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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세상 바꾸는 '젊은 피' 30세 이하 창업자들

포브스 선정 '2022 유럽의 30세 이하 리더' 중 스타트업 만든 인물들

2022.05.16(Mon) 16:03:39

[비즈한국] 지난 5월 초,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가 ‘2022년 유럽의 30세 이하 리더(30 under 30 Europe 2022)’를 발표했다. 포브스는 매년 미국, 캐나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지역별로 금융·벤처캐피털(VC), 소비자 기술, 기업 기술, 예술 등 10개 분야의 30세 이하 청년 리더를 분야별로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올해는 59%가 20억 달러(2조 57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이끌어 낸 스타트업 창업자나 공동창업자들이다. 

 

평균 나이는 27세, 주당 평균 업무 시간은 62시간이다. 2021년 유럽 평균 노동시간이 36.4시간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들은 주로 런던, 베를린, 파리, 뮌헨에서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걸스 인투 코딩’ 이끄는 최연소 14세 창업자

 

유럽 30세 이하 리더 중 ‘막내(Yongest)’ 분야는 대부분 연예, 음악, 스포츠 분야 인플루언서들이지만, 몇몇 기술 기반 창업자들이 눈에 띈다. 막내 중에서도 막내는 런던에서 걸스 인투 코딩(Girls Into Coding)을 이끄는 14세 창업자 아비 쿨루트(Avye Couloute)다. 아비는 과학, 기술, 공학, 수학(STEM) 분야의 워크숍에 참여해 코딩을 배웠는데, 참가자 대부분이 남학생들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여학생을 위한 코딩 커뮤니티인 걸스 인투 코딩을 만들었다. 2018년, 아비의 나이 11세였다. 아비는 어머니와 함께 걸스 인투 코딩을 창업해 10~14세 여학생들을 위한 코딩 워크숍을 조직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걸스 인투 코딩은 소프트웨어 회사 레드 햇(Red Hat), 에너지 회사 SSE와 옥토퍼스 에너지(Octopus Energy)로부터 7만 파운드(약 1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고, 지금까지 1000명 이상에게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라인 위주의 행사만 진행한 2021년 매출은 7만 파운드를 기록했고, 2022년에는 상반기에만 이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걸스 인투 코딩 창업자 아비 쿨루트. 사진=girlsintocoding.com

 

폴란드 태생의 20세 창업자이자 CEO 휴고 크로스트(Hugo Chrost)의 솔브메드그룹(Solvemed Group)도 흥미롭다. 크로스트는 가족이 치매로 고생하는 것을 지켜보고, 2019년 18세의 나이로 동료들과 솔브메드그룹을 공동창업했다. 솔브메드그룹은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병을 진단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한다. AI 머신러닝을 통해 안구 생체 지표를 인식해 신경학 치료와 약물 개발에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한 솔루션이다. 현재 연구개발을 위해 430만 달러(55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큰돈 굴리는 젊은 스타트업 창업자들

 

빅머니(Big Money) 분야는 1000만 달러(128억 원) 이상의 자금으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창업자들의 목록이다.

  

베를린의 리걸 OS(Legal OS)는 변호사들을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변호사, 사내 법무팀, 로펌 등이 코딩 없이도 법률 서비스 소프트웨어를 스스로 구축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계약서를 만들거나 회사의 소유권 분할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 툴 등 일반적으로 변호사나 법무팀이 긴 시간에 걸쳐 검토해야 하는 것들을 기본 알고리즘 설계를 통해 AI가 간단하게 결과를 도출해내는 솔루션이다. 

 

리걸 OS의 공동창업자 샬롯테 쿠푸스(왼쪽)와 릴리안 브라이덴바흐. 사진=legal os linkedin


리걸 OS의 공동창업자 릴리안 브라이덴바흐(Lillian Breidenbach)와 샬롯테 쿠푸스(Charlotte Kufus)는 모두 29세로 유럽 30세 이하 리더 목록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리걸 OS는 최근 구글의 AI 전문 VC인 그래디언트 벤처스(Gradient Ventures)가 주도하는 자금 조달 라운드를 성공적으로 마쳐서 누적 투자 900만 달러(115억 원)를 달성했다. 

 

베를린 기반 온라인 주식 투자 플랫폼 트레이드 리퍼블릭(Trade republic)의 공동창업자 마르코 칸첼리에리(Marco Cancellieri)는 현재 27세다. 막 스무 살을 넘긴 2015년 뮌헨대학교를 중퇴하고, 해커톤에서 만난 크리스티안 헤커(Christian Hecker), 토마스 피슈케(Thomas Pischke)와 함께 트레이드 리퍼블릭을 공동 창업했다. 

 

트레이드 리퍼블릭의 세 창업자. 맨 왼쪽이 마르코 칸첼리에리. 사진=traderepublic.com

 

트레이드 리퍼블릭은 주식 투자 수수료가 비싼 독일에서 매도·매수 수수료를 1유로(1300원)만 받는 것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미국의 ‘로빈후드’에 비견할 만해서 ‘유럽의 로빈후드’로도 불린다. 칸첼리에리는 트레이드 리퍼블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총괄하는 모바일 책임자로 기술적으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20대 초반에 이미 기술 스타트업을 창업해 성공적으로 매각하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 캐피털을 설립한 20대 초중반 세 창업자도 눈에 띈다. 이반 페르난데스 루카스(Ivan Fernandez Lucas), 마커스 퇴어슈테트(Markus Törstedt), 에드가 빈센트(Edgar Vicente)가 그 주인공이다. 각각 23, 24, 25세의 이 청년들은 2020년에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회사인 엔조 벤처스(Enzo Ventures)를 창업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기반을 둔 엔조 벤처스는 2021년에 50만 유로(6억 원) 규모의 마이크로 펀드를 조성하고, 2022년 2월에 2000만 유로(267억 원) 규모의 시드 펀드를 조성해 설립한 지 1년 만에 10개 이상의 회사에 투자했다. Z세대 투자자의 성장 속도가 무섭다. 

 

엔조 벤처스의 공동창업자 3인. 모두 25세 이하다. 사진=enzoventures.eu

 

#사회에 긍정적 영향 주는 창업자들

 

소셜임팩트 분야에서는 중국 출신의 류양(Yang Liu)이 이름을 올렸다. 중국 난징농업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2017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KickStarter)에서 생분해성 섬유 솔루션을 통해 기금을 마련한 류양은 2018년 런던에서 천연소재 남성 속옷을 만드는 스타트업 저스트웨얼스(JustWears)를 창업했다. 저스트웨얼스는 지금까지 누적 투자 400만 달러(51억 원)를 유치했고, 25만 벌 이상의 속옷을 판매했다. 

 

런던 스타트업 저스트웨얼스의 창업자 류양(29). 사진=justwears twitter

 

저스트웨얼스에서 사용하는 생분해섬유는 일반 면보다 10배 적은 면적에서 재배할 수 있고, 생산하는 데 물이 20배 적게 든다. 또 폴리에스터 섬유에 비해 50배나 빨리 썩기 때문에 환경 친화적이다. 모든 포장재에 재생종이를 사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프랑수와 드 보베(François des Beauvais)는 파리의 스타트업 픽소(Pyxo) 공동 창업자다. 픽소는 레스토랑, 슈퍼마켓, 식품회사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와 빨대를 공급하는 스타트업으로 2018년 설립했다. 설립된 지 1년 만인 2019년 프랑스 의회에서 모든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용기는 2023년 1월까지 재사용 가능한 용기로 바꾸어야 한다는 법안이 통과됐다. 픽소에게는 절호의 타이밍이었다. 소덱소(sodexo) 같은 프랑스의 식품 서비스 기업뿐만 아니라 맥도날드 등 글로벌 기업도 픽소를 찾았다. 지속 가능한 포장 용기와 음식 용기를 공급하는 픽소에게 많은 투자자들이 열광했다. 픽소는 지난 12월 시드 펀딩으로 700만 유로(93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픽소 공동창업자 프랑수와 드 보베(29). 사진=프랑수와 드 보베 링크드인

 

식품회사나 레스토랑이 픽소에서 용기를 구매하면, 이 용기는 QR코드와 NFC 칩으로 추적이 된다. 픽소에서는 이를 추적해서 더러운 용기를 수거하고 새 용기를 공급한다. 레스토랑에서는 앱을 통해 직접 용기 수거나 공급을 요청할 수 있고, 소비자도 앱으로 자신이 이용하는 레스토랑에 픽소 사용을 권장할 수 있다. 프랑수아 드 보베는 맥킨지에서 비즈니스 애널리스트로 일하다가 픽소를 창업했다.   

 

유럽에서도 30세 이하에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대학교를 중퇴하거나 평균보다 더 긴 시간을 일해야 하는 등 비범한(!) 10대와 20대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직 20대인데 이미 98년부터 회사의 파트너로 등록이 되어 있거나 부모와 함께 창업하는 ‘부모 찬스’를 써 일찍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창업자들도 눈에 띄었다.

 

흥미로운 점은 인종과 성별이 점점 다양해진다는 점이다. 유럽 30세 이하 리더 가운데 58%가 남성, 41%가 여성이며, 1%는 자신의 성별을 이분법적으로 규정하지 않는 논 바이너리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대표하는 사람들의 다양성에도 달려 있다. 지금까지 가시화되지 않은 숨은 문제들, 존재하지만 ‘문제가 아니라고 치부’되었던 것들이 여러 색깔과 목소리의 힘으로 하나씩 드러나면서 이 세상은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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