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호실적 행진을 보이는 KT가 주가 부양을 위한 방안으로 직원들의 우리사주 매입 독려에 나선다. 다만 이를 두고 내부 잡음도 적지 않아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KT 안팎에 따르면 이 회사 우리사주조합은 최근 운영위원회를 열고 전 직원에게 2000만 원까지 무이자 대출을 통해 우리사주를 구입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결정했다. KT는 전 사적으로 직원들에게 주가 상승과 배당금 수입 확대를 강조하며 우리사주 매입을 권장한다는 방침이다.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확대가 책임경영 강화 신호라면 직원들의 우리사주 매입 확대는 주인의식 강화로 읽히면서 회사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이번 우리사주조합의 결정은 그간 주가 관리를 강조한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의 입장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구 대표는 줄곧 공개적으로 “KT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내년 3월 연임을 추진하는 구 대표로서는 최고경영자(CEO) 평가의 주요 계량 지표인 주가와 관련해 실적 달성에 성공했다고 보고 우리사주 매입 확대 카드를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구 대표는 미디어·클라우드·인공지능(AI) 등 ‘디지코(DIGICO, 디지털플랫폼기업)’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KT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4조 8980억 원과 영업이익 1조 6718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매출은 4.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1.2% 급증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로 인해 구 대표의 디지코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T는 올해 1분기에도 6조 2777억 원, 영업이익 6266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1%, 41.1% 증가하며 기록적인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KT 52주(1년) 주가 흐름을 보면 구현모 대표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1월 약식 기소된 후 올 1월 1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 받을 때까지는 CEO 리스크로 인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12월 2일 장중 KT 주가는 2만 9450원으로 52주 최저가로 떨어졌다. 이후 올 2월 지난해 실적 발표 전후 반등세로 돌아섰고, 이달 중순 1분기 실적 발표에 힘입어 16일에는 장중 3만 765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찍었다.
구 사장 취임 이후 KT 주주분포를 보면 우리사주조합의 비중 감소세가 뚜렷하다. 2020년 12월 31일 기준 116만 3339주(0.45%)를 보유했으나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99만 3785주(0.38%)로 줄더니 올해 3월 31일 기준 95만 8666주(0.37%)로 내려갔다.
올 3월 말 기준 KT 전체 직원 수는 기간제 근로자 705명을 포함해 2만 1410명에 달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KT는 직원들에게 우리사주 매입을 독려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내부 잡음도 적지 않다. 구 대표 연임을 위해 무리하게 대출까지 동원해 우리사주 비중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KT 제2노조(새노조) 측은 “지난 주총 때도 우리사주의결권을 위임하라고 직원을 압박한다는 내부 고발이 여러 건 있었다. 직원의 복지 차원이라면 우리사주를 무상으로나 저렴하게 줘야지, 대출을 해준다는 발상 자체가 비상식적”이라고 꼬집었다.
새노조 측은 “구 대표 취임 후 KT의 기업문화를 볼 때 이번 우리사주 취득 대출도 조직별로 줄 세우기 경쟁과 직원 압박으로 다가갈 것”이라며 “구 대표는 우선 현재 진행 중인 재판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과징금 구상권 청구를 하루라도 빨리 마무리지어 경영 리스크부터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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