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국무조정실장 임명이 무산된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남은 임기 내 노조와 합의사안인 ‘노조추천이사제’를 마무리할지 관심이 쏠린다.
윤종원 행장 임기는 내년 1월 2일까지여서 3년 임기 중 2년 5개월여가 지나간 상태다. 관료 출신인 윤 행장은 기업은행장 임명 당시 기업은행 노조로부터 ‘낙하산 인사’라며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그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노조와 노조추천이사제 시행에 합의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최근 윤 행장은 국무조정실장 직을 고사했다. 기업은행장 취임 직전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맡아 ‘탈원전’, ‘소득주도 성장’ 등 경제 정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여당인 국민의힘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윤 행장이 7개월 남짓 남은 임기를 마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나 일각에서는 당정 힘겨루기의 여파로 조기 사퇴 가능성까지 나온다. 이로 인해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시행이 차기 행장 과제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노조추천이사제란 노조가 추천하는 외부 전문가가 사외이사로 선임돼 정식 발언권과 의결권을 갖고 이사회 일원으로 정식 활동하는 제도다. 노조의 이사회 참여와 견제가 목적인데, 올 하반기부터 131개 공공기관에서 전면 시행되는 비상임이사 중 1명을 소속 근로자로 선임하는 ‘노동이사제’의 전 단계라 할 수 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노동이사제 제외 대상으로 노조추천이사제가 추진 중이다. 지지부진한 기업은행과 달리 수출입은행에서는 지난해 9월 첫 노조추천이사가 탄생해 공식 활동하고 있어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기업은행법에 따라 기업은행장이 제청하면 금융위원회가 임명한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해 3월에 이어 올 3월에도 임기만료로 공석이 된 자리에 사외이사를 추천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노조 측은 “지난해 노조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석연찮은 이유로 임명이 무산됐다. 올해도 엄격한 검증을 통해 전문성을 가진 외부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했고 임명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사측에서는 노조 추천 인사들을 금융위에 잘 전달한다면서도 정권 교체 초기라는 점을 임명 지연 이유로 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일각에서는 윤종원 행장과 금융위가 노조추천이사제 시행에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 인사인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한 달여 시간이 흘렀으나 윤석열 정부 첫 금융위원장 탄생은 아직도 안갯속이라 금융위 안팎 분위기가 혼란스럽기는 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을 임명했고, 노조추천이사에 대한 최종 임명권은 금융위원장이 아닌 금융위가 갖고 있는 만큼 임명 지연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게 노조의 시각이다. 더욱이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이재명 후보 모두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에 찬성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측은 “노조에서 추천한 이사와 관련한 최종 권한은 금융위가 가지고 있다. 금융위 내부의 진행과정과 임명 등 상세한 상황을 당행은 알 수 없고 언급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윤종원 행장과 기업은행 노조의 노조추천이사제 합의 과정은 이러하다.
윤 행장은 행정고시 27회에 합격한 뒤 정권을 넘나들며 요직을 거친 정통 관료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역임하고 2020년 1월 기업은행장에 임명됐다. 윤 행장 임명 당시 기업은행 노조는 그를 ‘낙하산 인사’로 지목하며 출근저지운동을 펼치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조준희, 권선주, 김도진 행장에 이르기까지 기업은행에서 3연속 내부출신 인사가 행장을 맡아왔던 차에 금융기관 경력이 전무한 윤 행장 임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한동안 외부 집무실에서 업무를 본 윤 행장은 노조와 ‘노조추천이사제를 추진한다’는 노사 공동선언문에 합의한 후에야 정상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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