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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천서 회장, “정냉경열(政冷經熱)로 한중 공동번영 모색해야”

인터뷰/구천서 한중경제협회장

2014.07.31(Thu) 13:27:53

   
▲ 구천서 한중경제협회장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 후 한중FTA 협상이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 총 수출 규모의 25%를 넘을 만큼 경제 분야에서 중요한 나라가 됐다. 여기엔 양면성이 존재한다. 중국이 경제성장을 계속하면 한국 경제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반대의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중국 경제가 기침만 해도 한국경제가 몸살을 앓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못하고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중FTA가 발효되면한국과 중국의 교역량은 한층 확대될 것이다. <비즈한국>은 한중경제협회를 이끌고 있는 구천서 회장으로부터 한중FTA 등 여러 현안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먼저 한중경제협회의 역할과 지금까지 성과에 대해 말씀해 달라.

한중경제협회는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중요한 나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정부가 채우지 못하는 경제와 문화 분야의 교류를 위해 2001년 만들어진 민간단체이다. 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면서 국익과 직결되는 경제 분야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중경제협회는 대중국 투자 지원, 한중 기업가들의 교류 확대, 중국 시장에 대한 조사 연구, 정보 관리 및 교육, 정책건의 등을 통해 양국의 우호와 민간 교류를 강화해왔다.

   
▲ 구천서 회장과 추궈훙 주한 중국 대사


지난 3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한중FTA가 연내 타결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중 FTA가 양국 경제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 있는 반면 역효과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한중FTA를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FTA는 기본적으로 체결국 간의 상품이나 서비스 교역에 있어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완화 내지 철폐하는 협정이기 때문에 비체결국에 대해 배타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전세계적인 FTA 체결 트렌드를 볼 때 지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알 수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25.7%를 차지하는 제1의 수출대상국이고 제3의 수입대상국으로 미국과 EU를 합한 것보다 큰 시장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한중 FTA가 발효되면 관세 인하의 이득이 별로 없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고관세율을 적용받는 소비재의 대중국 수출 비중이 지난해 기준 5.3%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또 국내 제조업의 경우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경우가 많아 관세인하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한 견해는.

사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미 중국에 많이 진출해 있기 때문에 관세 인하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가공무역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중 교역 구조를 고려할 때 중간재 수출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도 실질적인 관세 인하 효과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차등관세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가 높은 최종소비재와 한류에 기반한 문화 관련 제품의 경우 우리입장에서 유망한 수출 분야라 할 수 있다. 정부 협상 당국자들은 대중 수출 확대뿐만 아니라 양국의 장기적인 협력 방향까지도 고려해서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 구 회장과 리커창 중국 총리


‘한중 FTA 중단 농축산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한중FTA가 시행되면 우리나라 농수산업의 피해액이 향후 15년 동안 약 2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주장한다. 농어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협상의 본질이 하나를 얻기 위해 하나를 내줘야 하는 것이다 보니 우리나라 경제 구조상 긍정적인 효과를 보는 산업이 있고 부정적인 효과를 보는 산업이 있을 수밖에 없다. 농업 분야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정부 차원에서 우리의 생명 산업을 지키기 위한 정책적인 지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농업을 단순한 1차 산업에서 머무르지 않고 유통과 가공, 관광과 식구회장은 중국국영방송인 CCTV 13 뉴스채널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중국이 FTA를 통해 서로 보완하고 경쟁하는 가운데 큰 시너지 효과를 볼 것이다. 앞으로의 흐름은 ‘Made in China’가 아니라 ‘Made with China’가 될 것이며 중국과 협조해 함께 경제를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의 경제협력이 구체적으로 어떤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주는가.

동북아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는 입장에서 한국과 중국은 ‘공동 번영’이라는 가치를 정서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경제에 전례 없는 고속 성장을 이뤘지만 최근 몇 년 간 경제의 양극화와 고용 없는 성장으로 중산층이 급격히 감소했다. 앞으로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 새로운 자극과 돌파구가 필요하다. 그게 바로 중국이다. 중국 역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수출
   
▲ 구 회장과 왕이 중국 외교부 부장
지난 4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한·중 경제통상협력 포럼에서 시주석을 만난 대기업 회장의 희비가 엇갈렸다. LG화학, 포스코, SK텔레콤, SKC는 성과가 있었지만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시 주석으로부터 원론적 답변 외에 얻어낸 것이 없다. 이처럼 국내 대기업들의 중국 투자와 관련, 상반된 입장을 드러낸 뜻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시진핑 주석의 답변을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 대한 개인의 호불호를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중국도 지역 별로 경제 발전 격차가 크다 보니 서부대개발, ‘징진지(京津冀)’, ‘동북진흥’ 개발계획과 같은 독자적인 대규모 지역 개발 계획이 존재한다. 한국 대기업의 희비는 중앙정부의 ‘전략성 신흥산업’에 대한 정책적 배려와 경제 개발에서의 산업별 우선 순위, 해외 대기업 유치에 있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의견 조정에 따른 결과이며 중국 지도부의 전략적 선택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중국이 한중FTA를 경제가 아닌 정치적 의도로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시 주석이 언급한 ‘신형대국관계’의 뜻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또 일본 아베정권의 집단 자위권 행사로 동북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 정부는 어떤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역사적으로 볼 때 제2차 세계대전으로 시작된 냉전은 미국과 소련의 대립으로 도식화할 수 있다. 이 때부터 시작된 양강 체제는 1989년 소련이 붕괴할 때까지 세계를 지배하는 질서였다. 이후 미국의 단극체제를 위협하며 등장한 중국은 과거 일본, 소련, 독일과 달리 초강대국인 미국과의 충돌이나 마찰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평화로운 대국 간의 관계를 추구할 것이라 천명했다. 문화와 제도가 다른 나라들을 존중하면서 조화와 협력을 기본으로 상생하자는 이야기다.

최근 이른바 일본의 해석 개헌 때문에 동북아는 또다시 격랑에 휘말리는 국면이다. 일본의 아베 정권은 중미 경쟁 구도 내에서 미국에게 전략적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 중국과 미국의 경쟁이나 갈등은 일본의 전략적 이익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은 이러한 중국과 미국의 경쟁에서 한쪽을 선택하기 보다는 둘 사이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전략적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기계적인구 회장은 ‘동북아 커뮤니티 드림’이란 저서에서 ‘한중FTA → 한중일FTA → 동북아 공동체’란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 역사문제 등으로 한중과 한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중일FTA가 동북아공동체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가.

정냉경열(政冷經熱)이라는 말처럼 현재 정치외교적인 갈등이 부각되어 있지만 역시 경제교류만큼은 활발하다. 정치 문제를 푸는 핵심 열쇠 중 하나가 바로 경제이다. 어떤 면에서 일본의 군국주의 강화도 ‘잃어버린 20년’에 대한 좌절과 분노를 해외로 돌리기 위한 아베의 정책적인 선택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국제정치와 분리하여 경제 협력에 우선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인적으로 한국과 중국의 FTA 체결을 시작으로 역내 무역 시 위안화 결제도 늘리고 한국-중국-일본의 동북아경제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역내 다자간 구도에서 중국을 경쟁자로 생각하고 미국에 의존하면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싶어 하지만 주도권 문제 이전에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한국과 중국은 상대적으로 공통의 이익이 많기 때문에 한중양국 간의 관계가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한중 FTA가 체결된다면 일본은 합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서경(書經) 에 나오는 말처럼 ‘구대동존소이(求大同存小異)’의 정신으로 큰 틀에서 같은 것을 추구하고 다른 작은 것은 남겨두는 상생의 정신으로 접근해야 한다.
   
▲ 한중경제협회 임원진


한·중 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 ‘북핵 반대’란 표현이 포함되지 않았다. 북핵 문제는 안보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것인데 왜 거론이 되지 않았다고 보는가.

북핵 문제는 동북아 평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키워드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양국 정상이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북핵 반대’라는 말은 없다. 대신 “한반도의 핵무기 존재를 반대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것을 주장한다”는 표현이 있다. 이는 2009년 9?19 공동성명에서 6자 회담의 목표가 ‘검증가능한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명시한 이래 대부분의 국제 문서에서 사용되고 있는 표현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굳이 ‘북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까지 전통적인 혈맹인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의 전술핵이 한반도에 재배치되지 못하게 하는 중국의 포석이기도 하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최근 “6자 회담이 북한 핵문제 해결에 전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라며 무용론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미국정부와 북한당국의 양자회담 필요성을 제기했는데 구회장의 견해는.

초기 6자 회담은 시작하자마자 2년 만에 공동성명을 만들어 낼 정도로 활발하게 진행됐다. 인권문제와 티베트 문제로 중국을 압박하던 미국이 911 사건을 겪으면서 중국과의 협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6자 회담의 의장국 자리를 중국에 내준다 하더라도 동북아의 역내 질서의 주도권까지 내줄 수는 없었다. 6자 회담 자체가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자는 것인데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쉽게타결될 수 있겠는가? 어떤 학자는 미국이 패권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한반도와 동북아의 항구적인 평화는 도래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열전이나 냉전이 아닌 대화를 통해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동북아 질서를 구축하는데 6자 회담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에 틀림없다.
   
▲ 2014년 한중경제협회 정기 총회


구회장께서는 시진핑 주석, 리커창 총리 등 중국 지도부와 친분관계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지도부의 생각이 궁금하다. 한국과의 경제협력이 자국에 어떤 도움이 된다고 여기나.

1994년 집권당 중앙청년위원장 시절 공청단 서기로 있던 리커창 총리를 처음 만나게 되었고 그 뒤로도 친분을 이어왔다. 베이징대학 동문이기도 하고. 중국 지도부가 공식, 비공식적으로 한국과의 경제 협력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지난 7월 시진핑 주석은 방한 당시 경제협력과 통상을 강화하자며 자유무역지대 구축, 경제 공조 강화, 통상 투자와 재정금융 협력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중국보다 앞서 경제 발전을 이룩한 한국의 경험, 특히 새마을운동을 통한 한국의 현대화와 경제개발계획을 높이 사고 있으며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도시화 사업에 도입, 큰 성과를 얻고 있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흑자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는가. 중국 입장에서는 무역적자가 계속되는 것을 원치 않을 텐데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당연히 중국의 입장에서는 무역 수지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한중FTA도 그런 차원에서 전략을 짜고 있다. 단기간 내에 대한국 무역 수지 적자를 해소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경제구조 고도화를 목표로 전략성 신흥산업을 육성하고 지역별 개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각도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 보자. 사실 한국의 무역흑자 가운데 중국에서 오는 비중이 62%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무역, 내수, 금융, 부동산 등 경제의 많은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는 중국의 입장에서도 무역 불균형이지만 우리 입장에서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한국의 총 수출액 6171억 달러 가운데 1349억 달러(21.9%), 총 수입액 5366억 달러 가운데 876억 달러(16.3%)가 중국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중국이 없다면 수출과 수입 모두에서 엄청난 타격을 입을 만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진 것이다. 중국의 경제 충격이 우리나라로 전달될 경우 그 영향력이 심히 우려된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 외환 보유액 가운데 인민폐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역내 기축통화를 도모하는 인민폐에 대한 체계적이고도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구경모 기자

chosim34@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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