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회사 주가 약세 직격탄을 맞은 최고경영자(CEO)들이 올 주총을 전후로 일정 수준 주가 회복까지 법정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공언하며 책임경영을 표명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가 이러한 선언의 당사자들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6월 현재 주가는 CEO들이 제시한 목표치의 반 토막 수준에 머물고 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향후 주가 전망도 밝지 못해 자칫 CEO 연봉이 법인카드 등 부수적인 혜택을 제외하면 최저임금 연봉 수준에 그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로 인해 CEO 주요 평가 계량지표인 주가와는 전혀 상관없는 원맨쇼에 불과하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160원으로 월 근무시간 209시간(주 5일 하루 8시간, 주휴시간 35시간 포함)으로 환산하면 월급 191만 4440원(세전), 연봉 2297만 2800원(세전)이다.
지난해까지 카카오게임즈 대표를 맡았던 남궁훈 대표는 올 2월 카카오 대표 내정 후 “주가가 15만 원 될 때까지 법정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공언했다.
남궁훈 대표가 지난해 카카오게임즈로부터 수령한 보수 총액은 55억 7400만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발언은 파격 그 자체였다. 카카오의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1억 7200만 원에 달한다.
카카오는 올 2월 앞으로 3년 간 잉여 현금 흐름의 5%를 배당하고 10∼25% 자사주 매입과 소각 계획을 발표하며 주가 부양에 나섰다. 구체적으로 카카오는 같은 달 24일 보통주 323만 9741주(당일 종가 9만 원 기준 약 3000억 원 규모)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 저평가 시 경영권 보호와 주가 안정을 위해 기업이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자사주 소각은 주식 일정량을 아예 없애는 것으로 유통주식 수 감소로 자본금 감소(감자) 현상이 나타나지만 시장에 주당순이익(EPS)과 배당금 증가 기대 신호를 줘 보다 강력한 주가 부양책으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카카오 주가는 전혀 약발을 받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6월 24일 사상 최고이자 52주(1년) 최고가인 17만 3000원을 찍었다. 지난해 가을부터 정치권 발 플랫폼 산업 규제 악재에 이어 올 들어 기술주 대세 약세까지 겹쳤다. 이로 인해 카카오 주가는 올 5월 19일 52주 최저가인 8만 원을 기록한 후 이달 초에도 8만 원대 초반을 횡보 중이다.
더 큰 문제는 당분간 카카오와 물적분할로 탄생한 상장 자회사들의 주가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기술주는 사업 자금 등을 대출로 조달하는 경우가 많고 미래에 예상되는 기대 수익이 주가에 선 반영되는 특성상 현재와 같은 대세 금리 상승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제 관심은 남궁훈 대표가 카카오 사상 첫 최저임금 연봉 CEO가 될지 여부에 모아진다.
올 3월 취임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도 취임 직전 “주가가 20만 원에 도달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공언했다.
신원근 대표는 2018년 2월부터 올 3월까지 카카오페이 전략총괄부사장으로 재직하다가 대표를 맡게 됐다. 신 대표 역시 지난해 12월 당시 류영준 대표를 포함한 카카오페이 주요 경영진 8명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 매각 ‘먹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물이다. 신 대표는 당시 스톡옵션 3만주 행사로 61억 2000만여 원(세전) 차익을 거뒀다. 다만 신 대표는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얻은 수익 전부를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고 대표 임기 동안 자사주를 매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카카오페이 직원의 평균 연봉은 8000만 원이었다.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신 대표도 카카오페이 임직원 내 최저 연봉을 수령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1월 3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후 같은 달 30일 최고가 24만 8500원을 찍었으나 경영진 먹튀 후 약세로 돌아섰다.
또한 기술주 대세 약세 와중에 지난달부터 카카오페이 2대 주주인 알리페이 지분 보호예수 전량 해제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보호예수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대주주 지분을 일정기간 매각을 제한하는 제도다. 알리페이는 이달 7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로 기존 38.52%(5101만 5205주) 지분 중 9.8%(500만주)를 매도했다. 알리페이는 이를 통해 4700억 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하는 대신 카카오페이 지분율은 28.72%로 줄었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5월 12일 8만 5000원으로 상장 후 최저가를 찍은 후 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이달 10만 원대로 회복했으나 알리페이의 대량 매도로 인해 8일 다시 8만 원대로 주저 앉았다. 알리페이의 카카오페이 주식 취득 가격은 1주당 9000원 대에서 4만원 대 초반으로 파악된다. 알리페이로서는 상황에 따라 대량 매도로 차익을 실현할 수 있어 카카오페이 주가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약세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올 3월 2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셀트리온 대표인 기우성 부회장은 주가가 35만 원 선을 회복할 때까지 최저임금 수령을 선언했다. 기 부회장의 지난해 보수 총액은 17억 2500만 원이었다. 여기에는 스톡옵션 행사이익 2억 1900만 원이 포함돼 있다. 셀트리온의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7800만 원이었다.
셀트리온 주가와 관련한 뾰족한 호재가 당분간 보이지 않아 기 부회장도 주총 당시 공언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 장기화로 치료제인 렉키로나주 개발 호재에 셀트리온 주가는 2020년 12월 7일 39만 62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지난해 8월 30일 29만 500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기록한 셀트리온은 더딘 렉키로나주 호재로 지난해 11월 20만 원 선이 붕괴됐다. 이달 들어 주가는 16만 원 선에서 횡보 중이다.
그간 셀트리온을 억눌러왔던 분식회계 악재 우려는 해소됐지만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생산한 제품을 계열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대량 구매해 해외에 판매하거나 셀트리온제약을 통해 국내에 판매하는 영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개발비, 매출과 이익 과다 계상, 재고자산 평가 왜곡 등 분식회계 논란에 시달려 왔다.
금융당국은 2018년 12월부터 셀트리온 3사의 분식회계 혐의를 조사했고 3년을 넘게 끌었다. 올 3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했으나 고의성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금융위는 이달 2일 제 2의 셀트리온 사태를 막기 위해 외부감사 대상 법인의 회계 감리 조사 기간을 금융감독원장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는 이상 1년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카카오와 셀트리온처럼 물적분할 후 쪼개기 상장을 진행한 기업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상장심사 강화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핵심 성장 사업부의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한 주주들이 뜻하지 않은 물적분할로 신설기업을 간접 소유할 수밖에 없게 되고 쪼개기 상장으로 모자기업이 동시 상장하면 분할기업 가치도 훼손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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