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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암흑 물질 없는 은하의 비밀이 풀렸다?!

80억 년 전 작은 두 은하의 충돌, '총알 왜소은하'가 남긴 11개의 파편을 발견하다!

2022.05.30(Mon) 10:31:02

[비즈한국] 2018년과 2019년, 천문학자들은 은하 두 개를 발견했다. 고래자리 방향으로 약 6200만 광년 거리에는 평범한 타원은하 NGC 1052가 있다. 이 은하는 주변에 크고 작은 꼬마 은하들을 여럿 거느린 작은 은하군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 타원은하 곁에서 아주 희미한 은하, UDG(Ultra-Diffuse Galaxy) 두 개를 발견했다. 각각 DF2, DF4라고 부른다. 이런 은하들은 별이 아주 적다. 그리고 펑퍼짐하게 퍼져 있어서 아주 어둡고 희미하게 보인다. 보통 이런 꼬마 은하들은 그 질량 대부분이 빛으로는 관측할 수 없는 미지의 존재, 암흑 물질로 잔뜩 채워져 있다. 그래서 겉보기엔 별이 거의 없고 어두워서 아주 가벼워 보이지만, 암흑 물질이 꽤 많아서 보기보다는 중력이 아주 강하다. 꼬마 은하의 (보기보단) 강한 중력에 붙잡힌 별들은 꽤나 빠르게 궤도를 돈다. 

 

하지만 DF2, DF4의 별들은 너무 느리게 움직였다. 이 두 꼬마 은하에겐 암흑 물질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암흑 물질은 우주 전체 질량의 약 80퍼센트를 차지한다. 은하의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고 잘 유지될 수 있도록 강한 중력으로 은하 속 별들을 붙잡아주는, 은하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재료다. 우주 속 거의 모든 은하들은 미지의 암흑 물질을 가득 머금고 있다. 그런데 암흑 물질이 전혀 없는 ‘암흑 물질 프리(Dark Matter Free)’ 은하라니! 이것이 대체 어떻게 가능할까? 암흑 물질이 없어도 은하가 만들어질 수 있는 걸까? 

 

최근까지 이 은하들의 기원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최근 네이처에 아주 흥미로운 논문이 발표되었다. 두 꼬마 은하의 기원을 단번에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게다가 그 증거가 아주 신박하다! 암흑 물질이 하나도 없는 이 이상한 은하들은 어떻게 태어난 걸까? 

 

암흑 물질이 사라진 왜소은하들의 출생의 비밀은?

 

우선 이들의 비밀을 파헤치려면 각 꼬마 은하까지의 거리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하지만 너무나 어둡고 흐릿하게 보이는 UDG들은 그 거리를 알기가 아주 까다롭다. 천문학자들은 이 거리를 알기 위해 나름의 꼼수를 사용한다. 터지기 직전 가장 크게 부푼 적색 거성을 활용한다. 재밌게도 적색거성이 가장 거대하고 밝아질 수 있는 최대 밝기는 거의 일정하다. 이 최대 밝기를 찍는 순간의 적색거성을 TRGB(Tip of Red Giant Branch)라고 부른다. TRGB의 최대 절대 밝기는 거의 일정하기 때문에 거리를 재는 표준 잣대로 활용할 수 있다. 

 

DF2, DF4는 지구 하늘에선 거의 같은 방향에서 보인다. 하지만 실제 거리는 많이 다르다. 둘 중 DF4는 지구에서 더 가깝다. 둘 사이의 거리는 대략 650만 광년 벌어져 있다. 지구에 더 가까이 있는 DF4는 지구 쪽으로 43km/s 정도로 느리게 다가오고 있다. 반면 더 멀리 떨어진 DF2는 315km/s의 아주 빠른 속도로 지구에서 더 멀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 둘은 서로 약 358km/s의 속도로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궤적을 거꾸로 추적하면, 시간을 거슬러 먼 과거 이들이 원래 어떤 상태였는지를 알 수 있다. 그 결과 천문학자들은 흥미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암흑 물질이 거의 없는 왜소은하 DF2와 DF4.


80억 년 전, 타원은하 NGC 1052 곁에는 평범한 작은 은하 A가 붙잡혀 맴돌고 있었다. 그런데 멀리서 또 다른 작은 은하 B가 중력에 이끌려 빠르게 유입되었다. 그 순간 은하 A와 B가 충돌했다. 그 결과 A, B 두 은하가 각각 품고 있던 암흑 물질과 일반 가스 물질이 우주 공간으로 흩어져 날아가버린다. 암흑 물질은 다른 가스와 같은 일반 물질과 아무런 상호 작용을 하지 않는다. 마치 유령처럼 그대로 뚫고 날아간다. 그래서 오래전 두 은하가 충돌하는 순간, 암흑 물질은 은하 안에 남지 못하고 그대로 쭉 날아가버렸을 것이다. 

 

반면 서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가스 물질은 충돌하는 두 은하 사이에 찐득하게 뭉치면서 새로운 별들을 반죽하게 된다. 그렇게 암흑 물질은 모두 날아가고 별들만 모인 파편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현재의 궤도를 추적해보면, 지구 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DF4는 원래 NGC 1052 곁을 돌던 은하 A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이다. 반면 지구에서 빠르게 멀어지는 쪽으로 날아가는 DF2는 오래전 멀리서 빠르게 유입된 은하 B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이다. 

 

이번 연구에서 추정한 암흑 물질이 없는 왜소은하가 만들어지게 된 과정을 표현한 그림.

 

암흑 물질과 가스를 함께 품고 있던 거대한 두 은하단이 충돌하는 총알 은하단의 모습. 파란색은 중력 렌즈로 파악한 암흑 물질의 분포를, 보라색은 엑스선 관측으로 파악한 가스 물질의 분포를 보여준다. 명확하게 두 분포가 어긋나 있다. X-ray: NASA/CXC/CfA/M.Markevitch, Optical and lensing map: NASA/STScI, Magellan/U.Arizona/D.Clowe, Lensing map: ESO WFI

 

사실 이런 현장은 거대한 은하단 두 개가 함께 충돌하는 현장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총알 은하단(Bullet Cluster)’이 있다. 오래전 가스와 암흑 물질을 모두 품고 있던 두 은하단이 있었다. 그런데 서로의 강한 중력에 이끌려 둘은 빠르게 충돌했다. 그 결과 서로 열역학적 상호작용을 하는 가스 물질은 충돌면에 그대로 정체되어 찐득하게 반죽되었다. 하지만 유령과 같은 암흑 물질은 그대로 충돌 현장을 통과해서 벗어났다. 

 

실제로 이 총알 은하단 주변의 가스 물질 분포와 (중력 렌즈로 파악한) 암흑 물질의 분포를 그려보면, 크게 어긋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가스 구름과 같은 일반 물질과 그 어떤 상호작용도 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하는 우주의 유령, 암흑 물질이 분명 존재한다는 아주 확실한 증거가 되기도 한다. 천문학자들은 최근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던 두 왜소은하도 바로 이런 충돌로 인해 탄생했을 거라 추정한다. 다만 진짜 총알 은하단보다는 훨씬 작은 버전의 ‘총알 왜소은하(Bullet Dwarf Galaxy)’ 정도였을 것이다. 

 

NGC 1052 주변에서 일렬로 쭉 이어진 것이 확인된 작고 흐릿한 왜소은하 행렬.

 

이 시나리오가 사실일까? 정말 이런 충돌이 벌어졌다면 DF2, DF4 말고 또 다른 비슷한 왜소은하 파편들이 쭉 일렬로 이어져 있어야 한다. 천문학자들은 주변에 다른 파편 은하들이 남아 있는지를 샅샅이 뒤져 아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기대한 대로 10여 개의 아주 흐릿하고 어두운 파편 은하들이 한 줄로 쭉 이어져 분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 알고 있던 암흑 물질이 없는 두 왜소은하 DF2, DF4를 포함해서 10여 개의 은하들이 모두 줄줄이 소시지처럼 이어져 있다! 단순히 우연에 의해 이렇게 일렬로 은하들이 이어져 있을 확률은 겨우 0.6%밖에 안 된다. 

 

새롭게 확인한 여러 왜소은하들의 분포와 각각의 크기가 얼마나 펑퍼짐하게 부풀어 있는지를 표현한 그래프. 흥미롭게도 일렬로 쭉 이어진 파편 은하들만 주변의 다른 왜소은하들에 비해서 평균적으로 26% 정도 더 부풀어 있다. 이들이 모두 80억 년 전 충돌의 결과 날아간 파편일 수 있다는 정황을 뒷받침한다.

 

사실 이번 네이처 논문은 앞서 2020년 한국 천문학자들이 ApJ에 발표했던 왜소은하들끼리의 충돌 시뮬레이션 논문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래서 이번 논문을 읽고 궁금했던 점을 보충하기 위해, 앞서 2020년에 논문을 발표한 천문학자들과 간단한 이메일 인터뷰를 주고받았다. 다음은 이메일 인터뷰 질의응답을 다시 편집한 것이다. 

 

(연구로 바쁜 중에 흔쾌히 자세한 답변을 보내주신 서울대학교 김지훈 교수 연구팀의 신은진 연구원과 UT Austin의 이주현 연구원께 감사드립니다.) 

 

Q. 왜소은하들끼리의 고속 충돌을 통해서 암흑 물질이 모두 빠져나간, Dark Matter Free 은하 파편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런 왜소은하들끼리의 충돌은 얼마나 자주 벌어질까? 만약 우리 은하 주변에서도 빈번하게 벌어질 수 있다면, 왜 아직 우리 은하 주변에선 암흑 물질이 없는 작은 은하들이 발견되지 않는 걸까? 

 

A. 앞선 논문에서 연구진은 이런 왜소은하들끼리의 충돌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를 확인해봤다. 고해상도 시뮬레이션 Illustris-TNG를 분석한 결과, 길이 3억 광년 크기 부피 안에서는 평균 248번, 6000만 광년 거리 범위 안에서는 겨우 8번 정도만 벌어졌다. 

 

앞선 연구에서 구현한 왜소은하들끼리의 충돌 시뮬레이션 스냅숏.

 

생각보다 이런 충돌이 빈번하지 않은 이유는, 우선 왜소은하들이 최소 수백 km/s의 아주 빠른 속도로 부딪혀야만 암흑 물질이 없는 파편 은하들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정도 속도는 왜소은하 치고는 굉장히 빠른, 쉽게 갖기 어려운 속도다. 게다가 왜소은하는 크기가 아주 작기 때문에 정말 제대로 정조준해서 딱 왜소은하들이 서로 맞부딪힐 때만 이런 유효한 충돌이 벌어진다. 즉, 암흑 물질이 없는 파편이 만들어지려면 두 왜소은하가 아주 제대로 고속 충돌해야 한다는 뜻이다. 살짝 빗맞아서도 안 된다. 꽤 까다로운 조건이다. 

 

애초에 UDG들은 너무나 어둡고 흐릿해서 설령 우리 은하 주변에 숨어 있더라도 관측으로 찾기가 어렵다. 더구나 왜소은하들끼리의 고속 정면 충돌은 아주 빈번하진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Q. 아주 어둡고 흐릿한 UDG, 왜소은하들의 특성상 각 파편 은하까지의 정확한 거리를 아직은 알기 어렵다. 그런데 단순히 비슷한 방향에 일렬로 쭉 이어져 보인다고 해서, 이들이 정말 같은 충돌로 인해 만들어진 파편이라고 볼 수 있을까? 

 

A. 그렇다. 이번 네이처 논문에서 제시하듯이, DF2와 DF4는 각각 지구에서 멀어지거나 다가오는 시선 방향 속도를 갖고 있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딱 이들 사이에 7~10개의 왜소은하들이 일렬로 이어져 있다. 정말 이들이 같은 충돌의 파편이라면, 이 사이에 이어진 다른 왜소은하들도 모두 암흑 물질이 거의 없는 상태일 것이다. 이것을 확인하면 확실하게 시나리오를 검증할 수 있다. 

 

이들 모두 암흑 물질이 거의 없는 은하여야 한다는 것은 이번 시나리오 검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필수 조건이다. 다만, 각 파편 은하들의 운동 속도나 방향까지 모두 시나리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번 가설을 반박하는 것은 아니다. 충돌이 80억 년 전, 아주 머나먼 과거에 일어났기 때문에 긴 시간 동안 이 파편 은하들이 또 다른 상호작용을 하고 속도, 궤도가 달라졌을 수 있다. 

 

이번 시나리오를 통해서, 천문학자들은 현재 한 줄로 쭉 이어진 꼬마 은하들의 기차 양 끝, 꼬리칸과 머리칸에 있는 두 왜소은하 RCP3와 DF5가 80억 년 전에 충돌한 모은하 A, B의 조각일 거라 추정한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줄줄이 이어진 다른 왜소은하들은 모두 암흑 물질이 거의 없겠지만, 딱 이 양 끝에 있는 두 은하들만 원래 품고 있던 암흑 물질을 꽤 많이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추가 관측을 통해 이 사실이 확인된다면, 이번에 제시된 이 흥미로운 ‘총알 왜소은하’ 시나리오가 멋지게 입증될 것이다. 

 

이번 발견을 보면서 재밌는 고민이 들었다. 암흑 물질을 몰랐던 시절엔 DF2, DF4 이 왜소은하들이 지극히 정상적인 은하였을 것이다. 반대로 눈에 보이는 별들만 가지고는 설명할 수 없는 다른 많은 은하들이 비정상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우주에 빛을 발하지도 흡수하지도 않는 마치 유령과 같은 존재, 암흑 물질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이제는 도리어 이 둘이 비정상적인 은하가 되었다. 지금은 암흑 물질이 없으면 이상한 은하 취급을 받는다. 그 이상함 속에, 분명 일반적인 다른 물질과는 그 어떤 상호작용도 하지 않는 유령들이 우리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다는 놀라운 증거가 숨어 있다. 

 

참고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2-04665-6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2-01410-x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2-01298-7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c16e0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b40c7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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