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윤석열 대통령 취임 22일 만에 치러진 6·1 지방선거가 여당인 국민의힘 대승으로 마무리됐다. 여당의 승리는 민심이 지난 대선 패배에도 반성하지 않는 더불어민주당에 회의감을 표시한 것과 동시에 국민의힘이 내세웠던 윤석열 정부 국정 안정론에 손을 들어준 결과다.
이를 의식한 때문인지 윤석열 대통령은 지방선거 결과가 나온 2일 오전 선거 승리를 바탕삼아 국정운영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 대승이 최근 고물가 상황 타개에 주력하고 있는 윤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타격을 주는 뜻밖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물가로 인해 긴축 재정에 들어가는 시점을 고려하는 와중에 여권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역주민들에게 내밀었던 각종 개발 공약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 때문이다. 자칫 지역 개발공약을 지원하느라 재정 지출을 확대할 경우 고물가 상황을 악화시켜 서민들의 생활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지방선거 승리 결과에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더 잘 챙기란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서민들의 삶이 너무 어렵다”며 “윤석열 정부는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라는 자세로 민생 안정에 모든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 안정을 위해 가장 우선시하고 있는 것은 물가 안정이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에 비해 5.4% 상승했다. 이러한 상승률은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4, 5월 기준금리를 올린 한은이 7, 8월에도 기준금리를 연속해서 올릴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정부도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시중에 도는 자금이 줄도록 긴축 재정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여당 프리미엄을 생각해 표를 몰아준 민심, 2년 후 치러질 22대 총선에서 승리를 노리려면 여당 광역단체장들의 개발공약 추진에 힘을 실어줘야 하기 때문에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는 △3년간 총 195억 원을 투입하는 안심소득 △연간 137억 원을 사용하는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 △684억 원이 드는 교육프로그램 서울런 2.0 △6000억 원이 투입되는 공공의료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는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60만 일자리·10만 창업 △대기업 유치 등 제2경제도시를,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자는 △대구통합신공항 건설 △동대구로 벤처밸리 건설 △금호강 100리 물길 조성 등을 약속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당선자는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글로벌 백신산업 허브 조성 △5G 특화망 기반 메타버스 산업단지 조성을, 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자는 △울산역~영남알프스 케이블카 건설 등 관광도시 건설 △중앙선 고속철도 울산 연장 등 교통망 혁신 등을 공약했다.
캐스팅보터인 충청지역에서 승리한 여당 광역단체장들도 각종 대형 공약을 내놓았다. 최민호 세종시장 당선자는 △세종형 반값 1인 가구 임대주택 등 실거주자 중심의 부동산 정책 △대전~세종~조치원~청주공항 지하철 조기 착공, 경부선·호남선 KTX 철도망 구축 등 교통체계 전면개편 △세종경제자유구역 조성 등 경제수도 건설을, 김영환 충북도지사 당선자는 △충북창업펀드 1000억 원 조성 △오송글로벌 바이오 메디컬타운 조성 △의료비 후불제 등을 주요 공약으로 발표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 당선자는 △충청내륙철도 건설 등 행정중심복합도시 육성 △육군사관학교·국방부 이전 등 국방산업단지 육성을, 이장우 대전시장 당선자는 △산업용지 조성 500만 평 추진 △자본금 10조 원 규모의 기업금융중심 지역은행 설립 △도시철도 2호선 조기착공 및 3~5호선 동시 추진 등을 약속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오는 7월 1일 임기를 시작하는 여당 광역단체장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앞다퉈 메가톤급 개발공약들을 내놓은 탓에 자칫 윤 대통령이 주력 중인 물가 안정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며 “윤 대통령이나 정부, 여당으로서는 여당 광역단체장의 공약 추진을 외면하기도, 그렇다고 대규모 개발 공약을 지원하느라 돈을 풀기도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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