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산 암호화폐 루나와 자매 코인 테라 USD의 폭락 사태로 투자자들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직장인 A씨는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루나 코인에 7만 원을 들여 투자했다가 1원 남았다고 했다. B씨도 200만 원을 투자했는데 40만 원이 남았다며 어이없다는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다른 투자자에 비하면 A씨와 B씨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금융권에 따르면 루나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액이 약 5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인터넷상에서는 ‘주식 및 코인쟁이들이 오늘부터 할 일’이라는 제목으로 글이 돌았다. 첫 번째는 배민과 쿠팡 지우기, 두 번째는 필요한 것은 시장에 가면 반의반 값, 나머지 할 일은 보일러 끄기, 필요치 않은 전기 확인 후 끄기, 냉장고 비우고 전원 내리기, 네이버로 집 근처 약수터 확인하기, 운 좋으면 500원이나 1000원을 주울 수 있으니 산책하러 나가서 바닥 보고 다니기 등의 내용이었다. 돈을 날렸으니 절약해야 한다며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만든 이야기겠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답답함만 가중되는 비아냥이다.
KB증권에 따르면 루나 사태 이후 스테이블 코인 간에도 자금 유출입이 엇갈리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등 법정 통화와 가치를 연동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다. 법정화폐를 담보로 하거나 가상자산을 담보로 하거나 둘 중의 하나다. 그런데 스테이블 코인 중 1위 코인인 테더가 지난 12일 일시적으로 1달러 가치가 깨지며 붕괴 우려가 커졌다. 보유자산 중 70% 이상이 현금성 자산이라고 했지만, 기업어음(CP)이 65%, 신탁예금 24%, 현금이 3.87%만으로 구성돼 실제로는 현금 비중이 크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반면, 2위와 3위인 USD코인(USDC)과 디파이달러(DUSD)는 미국의 제도권 금융사에서 발행하고, 보장한다는 점에서 안정적으로 평가돼 최근 자금이 유입됐다고 한다.
하지만 지급준비율이 높든, 아니든 투자가 투기가 되는 순간,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0일 “테라의 폭락은 통화를 연동한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 연말까지 의회에서 규제 법안을 준비해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30대 젊은 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10명 중 4명은 암호화폐를 투자해본 경험이 있었다. 이전 세대와 달리, 적극적으로 직접 투자하는 MZ세대지만 암호화폐 투자를 해본 경험이 있는 이들도 1년 미만의 단기 투자에 500만 원 미만의 소액 투자가 주를 이루었다. 소위 “한 번 터지면 로또지만, 실패하면 쪽박”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루나 코인 투자자는 약 28만 명으로 추산된다. 주요 거래소에서 루나에 대한 거래 종료를 공지했던 지난 13일 17만 명보다도 약 10만 명 더 늘어난 수치다. 상장 폐지되기 전 상승세를 노리고 초단기 투자로 시세 차익을 보려는 투자자들도 몰렸다. 한 번쯤 암호화폐를 찔러 본 투자자들은 “안 하는 게 답”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마 같다고 비유하는 투자자도 있었다. 디지털자산 전문가들조차 “높은 변동성을 고려해 낮은 비중으로 편입하라”고 당부한다.
암호화폐 광풍이 몰아치기 직전, 암호화폐 거래소로 이직한 사람들 중에는 꽤 유명한 기업에서 온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 이직을 왜 했냐고 물으니, 대학교 다닐 때 자신의 전공이 컴퓨터공학이어서 암호화폐가 유망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전공과 전혀 관련이 없는 첫 직장보다 두 번째 직장이 자신의 전문 분야에 잘 맞춰 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 안에 있는 책꽂이에 책 대신 빼곡히 진열된 컵라면을 보여주며 “이렇게 매일 밤낮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하며 수줍게 웃던 그는 지금 어디 있는가. 암호화폐 시장에는 여러 업종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지만, 그들을 가이드할 수 있는 관련 법이나 규정은 없는 실정이다. 제 2, 3의 루나 가격 폭락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암호화폐 관련 공약으로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디지털자산의 제도권 편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융사들은 디지털자산과 관련한 첫 투자 상품을 먼저 내놓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옛말에 ‘급하게 먹는 밥은 체하는 법’이라고 했다. ‘투자는 투자자의 몫’이라고 돌리기보다 투자자 보호가 우선 절실한 시점이다. 투자자들도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말을 되새겨야 한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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