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가상자산 시장이 공포로 들썩인다. 대장주 격인 비트코인이 장기간에 걸쳐 하락하다 11일에는 3만 달러대가 깨진 가운데, 유명 국산 스테이블 코인·메타버스 관련 코인 등이 폭락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지하’까지 떨어진 와중에 한국지사 청산 사실 드러나
현재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는 ‘루나’와 스테이블 코인(가격이 법정화폐 가치에 고정된 코인) ‘UST(테라)’의 가격 붕괴다. 루나와 UST는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가 테라 생태계에서 개발한 코인으로, 둘 다 전체 코인 중 시가총액 10위 안에 포함될 만큼 규모가 커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스테이블 코인 UST는 미국 달러와 1 대 1로 가치가 연동(페깅)된다. 루나는 UST가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가격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하는 코인이다. UST 가격이 1달러에서 움직이면 알고리즘에 따라 루나를 소각하거나 발행해 UST 가치를 1달러로 유지하는 식이다.
하지만 지난 7일 오후 UST 가격이 1달러보다 내려가는 ‘디페깅’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UST는 코인마켓캡 기준 11일 오후 4시 50분경 0.3달러까지 하락했다가 12일 오후 10시 0.6달러로 올랐지만, 이튿날 다시 0.3달러로 돌아섰다. 5일 넘게 고정 가격 1달러를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UST가 장기간 1달러를 밑돌자 가치 안정화 코인인 루나까지 악영향을 받았다. 패닉셀(공포로 인한 매도)이 늘어난 것도 문제였다. 루나 가격은 7일 10% 이상 떨어진 것을 기점으로 걷잡을 수 없이 내려갔다. 7일 10만 원대였던 루나 가격은 11일 4000원대로 주저앉았다. 위험한 속도로 가격이 하락하자 빗썸·코빗·코인원 등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11일 루나를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UST와 루나의 대폭락에 투자자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자 권도형 대표는 진화에 나섰다. 권 대표는 11일 트위터를 통해 “테라 생태계에 더 많은 외부 자본을 가져오고, UST 공급 과잉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옵션을 탐색하겠다”며 “UST를 재구축하면서 담보를 두는 쪽으로 메커니즘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권 대표의 달래기도 소용없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루나 가격은 12일 98%까지 내려가 오후 7시 이후로는 100원대조차 유지하지 못했다. 13일 오전 9시 13분 기준 루나 가격은 3.5원으로, 증감률은 무려 –99.7%를 기록한 상태다. 투자자들은 “이것저것 해봤지만 어떻게 해도 손해다” “정말 상장 폐지하나” “루나는 반등할 수 없다” “그만 내려갈 줄 알았는데 바닥 밑에 지하가 있다”며 공포의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편 테라 폭락으로 논란이 이는 와중에 테라폼랩스가 한국지사(테라폼랩스코리아)를 지난 4월 30일 청산한 사실까지 드러나며 혼란을 더했다. 테라폼랩스는 티몬 창업자 신현성 대표와 미국 실리콘밸리 엔지니어 출신 권도형 대표가 2018년 공동으로 창업한 회사다.
두 대표가 한국인이라 루나 등은 국산 코인을 뜻하는 ‘김치 코인’으로 불렸지만, 테라폼랩스의 본점은 싱가포르에 있다. 한국지사인 테라폼랩스코리아는 부산 중앙동에 본점, 서울 성수동에 지점을 두었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테라폼랩스코리아는 본점과 지점 모두 지난 4월 30일 주주총회 결의에 의해 해산했다. 청산인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로 5월 6일 청산 등기를 마쳤다. 이에 불안을 느낀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사업 운영 재개 여부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테라폼랩스코리아가 해산하기 전 게임사와 공동 프로젝트를 하는 등 활발히 활동했다는 사실에도 눈길이 쏠린다. 지난해 11월 테라폼랩스코리아는 게임빌컴투스플랫폼(현 컴투스플랫폼)과 컴투스 자체 가상자산 ‘C2X’ 발행 및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MOU에 관해 올 초 송재준 컴투스 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개발팀이 한국에 있어 기술협력이 수월하다”고 언급했다. 테라폼랩스의 국내 운영을 장점으로 짚었는데, 제휴 6개월 만에 한국지사가 사라진 셈이다. 컴투스홀딩스 측은 “협약을 바탕으로 테라폼랩스가 플랫폼 구축에 관한 자문 역할을 계속해온 것으로 안다. 최근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업계 “크게 걱정할 일 아냐, 투자처로 인정받게 된 점은 긍정적”
문제는 이번 사태가 비트코인의 장기적인 하락에서 비롯된 데다, 투자자의 불신 등으로 다른 코인까지 악영향을 받아 가상자산 시장이 본격적인 겨울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비트코인 시세는 지난해 11월 6만 달러대(8000만 원대) 고점을 찍은 이후 줄곧 하락세였다. 11일에는 2만 달러대(3800만 원)로 꺾였다.
또 다른 국산 코인도 위기다.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의 기축통화이자 NFT 관련 코인 클레이튼(KLAY)의 시세도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클레이튼 가격은 코인마켓캡에서 지난해 10월 2000원대에서 이달 12일 자정 기준 460원대로 내려앉았다. 굵직한 NFT 프로젝트가 클레이튼 플랫폼에서 속속 떠나며 하락세가 빨라졌다. 이에 클레이튼 투자자의 불만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블록체인 업계에선 이번 사태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이 얼어붙겠지만, 한편으론 기회일 수 있다는 해석을 냈다. 블록체인 R&D 업체 관계자는 “스테이블 코인이라도 프로젝트마다 방식이 달라 테라와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루나가 워낙 시총이 컸기 때문에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다만 ‘크립토 겨울’은 전에도 발생한 적이 있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프로젝트마다 기술적으로 내실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탈중앙화 기술을 연구하는 블록체인 회사 오지스의 라경수 CCO는 “웹3.0 시대가 오고 블록체인 업계가 커지는 상황에서, 선두에 선 업체에 악재가 생겨서 안타깝다”면서도 “현재 가상자산 시장이 위태로운 데엔 크립토를 향한 불신뿐만 아니라 금리 인상·인플레이션 등 외부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가상자산 시장이 증시처럼 투자처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일견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
상상인서 신안으로 주인 바뀐 포스링크, 이번엔 다를 줄 알았는데…
·
낡은 집 때문에 기초수급 제외, 창신동 모자 비극으로 본 주택공시제 맹점
·
늘어나는 원화 가상자산거래소, 제도권 편입 요원한 까닭
·
빗썸 대기업집단 지정 가능성으로 본 '이정훈 리스크' 실체
·
게임사 앞다퉈 도입하겠다는 '웹3.0' 실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