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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기업 주식, 브랜드 바꿔 재상장한 꼴" 테라 2.0 논란 속으로

기존 루나는 '루나 클래식'으로…거래소 상장 두고도 "폭탄 돌리기" vs "투자자 보호"

2022.06.03(Fri) 11:28:31

[비즈한국] 5월 27일 두 번째 테라 네트워크 ‘테라 2.0’​이 개시했다. 동시에 새 루나가 나오면서 기존 루나는 ‘루나 클래식(LUNC)’으로 바뀌었다. 테라 생태계를 향한 불신이 큰 데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전혀 해소하지 않은 채 2.0을 론칭했다는 점에서 더 큰 논란이 예상된다.

 

5월 17일 기존 루나 시세가 폭락한 모습. ​5월 28일 테라 2.0 론칭과 함께 새 루나가 발행됐다. ​사진=박정훈 기자

 

#‘테라 부흥’ 사전 투표는 반대 90%, 본투표는 찬성 66%

 

5월 루나·테라 사태로 요동쳤던 가상자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 테라(UST)와 가치 연동 코인인 루나가 폭락하면서 가상자산 시장과 투자자에게 미친 타격이 복구되지 않은 상황에 ‘테라 2.0’이 나와서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5월 17일, 테라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에 ‘테라 생태계 부흥 계획 2(Terra Ecosystem Revival Plan 2)’를 발표했다. 기존 체인과 별개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 없는 새로운 블록체인 ‘테라 2.0’을  만든다는 내용이었다. 권 대표는 “기존 체인은 테라 클래식(루나 클래식·LUNC)이 되고, 두 체인은 공존한다”라며 “LUNC 보유자, 잔여 UST 보유자, 개발자 등에게 새 루나를 에어드롭(무상 분배)한다”라며 테라 생태계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테라 2.0을 향한 반발은 컸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대표 등 블록체인 관련 인사들도 비판에 나섰다. 17일 트위터에서 약 6000명의 유저가 참여한 찬반 투표에선 80.7%가 반대표를 던졌다. 일부 루나 투자자는 “새 루나를 만들지 말고 기존 루나를 소각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위터만이 아니다. 테라 커뮤니티에서 시행한 사전 투표에서도 무려 92%가 새로운 블록체인 구축·토큰 발행에 반대했다. 테라의 구조를 향한 불신이 커진 탓이다. 

 

그런데 정작 18~25일 진행한 거버넌스 투표에선 찬성이 65.5%(기권 20.1%, 반대 13.2%)를 기록하면서 권 대표 제안대로 테라 2.0 구축이 진행됐다. 그리고 5월 28일 오전 6시(UTC 기준) 공식적으로 새 블록체인이 생성됐다. 현재 테라 웹사이트를 통해 테라 2.0 스테이션에 연결할 수 있고, 바이비트 등 해외 거래소에서 새 루나 거래가 가능하다. 권 대표는 테라 부흥 계획을 밝힌 시점부터 새 루나의 해외 거래소 상장 소식을 꾸준히 공유하는 등 테라 2.0 홍보에 애쓰고 있다.

 

그렇다면 왜 거버넌스 투표에선 사전 투표와 정반대 결과가 나왔을까. 테라 커뮤니티의 거버넌스 투표는 코인을 가진 이들만 참가할 수 있는데, 스테이킹(예치)한 코인 지분율과 의사결정 권한이 비례한다. 주식총회에서 대주주가 중요 사안을 의결하는 것과 흡사하다. 테라 부흥 투표에서도 일명 ‘고래’로 불리는 대형 투자자의 힘이 클 수밖에 없었다. 

 

블록체인 개발 업체 관계자는 “기존 루나 투자자 입장에선 새로운 루나가 나와야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어 수익을 낼 수 있으니 구축에 찬성했을 것”이라며 “지분증명(PoS)이나 위임지분증명(DPos) 방식은 코인 대량 예치 등 기여도가 큰 이들 위주로 보상한다. 그러다 보니 커뮤니티가 커져도 참여자 다수보다 지분 높은 소수에게 힘이 실리는 모순이 생기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체인마다 투표 시스템이 다르다”며 “코인 지분율에 따라 의결권을 갖는 방식은 소액 투자자의 의견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새 루나 상장이 투자자 보호인가” 논란

 

문제는 권 대표나 테라 체인의 구조를 둘러싼 의혹을 해소하지 않은 채 테라 2.0 론칭이 진행됐다는 점이다. 수천 명의 소액투자자가 LUNC 소각을 요구하고 새 체인 구축을 반대했지만 막지 못한 셈이다. “테라 2.0이 나온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이어진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 센터장은 “루나 클래식 피해자가 여전히 많고, 관련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2.0을 내는 건 잘못된 대처”라며 “테라 2.0 구축에 관심이 쏠리면서 피해 보상이나 대책 마련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승주 교수 또한 “테라 2.0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적고, 정확한 분석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 새 루나를 상장하는 건 맞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루나·테라 사태 이후인 5월 23일 국회에서 피해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세미나가 개최됐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새 루나 상장에 적극적으로 나선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거래소가 이익 추구를 할 순 있지만, 코인을 상장하는 기준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가상자산이나 블록체인 관련 정보는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렵다. 산업을 양지화하면 전문 분석 기관 등이 생겨 정보 편차를 줄일 수 있다”라며 “거래소가 코인을 어떤 기준으로, 왜 상장하는지 알아야 투자자가 건전한 코인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라고 짚었다. 

 

김승주 교수도 “지금 새 루나를 상장하는 건 망한 기업의 주식을 브랜드만 바꿔 재상장하는 것과 흡사하다”라며 “에어드롭을 받는 기존 투자자는 새 루나가 나오는 게 유리하겠지만, 거래소에서 새 루나를 구매한 신규 투자자는 나중에 어떤 피해를 볼지 모른다. 이대로는 폭탄 돌리기나 다를 바 없다”라고 꼬집었다.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국내 5대 가장자산 거래소(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고팍스)는 새 루나를 상장하지 않고, 3일부터 에어드롭만 허용하고 있다.

 

반면 거래소가 새 루나를 상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한국 거래소에 새 루나를 상장해야 한국의 루나 투자자가 산다”며 “상장이 투자자를 보호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새 루나 가격이 10달러까지 오른 건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루나 가격이 올라 투자자가 이익 실현을 하고 싶어도 국내에서 처분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해외에서 거래하면 수수료는 해외로 나가고 거래정보도 국내에 축적되지 않는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 같은 상황에 최근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는 “가상자산 거래소마다 대응이 달라 피해를 키웠다”며 “빠른 시일 내에 희망사를 대상으로 상장 심사기준, 유의 종목 지정 등 공동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겠다”라고 밝혔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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