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화그룹의 3세 승계 밑그림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을 중심으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지난 3월 지주사인 한화의 사내이사로 선임된 김 사장은 최근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다보스포럼’ 등 대외적인 행사에 김 회장을 대신해 참석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김 사장의 자신감 있는 행보와 달리 한화그룹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면서 한화와 한화그룹 계열사 소액주주 사이에서는 불만이 새어나온다. 승계 작업 때문에 주가 저평가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승연 회장님, 주주들과 공생하시길 바랍니다.” 지난 28일 서울시 종로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는 한화그룹을 규탄하는 소액주주들의 집회가 열렸다. 이날 실제로 집회에 참석한 인원은 적었지만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와 박판서 한화 소액주주 토론방 대표 등이 참석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그룹이 오너 일가에 배당을 몰아주는 등 승계에 집중하는 동안 주주들의 계좌는 3분의 1 토막 났다”고 주장했다. 소액주주들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화 정책을 요구했다.
현재 카카오톡 단체방 ‘한화그룹 토론방’에는 250여 명이 모였으며, 이들은 매주 토요일 집회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더불어 소액주주 명의로 한화그룹과 해외사업을 추진하는 기관 등에 한화의 오너리스크를 알리는 메일을 발송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기업이 호실적을 보이는데도 주가가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 대해 소액주주 사이에서는 ‘기업이 승계를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 누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며 “재벌 일가의 세습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소액주주들이 공개적으로 한화그룹 주식의 저평가를 지적하기 시작한 계기는 ‘슈퍼개미’로 알려진 김정환 케이공간 대표의 레포트다. 김 대표는 지난달 26일 레포트를 통해 한화그룹이 ‘주주 친화적’이 아니라 ‘승계 친화적’ 행태를 보이면서 주가가 바닥을 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주를 제외하면 한화의 영업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0.76으로 1도 되지 않는 초 저평가 상태”라며 “글로벌 상장 기업 중 가장 싸게 평가되고 거래되는 기업”이라고 꼬집었다.
한화그룹의 차별적인 배당 정책에도 문제가 지적된다. 지난해 10월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에너지에 역흡수합병 되면서 지배구조의 핵심인 한화에너지는 ‘폭탄 배당’한 반면, 한화솔루션은 배당이 없어지는 등 기업이 승계를 위한 배당에만 전념했다는 것. 박판서 한화그룹 소액주주 대표는 “한화그룹 상장사는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삼형제의 지분이 없으면 배당을 거의 하지 않는다”며 “지난해 한화솔루션은 주주들에게 올해 배당을 약속했으나 배당 시기가 되자 이를 번복하고 무배당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에이치솔루션은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50%,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과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25%씩 지분을 보유한 ‘승계의 핵심’으로 불렸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 지분 100%를 보유했으나, 자회사인 한화에너지에 역흡수합병 되면서 에이치솔루션 주주였던 삼형제가 에이치솔루션 지분율 그대로 한화에너지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승계의 열쇠를 에이치솔루션에서 한화에너지로 갈아 끼운 셈이다. 지난 1분기 기준 한화에너지는 (주)한화 지분 8.62%를 보유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삼형제가 얻게 된 배당 수익도 막대하다. 역합병 직후인 지난해 11월 한화에너지는 11월 중간배당으로 총 501억 787만 원을 지급했다. 지난 2016년 이후 5년 만의 중간배당이다. 삼형제가 직접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서 배당은 모두 삼형제에 돌아가게 됐다. 그러나 한화에너지가 지난해 영업손실 234억 6294만 원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무리한 배당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화솔루션, 한화생명 등이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해도 배당하지 않은 것과 대비된 탓이다.
소액주주들은 (주)한화의 영업이익이 시가총액을 넘어선 것을 ‘심각한 저평가’의 방증이라고 본다. 한화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89.02% 증가한 2조 9279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한화의 시가총액은 2조 1000억 원대에 그친다. 이와 관련, 한화 관계자는 “모회사 격이다 보니 연결기준으로 자회사 영업이익을 모두 가져오지만, 실제 주가에 반영되는 것은 보유한 지분만큼”이라며 지배주주 순이익과 주가의 괴리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지주사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사안인 만큼, 한화가 보유 중인 사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자체 실적을 만들어가겠다”며 “소액주주분들의 요구사항을 취합하고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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