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시공능력 10위 건설사 에스케이(SK)에코플랜트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진출에 나선다.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친환경사업에 적극 뛰어든 SK에코플랜트는 내년 하반기 기업 가치 10조 원 평가를 받고 코스피 시장에 입성할 계획이다. 올해 공모주 대어로 꼽혔던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업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받지 못해 상장 계획을 철회한 만큼, SK에코플랜트가 향후 자본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친환경사업 뛰어든 시공능력 10위 건설사, 코스피 상장 시동
SK에코플랜트는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결과 엔에이치투자증권,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IPO) 이후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해 이르면 내년 하반기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는 국내 시공능력 10위 건설사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에서 공사 수행 능력을 4조 9162억 원으로 평가받았다. 1962년 2월 설립돼 현재 국내외에서 건축, 토목(인프라), 플랜트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사업별 매출 비중은 플랜트 44.6%, 건축주택 34.9%, 토목 19.8% 등이다.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친환경사업에도 뛰어들었다. 2020년 종합 환경플랫폼 기업인 환경시설관리를 1조 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폐기물 처리 회사 등 친환경기업 총 9곳을 사들였다. 이를 통해 현재 국내 수처리 1위, 사업장폐기물 소각 1위, 의료폐기물 소각 2위, 폐기물 매립 3위 등 독보적인 환경사업자 지위에 올랐다.
최대주주는 지주사인 SK다. SK는 2009년 7월 SK케미칼 지분을 인수해 지분율 40%로 SK에코플랜트 최대주주에 올라선 뒤 2013년 12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지난해 말 수준(44.5%)의 지분을 확보했다. SK에코플랜트는 SK그룹 내에서 건설사업과 친환경사업을 도맡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억 톤가량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인수합병 따른 재무구조 점검 필요…건설사 IPO 악연 끊을까
SK에코플랜트는 기업 가치를 10조 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안재현 전 SK에코플랜트 사장은 지난해 5월 회사 기업공개를 공식화하면서 “성장을 가속화하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상장을 준비하겠다. 기업가치는 10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상장 예정 시점인 2023년 세전영업이익(EBITDA) 8500억 원으로 가정하고 업계 평균 ‘세전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 배수(EV/EBITDA)’로 11~12배를 곱해 산출한 값이다.
하지만 현재 실적이 뒷받침하지 못한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지난해 6조 173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9% 감소했고. 세전영업이익은 2089억 원으로 전년 대비 34% 줄었다. 2019년 창사 이래 최대규모인 4676억 원을 달성한 뒤 2020년 3147억 원, 2089억 원으로 세전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기업 가치를 추산한 세전영업이익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재무건전성도 크게 악화된 상태다. 공격적 인수합병에 따른 차입금 증가로 최근 몇 년째 부채비율이 크게 늘었다.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2019년 2053억 원에서 2020년 1조 1271억 원, 2021년 2조 602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부채비율은 연결 기준 420.9%로 2019년 대비 143%p가량 증가했다. 부채 비율은 자산 대비 부채 비율로 외부 자본 의존도를 보여준다.
성태경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SK에코플랜트가 채산성 높은 환경사업 등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어 건설경기 변동에 따른 사업가변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투자 부담이 확대되며 차입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SK에코엔지니어링 지분 등 투자자산 매각을 통해 약 90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으나, 투자 규모가 커서 재무구조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2023년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투자규모에 상응하는 자본확충을 통해 재무구조 악화 수준을 통제할 수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SK에코플랜트가 건설사의 기업공개 악연을 끊을지도 관심사다. 지난 1월 시공능력 6위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증권시장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앞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역대 최저 수준인 100 대 1가량을 기록한 바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을 고려해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지난달 기업공개를 위한 주관사단을 선정해 빠르면 내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제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기업가치 역시 이 과정에서 자본시장의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며 “환경 기업 인수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차입금이 크게 늘었는데 향후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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