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5000원대로 올라섰다. 원두를 비롯한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커피 프랜차이즈가 줄줄이 가격을 올리는 상황이다. 소비자의 부담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지만 업계에서는 ‘지금이 가격 인상 타이밍’이라 말하고 있다.
#추가 인상 계획 없다지만…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의 가격 인상은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1월 스타벅스가 선제적으로 가격을 올리자 뒤이어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커피빈코리아, 탐앤탐스, 폴바셋, 엔제리너스 등도 줄줄이 커피값을 올렸다. 스타벅스, 할리스, 투썸플레이스는 아메리카노 가격이 41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됐다. 커피빈 4900원(인상 전 4800원), 탐앤탐스 4400원(인상 전 4100원), 폴바셋 4700원(인상 전 4300원), 엔제리너스 4500원(인상 전 4300원) 등으로 변동됐다.
심지어 커피빈코리아는 5월 10일 4900원에서 5000원으로 가격 인상을 또다시 감행했다. 올 들어 두 번째 인상으로, 2월 가격을 올린 지 3개월 만이다.
소비자들은 또다시 커피 프랜차이즈의 가격 상승이 있을까 불안한 모습이다. 아직은 대부분의 프랜차이즈가 인상 계획이 없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연초 가격 인상을 진행한 만큼 추가 인상에 대한 계획이 없다. 당시 원두 및 원부자재, 물류비 등이 상승하면서 제반 비용이 올라 부득이하게 7년 8개월 만에 가격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도 “1월 가격 인상이 거의 10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그동안 원부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일이 계속됐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 최대한 방어를 해온 상황이었다”며 “이번에는 부득이하게 가격을 인상했으나 추가 인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가격을 올리지 않았던 일부 프랜차이즈도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 이디야 관계자는 “재작년 경기도 평택에 자체 로스팅 공장인 드림팩토리를 준공하면서 자체적으로 원두를 생산하게 됐다. 생두 가격이 오르긴 했으나 공장을 통해 어느 정도 가격 방어가 가능한 상태”라며 “원두 공급가에 변동이 없기 때문에 가맹점에서도 가격 인상 요구 등은 없다.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원두값 오를 때는 줄줄이 인상, 하락할 땐 모르쇠
커피 프랜차이즈가 지목한 가장 큰 가격 인상 요인 중 하나는 원두 가격 상승이다. 최근 기상 변화 및 코로나19 영향으로 원두 가격이 크게 올랐다. 세계 최대 커피 원두 생산국인 브라질의 기상 악화로 원두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국제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며 원두 가격이 급등했다. 관세청 산하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3월 수입 생두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88.6% 올랐다.
원두 가격 상승은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됐다. 2021년 7월만 해도 전년 동기 대비 4.3% 가격이 낮았던 생두 가격이 8월부터 오름세를 타기 시작했다. 8월에는 15.2%(각각 전년 대비), 9월에는 24.6%, 12월에는 50.9%, 올해 들어서는 70%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커피 가격은 브라질 사정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브라질에서 생산되는 원두량이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2014년 가뭄으로 브라질의 커피 생산량이 전년보다 13% 줄어들었을 때도 전 세계적으로 커피값이 상승했다. 당시 브라질이 주산지인 아라비카 원두 가격이 급등했는데, 이를 이유로 스타벅스와 커피빈이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하지만 원두값 하락에는 무덤덤하다. 2014년 원두값이 오른 것을 빌미로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줄줄이 커피값을 올렸지만, 다음 해 브라질이 원두 수출량을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려 원두 가격이 하락했을 때는 가격 변동이 없었다. 인상했던 가격을 다시 인하한 경우는 없었다.
현재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여건임에도 업계 분위기에 따라 가격을 올리려는 움직임도 있다. 한 커피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최근 다른 프랜차이즈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리고 있지 않나. 가격을 언젠가 올릴 것이라면 차라리 다른 브랜드들과 함께 올리는 것이 고객 반응 면에서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 번 올린 가격을 다시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최대한 가격 인상을 피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프리미엄 원두 등을 이유로 가격을 비싸게 받기보다는 다양한 가격대의 원두를 제시하고 소비자가 가격대를 선택할 수 있게끔 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줄줄이 커피 가격을 올리는 것을 보며 동네 상권의 소상공인 한숨도 깊어진다. 원두 가격 상승의 여파를 더욱 크게 받으면서도 가격 인상은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는 통상 1년 단위로 원두를 대량 구입하고, 자체 로스팅 공장 등을 운영한다. 그래서 원두 가격 상승으로 인한 타격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동네 작은 커피 전문점은 수시로 원두를 구매하다 보니 원두 가격 인상의 직격타를 맞는다.
한 커피 전문점 대표는 “원두 가격이 올해 40% 올랐는데, 최근 10%를 더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생두 자체가 10여 년 동안 5~7% 올랐는데, 최근에만 갑자기 40%가 올라 너무 황당한 상황”라고 말했다.
원두 가격이 치솟고 있지만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 앞선 자영업자는 “가격 인상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지만 어려울 것 같다. 마진을 생각하면 커피 가격을 올려야겠지만 동네 분위기라는 게 있지 않나. 다른 가게들과 가격대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혼자만 올릴 수가 없다”며 한숨지었다.
이은희 교수는 “외식 물가가 오른 데 이어 커피 가격까지 인상되면서 소비자의 부담이 너무 커졌다. 특히 다음 달 일회용 컵 보증금제까지 시행되면 커피값 인상 폭이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라며 “식사 후 커피 한 잔 마시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점점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보다는 ‘가성비’ 좋은 편의점 커피나 저가 커피 등으로 수요가 몰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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