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을 찾아왔다. 나영석 PD 사단이 만든 tvN의 ‘뜻밖의 여정’이다. ‘뜻밖의 여정’은 지난 2021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고, 올해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윤여정의 오스카 여정을 그린 내용이다. 그리고 여기에 나영석 PD와 배우 이서진도 함께한다. 이들은 이미 ‘윤식당’과 ‘윤스테이’로 호흡을 맞춰 우리에게 재미와 힐링을 선사해 준 적이 있기도 한 멤버들. 그래서 프로그램 방영 전부터 보는 재미의 기대가 큰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의 작년 수상자였던 윤여정은 지난 3월 미국 LA로 향했다. 10박 11일간의 여정이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일정은 단연 아카데미 시상이었지만, 그 외에도 드라마 ‘파친코’ 홍보 등 다양한 일정의 이유로 미국을 방문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윤여정의 그 해외 여정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배우 윤여정이 오스카에 참석하기까지 무슨 일을 하고,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배우이자 인간 윤여정의 다채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오스카 시상식 참석 이전, 미국의 간판 토크쇼인 ‘켈리 클락슨 쇼’에 출연하고, 홍콩 ‘보그’의 화보 촬영에 임하는 윤여정의 프로페셔널한 면모가 펼쳐지는 와중에 그녀는 ‘뜻밖의 여정’ 제작진에게 영어가 잘 안된다며 고민을 토로한다. 특히 드라마 ‘파친코’의 경우 “우리의 역사가 담긴 내용을 인터뷰로 말할 때 드라마 내용이 잘못 알려지면 안 된다”면서 기자들의 예상 질문에 대한 본인의 영어답변을 빼곡하게 적은 종이까지 보여주는 그녀. 70대가 넘는 나이에 오스카를 거머쥐고, 젊은 배우들도 쉽지 않은 할리우드 진출을 하게 된 사람의 이유는 바로 저런 것이로구나 싶은, 노익장의 빛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윤여정의 빛나는 순간 외에도 ‘뜻밖의 여정’이 흥미로웠던 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윤여정의 지인들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타이밍 디렉터로 일하는 여정의 친한 동생 김정자는 윤여정의 LA 체류 기간에 그녀를 가장 자주 방문하는 절친이기도 한데, 그녀는 윤여정에 대한 존경을 다음과 같은 말로 표현한다.
“우리가 나이가 들수록 인생에 목표가 없어지지 않나. 여정 언니가 보여줬다. 무언가를 이루기에 우리는 절대 늙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여정 언니 덕분에 그런 생각이 들더라. 70이 넘어도 모르는 일이지만 나한테도 무슨 일이 생길 수 있구나. 그런 희망을 품게 해준 사람이다.”
나이 70이 넘어서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는 윤여정의 남다른 행보도 진심으로 멋졌지만, 윤 배우의 이러한 도전을 보고 희망을 품게 되어, 그녀의 도전에 힘을 얻어 “언젠가는 진짜 본인이 만들고 싶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현역 애니메이터 60대 김정자 씨. 나는 되레 지금도 “자신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하는 김정자 씨의 꿈을 다지는 말에 가슴이 뛰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70대에 글로벌 배우가 된 배우 윤여정이 “무언가를 이루기에 결코 늙은 나이는 없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서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고, 우리 모두 공평하게 나이 든다. 그렇게 공평한 와중에 달라지는 것은 누군가는 어떤 도전을 무작정 시작하고, 또 어떤 이는 그 도전을 생각만 한다는 것이다.
시작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루기 어려운 꿈에 뭐 하러 시간 낭비하느냐고? 세상에 무모하고 헛된 도전은 없다. 설사 실패했다 하더라도 그 도전의 경험으로 인해 당신은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감을 덜어낼 수 있으며, 실패의 경험 또한 당신의 인생을 굳건하게 다져줄 것이다. 그러니 겁내지 말고 시작해 보자. 시작만으로도 현재 진행형의 꿈이 생긴다는 건 그 자체로 근사한 일 아닌가.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바즐’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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