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1번가가 11일 10여 곳의 국내외 증권사에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를 발송하며 본격적으로 상장 작업에 나섰다. 최근 IPO(기업공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 6개 기업이 상장을 철회했지만 11번가는 IPO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2018년 국민연금 등에 5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하면서 5년 내 IPO 추진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IPO 시장 한파와 더불어 적자 폭도 커져 11번가의 상장에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여러 기업이 상장을 철회했지만 11번가는 직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8년 국민연금 등과의 계약으로 2023년 9월까지 상장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 주관사 선정부터 상장까지 1~2년 정도 소요되기에 기한을 맞추기 위해 11번가가 상장 준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4년 전 11번가가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2조 7000억 원. 5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약속한 최소수익률은 3.5%다. 상장 실패 시 동반매도청구권을 통해 투자자가 대주주 소유 지분 80%를 제3자에게 팔 수 있는 조항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11번가가 4조~5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것으로 본다.
11번가는 2018년 매출 6744억 원, 영업손실 678억 원을 기록한 이후 5000억 원대의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연도별로는 △2019년 5305억 원(영업이익 14억 원) △2020년 5456억 원(영업손실 98억 원) △2021년 5614억 원(영업손실 694억 원)이다. 2018년 이후 매출은 줄었고, 영업손실은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성적도 신통치 않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해 1400억 원에 불과한데, 영업손실은 전년보다 4배나 늘어난 265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타 업체 대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주지 않는 이상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11번가는 해외직구 품목 등을 확장하며 기업가치 제고에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해외직구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쿠팡 등 경쟁사 대비 이점이 없어 차별화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커머스 시장 파이 싸움에서도 밀리는 모양새다. 현재 11번가의 시장 점유율은 쿠팡, 네이버, 신세계에 이어 4위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1번가의 시장점유율은 하락하고 있다. 아마존과의 전략적 제휴로 해외 직구 사업을 본격화했지만 시장 판도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외 증시 상황도 좋지 않아 비교 기업 선정에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공모밴드를 설정하는 데에서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 비교 기업인 쿠팡은 뉴욕증권거래소에 입성하며 상장 첫날 시가총액 100조 원을 기록했지만 현재 30조 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빠르면 올해 7월 상장을 목표로 한 컬리도 산적한 변수 탓에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 받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11번가는 매출액 성장 등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하형일 11번가 사장은 지난 3일 타운홀 미팅을 열고 “생태계 확장과 규모 있는 매출액 성장 등 체력과 경쟁력을 모두 확보해 11번가의 가치 증대를 시장으로부터 인정받자”고 강조했다.
11번가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적자폭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아마존 스토어 강화 △익일배송 경쟁력 강화 △우주패스(멤버십) 로열티 강화를 위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이번 1분기까지 적자 폭이 확대됐다. 감당할 수 있는 적자 선에서 수익성 개선에도 점차 힘쓸 예정이기에 상장에 큰 무리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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