확대와 공무원 증원에 집중하면서 보건·복지·노동 분야와 일반공공행정 분야의 지출 비중은 확대된 반면 교육이나 R&D, SOC 등 미래를 위한 투자를 소홀히 한 부분이 있다”며 “정부가 첨단산업 육성 의지를 보이려면 부처나 교육계·산업계에 질책과 격려만 할 것이 아니라 당장 정부 스스로 할 수 있는 교육과 R&D, SOC에 대한 지출부터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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