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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테라 사태로 유탄 맞은 국산 블록체인 프로젝트

위메이드·컴투스 등 서비스 앞두고 악재… "테라 탓에 한국산 블록체인 불신감 커져"

2022.05.19(Thu) 17:42:08

[비즈한국] 루나·테라 사태의 파장은 가상자산 투자 시장에만 그치지 않는다. 여러 기업이 미래 먹거리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웹3.0, 가상자산 발행 등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상황에 루나·테라 사태는 찬물을 끼얹었다. 탈중앙화금융(디파이·DeFi) 관련 서비스 업체들은 시장이 꽃피기도 전에 규제 강화, 산업 위축 등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P2E 게임과 연계하는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컴투스 블록체인 플랫폼 C2X(위)와 위메이드가 준비 중인 위믹스3.0. 사진=각 사 홈페이지

 

블록체인 기술을 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은 게임업체다. 자체 가상자산을 발행하고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을 구축해 P2E(Play to Earn) 게임을 만드는 식이다.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사업에 일찍이 뛰어들었다. 2018년 1월 관련 사업을 시작한 위메이드는 2020년 자체 가상자산 ‘위믹스’를 발행했다. 이를 활용해 지난해 출시한 P2E 게임 ‘미르4(글로벌)’가 성공하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위믹스 플랫폼을 키웠다. 위메이드는 글로벌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을 목표로 위믹스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오는 6월 15일 쇼케이스에서 공개하는 위믹스3.0은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확장의 연장선이다. 탈중앙화 메인넷을 구축한 위믹스3.0에서는 디파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스테이블 코인 ‘위믹스 달러’를 출시해 안정적으로 연 20%의 수익률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11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위메이드의 모든 서비스와 자산을 동원해 수익률 20%라는 목표를 확장 가능하고 안정적이게 구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문제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고 연 20%의 수익률을 제공한다’는 위믹스3.0의 디파이 서비스가 테라 생태계가 무너진 원인으로 꼽히는 ‘앵커 프로토콜’과 비슷해 보인다는 점이다. 참여자가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UST)를 예치(스테이킹)하면 연 18~20%의 이자를 주는 앵커 프로토콜은 높은 이자율로 많은 참여자를 모았지만 결국 붕괴했다. 

 

위메이드 측은 테라와 엮여 의심받는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위메이드는 4년째 블록체인 사업을 영위한 만큼 관련 기술이나 내부통제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무엇보다 위메이드라는 사업 주체부터 게임 콘텐츠로 사업을 잘 영위해온 곳이지 않나. 앞으로 블록체인 플랫폼에 온보딩할 예정인 게임도 100여 개에 달한다. 위믹스3.0 디파이 서비스의 구조는 차후 공개하겠지만, 테라 생태계와는 다르다”라고 선을 그었다.

 

테라 생태계를 활용했다가 날벼락을 맞은 곳도 있다. 컴투스는 2021년 테라폼랩스와 제휴를 맺고 테라 메인넷(블록체인 네트워크)을 기반으로 블록체인 플랫폼 C2X를 구축하고 자체 가상자산 CTX도 발행했다. P2E 게임 사업을 위한 투자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터지면서 컴투스홀딩스는 13일 C2X 플랫폼을 다른 메인넷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황급히 발을 뺐지만 타격은 적지 않았다. CTX 가격은 대폭 하락해 코인마켓캡 기준 8일 2600원대에서 11일 560원대까지 내려갔고, 컴투스홀딩스 주가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며 지난 9일부터 연일 하락세다. 증권가에선 메인넷 이전으로 P2E 게임 출시와 C2X 생태계 구축이 지연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컴투스홀딩스 관계자는 “P2E 게임 준비는 C2X 사업과 별도로 준비해왔다”며 “게임은 상반기 중에 차질 없이 출시하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담보물 없이 신뢰를 기반으로 20%에 달하는 이자를 지급하는 건 처음부터 지속 불가능한 조건이었다”며 “테라 생태계는 불안정하다고 계속 경고했지만 유명세를 타니까 제휴하는 업체며 투자자가 늘어나더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사업에 활발히 나선 건 게임업체만이 아니다. 카카오·네이버 등 빅테크는 웹3.0(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참여자가 콘텐츠를 만들고 보상을 얻는 것)과 디파이 서비스에 뛰어들었고, 은행과 전자금융업체는 스테이블 코인과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안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테라와 루나의 폭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고소했다. 사진은 투자자를 대신해 고소장을 제출하는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 변호사. 사진=연합뉴스

 

탈중앙화(디파이) 블록체인 관련 업체들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투자자의 공포심이 커지면서 최근 스테이블 코인의 공급량이 급감했고, 디파이를 향한 불신이 커져서다. 규제로 인해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외에선 스테이블 코인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인이 은행과 같은 규제를 받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밝혔고, 국내에선 금융당국이 하반기에 청문회를 열고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등을 소환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금융 거래 프로토콜 개발 업체 관계자는 “테라가 본질적으로는 탈중앙화가 아닌데 이를 표방하면서 업계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생태계가 참여자의 활동과 토큰 발행을 통한 인센티브의 지급이 선순환하며 유지돼야 한다. 이 같은 토큰 이코노미를 기반으로 실력은 있지만 자본이 적은 신규 업체가 성장할 수 있는데, 이번 사태로 이들이 기회가 잃을까 봐 우려스럽다. 디파이 산업이 투기로 몰려 규제 강화 논의가 나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테라 사태가 해외에 진출하는 국내 블록체인 업체의 발목을 잡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블록체인 인프라 구축 서비스 업체 대표는 “해외에서 ‘한국산’이라는 점이 불신을 뜻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해외에 자료를 보냈는데 관심이 적었다. 해외 VC(벤처캐피털) 사이에서도 한국 업체를 향한 신뢰가 떨어진 상태다. 6월에 미국에서 열리는 대형 블록체인 행사에도 참석하기로 했지만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취소됐다. 한동안은 부정적인 영향이 이어질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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