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드디어 제임스 웹의 모든 장비가 관측 준비를 마쳤다! 제임스 웹은 적외선으로 우주를 관측한다. 그래서 굉장히 까다롭다. 온도를 갖고 있는 모든 물체는 적외선을 방출한다. 심지어 작동하는 망원경 장비 자체까지 그렇다! 그래서 적외선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망원경 자체의 열도 잡아주어야 한다.
제임스 웹은 총 다섯 겹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방열판을 통해 태양열이 광학 센서로 들어가지 않게 차단한다. 우주로 올라간 이후 제임스 웹은 성공적으로 방열판을 펼쳤고, 4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드디어 모든 장비가 거의 절대 영도에 가까운 아주 낮은 온도로 차갑게 식었다. 비로소 망원경에서 방출되는 적외선의 방해 없이 온전하게 먼 우주의 적외선을 관측할 수 있는 준비를 마친 것이다.
관측 준비를 마친 제임스 웹은 가장 먼저 마젤란은하 쪽을 바라봤다. 우리 은하도 아닌 이웃한 다른 은하에서 빛나는 수많은 별들의 모습을 선명하게 담아냈다. 앞서 우주로 올라간 다른 적외선 망원경들과 비교하면, 이번 제임스 웹의 성능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할 수 있다.
똑같은 하늘을 WISE, 스피처, 이번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찍은 사진을 비교해 보면 제임스 웹의 압도적인 성능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이번에 테스트 삼아 촬영한 사진에는 단순히 마젤란은하 별들뿐 아니라 더 먼 수많은 배경 은하들까지 빽빽하게 찍혔다.
그렇다면 앞으로 제임스 웹을 통해 천문학자들은 어떤 천체들을 관측하게 될까? 제임스 웹으로 관측하게 될 대표적인 명소들을 소개한다.
천문학자들이 제출한 실제 관측제안서를 바탕으로, 가장 흥미로운 제임스 웹의 관측 대상들을 살펴보자.
#일곱 개 외계행성이 공존하는 세계 TRAPPIST-1
제임스 웹은 생명이 살 만한 외계행성을 탐색하는 중요한 임무도 갖고 있다. 외계 생명체를 기대할 만한 가장 흥미로운 곳으로 물병자리 방향으로 약 39광년 거리에 있는 TRAPPIST-1 행성계가 있다. 이곳은 별 하나 곁에서 외계행성이 무려 일곱 개나 발견되었다. 여덟 개의 행성을 거느린 우리 태양처럼, 많은 행성들이 이 별 곁을 함께 돌고 있다.
TRAPPIST-1 별 곁을 도는 행성들의 궤도는 굉장히 작다. 일곱 개 행성들의 궤도 전체가 태양 곁을 도는 수성 궤도보다도 더 작다. 하지만 중심 별이 우리 태양보다 훨씬 작고 미지근해서 이렇게 별 코앞에 바짝 붙어 돌아도 행성들은 그렇게 뜨겁지 않다. 일곱 개의 외계행성들 중에서 무려 네 개나 적당한 온도를 유지해서 액체 바다와 생명체를 기대할 수 있는 골디락스 존에 들어와 있다.
천문학자들은 제임스 웹을 통해 이 네 개 외계행성의 하늘에 어떤 화학 성분이 있는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외계행성들이 중심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가면, 별빛 중의 일부는 외계행성의 대기권을 통과해 날아온다. 외계행성 대기권에 있는 화학 성분들은 이 별빛의 일부를 흡수하게 된다. 그리고 그 흔적은 별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바로 알 수 있다. 외계행성의 대기권을 통과한 별빛과 그렇지 않은 온전한 별빛의 스펙트럼을 비교하면 외계행성 하늘에 어떤 성분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물분자 H20는 파장 2.7μm의 빛을 흡수한다. 이는 딱 제임스 웹이 관측하는 적외선 범위에 포함된다. 이 외에도 이산화탄소, 오존 등 다양한 화학 성분의 존재 여부, 함량 등을 파악하게 된다. 제임스 웹 안에 들어간 적외선 범위의 다양한 파장의 빛을 분해해서 볼 수 있는 NIRSpec 장비로 이를 관측한다. 이를 통해 이 행성들이 별 주변의 골디락스 존에 있는지뿐만 아니라 그 대기권에 물, 이산화탄소처럼 생명 탄생에 필요한 재료들이 존재하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아는 가장 먼 초기 우주 GN-z11과 HD1 은하
앞서 허블 망원경은 큰곰자리 방향에서 GN-z11 은하를 포착했다. 이것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134억 년 전, 빅뱅 이후 우주가 고작 4억 년밖에 되지 않은 초기 우주에 존재한 원시 은하다. 그런데 최근 천문학자들은 이보다도 1억 년 전, 우주 나이가 겨우 3억 살밖에 안 되었을 때 존재한 또 다른 원시 은하 후보 HD1을 발견했다. 이들은 모두 우리가 지금껏 발견한 가장 먼 과거, 빅뱅 직후 초기 우주의 천체들이다.
허블 망원경이 두 초기 우주 은하를 포착하기는 했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서 정확한 스펙트럼을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더 거대한 눈을 가진 제임스 웹이라면 이 머나먼 은하들을 더 밝고 선명하게 담아내어 더 정확한 스펙트럼을 얻을 수 있다.
은하들의 스펙트럼은 특히 먼 우주를 연구할 때 아주 중요하다. 우주 자체가 통째로 팽창하면서 먼 은하에서 날아오는 빛의 파장도 함께 늘어난다. 그래서 아주 먼 은하의 빛의 스펙트럼은 더 파장이 길고 붉은 쪽으로 늘어진 채 관측된다. 굉장히 먼 은하라면 아예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 범위를 벗어나 적외선 쪽으로 치우칠 정도다. 허블은 가시광선과 근자외선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제임스 웹은 허블이 볼 수 있는 범위보다 더 파장이 긴 적외선으로 우주를 본다. 허블의 관측만으로는 확신할 수 없었던 이 은하들의 거리를 제임스 웹을 통해 검증할 수 있다. 제임스 웹은 허블 선배가 추정했던 이 은하들이 정말 멀리 있는 초기 우주의 은하들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나아가 허블이 볼 수 없었던 더 머나먼 초기 은하들이 있지는 않은지도 탐색하게 될 것이다.
#가장 먼 우주에서 발견된 단 하나의 별 에렌델
최근 발견된 또 다른 초기 우주의 주인공이 있다. 우주의 암흑기를 끝내고 새벽이 시작되던 순간 존재한 별 에렌델이다. 단일 별로는 처음으로 우리 은하를 넘어 우주 끝자락에서 발견된 기록의 주인공이다. 마침 에렌델이 보이는 방향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은하단 덕분에 포착될 수 있었다. 이 은하단의 중력이 주변 시공간을 휘어놓으면서 멀리 놓인 에렌델의 빛이 더 밝게 증폭되는 중력 렌즈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례적으로 무려 천 배나 더 밝게 별빛을 증폭해준 덕분에 허블은 이 말도 안 되는 먼 거리에 놓인 단일 별을 포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천 배나 더 증폭된 결과가 이 희미한 모습이다. 여전히 허블의 관측만 가지고는 깨끗한 스펙트럼을 얻을 수 없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제임스 웹으로 에렌델을 다시 관측해 더 밝고 선명한 스펙트럼을 얻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에렌델의 거리가 정말 이렇게 먼 거리가 맞는지, 그리고 에렌델이 정말 단일 별인지 아니면 별들이 모여 있는 성단인지 등을 검증할 수 있다.
#먼지 구름 속에 숨은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
우리 은하 중심부도 제임스 웹으로 꼭 봐야 할 명소다. 우리 은하 중심부는 은하 원반을 가득 채운 별 먼지들로 인해 관측하기 까다롭다. 제임스 웹은 파장이 긴 적외선을 관측한다. 적외선은 파장이 긴 덕분에 시야를 가리는 먼지 구름을 요리조리 피해서 날아와 먼지 구름 너머를 꿰뚫어 볼 수 있게 해준다.
이미 천문학자들은 별과 가스 구름 덩어리들이 우리 은하 중심부 곁을 굉장히 빠르게 돌고 있는 것을 관측했다. 이를 통해 우리 은하 정중앙에 무시무시한 중력을 행사하는 아주 무거운 질량 덩어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무려 태양 질량의 400만 배나 되는 육중한 블랙홀이다. 하지만 기존의 지상 망원경과 허블의 관측만 가지고는 더 자세히 분석하기 어려웠다.
제임스 웹은 분해능이 뛰어나 더 세밀하게 분석이 가능하다. 우리 은하 중심부에 살고 있는 거대한 괴물이 단순히 하나의 초거대 블랙홀인지, 아니면 수많은 작은 블랙홀이 바글바글 모인 작은 블랙홀들의 군집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테스트가 될 것이다.
우주의 거의 모든 은하는 중심에 거대한 블랙홀을 두고 있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은 블랙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무거운 별 하나가 진화를 마치고 붕괴하면서 만들어지는 훨씬 가벼운 항성 질량 블랙홀의 기원은 잘 알지만, 은하 중심에 살고 있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의 기원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가벼운 블랙홀들이 계속 합쳐져 거대한 블랙홀에 이르게 되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초거대 질량 블랙홀로 탄생하는지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제임스 웹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괴물 주변을 맴도는 별과 가스 구름들을 기존 지상 망원경으로는 볼 수 없었던 아주 세세한 모습까지 제임스 웹이 보여줄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이 흥미로운 명소들을 제임스 웹의 새로운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관측 제안서를 제출하고 있다. 제임스 웹을 활용한 천문학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앞으로 이어질 제임스 웹의 새로운 발견을 기대해보자.
참고
https://www.stsci.edu/jwst/phase2-public/1727.pdf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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