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김윤 삼양그룹 회장이 우리나라 대표 부촌으로 꼽히는 서울 성북동 단독주택을 올해 초 장남 김건호 휴비스 사장에게 헐값에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독주택은 김윤 회장이 3년 전 김건호 사장 땅에 건축한 집인데, 김 회장이 통상 건축비용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매각해 편법 증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은 올해 1월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보유하던 단독주택을 장남인 김건호 휴비스 사장에게 팔았다. 매매가는 11억 5769만 9820원. 부동산에 근저당권이 설정되지 않은 것으로 미뤄 매매대금은 모두 현금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인 주택 매매 사례와 달리 이번 거래는 부지를 제외한 건물만 거래됐다.
이 단독주택은 3년 전 김윤 회장이 김건호 사장 땅에 지은 집이다. 김윤 회장은 2019년 12월 김건호 사장이 보유하던 성북동 915㎡(277평) 규모 대지에 지하 1층~지상 2층(연면적 1267㎡, 383평) 규모인 이 단독주택을 조성했다. 출입부에는 자동차 9대를 수용할 수 있는 자주식 주차장과 경비실 등을 갖췄다. 시공은 고급주택을 전문으로 짓는 장학건설이 맡았다.
단독주택 부지는 김건호 사장이 아버지와 동생에게서 넘겨받은 땅이다. 김윤 회장은 2005년 5월 이 부지와 부지 위에 있던 단독주택 한 동을 김건호 사장과 차남 김남호 씨에게 증여했다. 김건호 사장은 2018년 5월 동생 김남호 씨와 함께 기존 단독주택을 허문 뒤, 김윤 회장이 신축 공사를 진행하던 이듬해 3월 김남호 씨가 보유하던 토지 지분을 17억 9660만 2500원에 사들였다.
이번 단독주택 매매가는 시세를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업체에 따르면 준공 당시 인근 고급주택의 3.3㎡(평)당 건축비는 이번 거래가 3배 수준인 1000만 원에 육박한다. 거래가 이뤄진 단독주택의 연면적이 1267㎡임을 감안할 때, 건축비만 최소 38억 원가량이 드는 셈이다.
반면 매매가는 부동산 공시가격으로 추산한 건물 가격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단독주택 부지와 건물 가치를 합산한 개별주택가격은 지난해 기준 58억 5300만 원, 땅값을 나타내는 개별공시지가는 ㎡당 473만 6000원(915㎡, 총 43억 3344만 원)으로 두 공시가격을 단순 차감했을 때 건물 가치는 15억 1956만 원으로 추산된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세금을 매길 때 정부가 삼는 기준으로 통상 시세보다 낮다. 그런데 김 회장 부자의 거래가는 이보다 3억 6186만 원이나 낮다.
세무당국은 납세자가 특수관계자인 가족에게 자산을 시세보다 싸게 양도하면 이를 세금 부담을 줄이는 부당행위로 보고 세액을 다시 산출한다. 세법상 가족 간 부동산 거래에서 용인되는 할인 범위는 시가 대비 3억 원 수준. 소득세법에서는 특수관계자와 거래할 때 시가와 거래가 차이가 3억 원 이상이거나 시가 5% 이상인 경우 부당행위로 보고,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특수관계자와 거래에서 시가와 거래가 차이가 3억 원 또는 30%이상 차이가 나면 차액을 증여한 것으로 본다.
한 세무사는 “부모가 자녀의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세보다 싼 값에 재산을 양도하는 사례가 많다. 증여로 재산을 넘겨주면 자녀가 막대한 증여세를 부담해야 하지만 매매로 싼값에 자산을 넘기면 부모가 양도세나 증여세를 부담하고 자녀는 시가보다 싼 매매대금만 마련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부모가 특수관계자인 자녀에게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부동산을 팔면 세무당국이 부당행위계산을 부인해 양도세를 더 물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양홀딩스 관계자는 “(회장의) 개인적 활동에 대해서는 답변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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