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구글이 개발자 컨퍼런스 ‘구글I/O 2022’를 개최했다. 이 이벤트는 팬데믹의 영향으로 2020년, 2021년에 이어 올해도 온라인으로만 개최됐다. 그러나 순다 피차이 구글CEO는 코로나19가 주춤해지는 분위기를 반영한 듯 최근 구글I/O의 무대였던 쇼라인앰피시어터에서 키노트를 열었다.
큰 공연장의 관객석은 구글 직원들이 자리를 채우긴 했지만 내년 이벤트는 다시 전 세계 개발자들을 불러 모을 것이라는 기대를 주기에는 충분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인공지능을 통한 진화
구글의 목표는 여전히 구글을 통해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구글은 지난 몇 년 동안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제품들을 고도화했다. 이번에 구글이 꺼내 놓은 새 기술 몇 가지를 살펴보자
먼저 구글 번역은 24개의 새 언어를 번역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 됐다. 구글은 언어의 장벽을 없애고 각자가 가장 편한 언어로 소통하는 것을 목표로 해 왔다. 구글의 언어 업데이트는 일상적인 일이지만 이번에는 인도, 아프리카, 남미의 소수 언어들에 집중됐다. 구글은 의미 해석 등을 위해 영어를 거치는 방법을 주로 썼는데, 단일 언어를 직접 학습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대신 이용해 해당 언어를 직접 익히도록 했다. 소수 민족들도 세상의 모든 언어로 소통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구글의 지도는 단순히 위치를 알려주는 수준을 넘어 섰다. 이번에는 AI 기술을 반영해 특정 도시의 정보를 더 고도화한다. 3D와 몰입형 콘텐트로 도시를 볼 수 있어서 현재 날씨가 지도 위에 반영되기도 하고, 밤낮의 풍경도 미리 살펴볼 수 있다. 음식점의 정보도 실제 내부에서 보는 것처럼 살필 수 있다. 이는 별도의 데이터 수집이 아니라 이용자들이 올려둔, 이미 확보된 데이터를 AI로 분석해서 모델링하는 것이다.
앞으로 특정 기기에서는 ‘헤이 구글’이라는 콜사인을 외치지 않아도 바로 구글 어시스턴트와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눈을 마주치는 것처럼 기기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면 곧바로 알아듣는 것이다. 이는 거리, 머리 방향, 시선 등을 비롯해 100여가지 조건을 통해서 말 하려는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인터넷과 세상의 연결
언뜻 보면 새롭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구글은 자연스럽게 기존 서비스의 경험을 인공지능을 통해 끌어올리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 사이에 인공지능 기술은 더 적은 학습량으로도 많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게 발전했고, 이 서비스들이 작동하는 기기들 역시 인공지능을 더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기술적인 채비가 마련됐다.
구글의 기술적인 방향성은 결국 이 기술들을 통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세상으로 연결되는 데 있다. 이번에 공개된 멀티 서치는 말 그대로 여러가지 정보를 복합적으로 검색하는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검색을 단어나 자연어 문장을 넘어 퀴즈처럼 막연한 정보들을 쏟아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음성 검색도 그 중 하나다. 구글은 이미지와 단어를 함께 검색해서 옷의 사진을 찍고, 다른 색깔을 말해서 해당 옷을 찾아 구매할 수 있도록 연결하기도 하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진열대를 훑어서 진열대 위에 놓인 모든 상품의 정보, 평가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재미있는 것은 음식 정보인데, ‘잡채’가 주인공이 됐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최근 한국 문화를 접하기 시작한 이들에게는 전혀 이름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사진을 찍으면 간단히 이 음식이 잡채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변 정보를 함께 검색해서 잡채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과 가격, 평가를 한번에 볼 수 있다. 사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검색의 흐름이지만 이제까지 우리가 여러 단계를 거치던 것을 자연스럽게 통합하는 과정이다.
#모든 것은 보안에서 시작
하지만 그만큼 보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구글은 더 안전한 구글 환경을 위해 ‘프로텍티드 컴퓨팅’이라는 개념을 발표한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 딥 리서치, 인공지능, 하드웨어, 클라우드 등을 복합적으로 이용해 더 안전한 컴퓨팅을 하는 것이다. 결국 이용자의 정보를 모으지 않고, 식별하지 않고, 접근에 제한을 두는 것이다. 간단한 예로, 픽셀 스마트폰이 사람의 눈을 인식해서 잠이 들거나, 다른 일을 하느라 스마트폰을 더 이상 보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화면을 잠그는 식이다.
구글은 검색 결과나 이용자 정보를 광고에 활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해 왔는데, 이번에는 ‘내 광고 센터(My Ad center)’를 만들어 광고에 대한 선택권을 제공한다. 앱 사용을 통해 수집되는 정보가 광고에 반영되는 비율이나 원치 않는 카테고리의 광고를 이용자가 직접 조정할 수 있다.
또한 내 정보가 인터넷에 떠도는 것을 막기 위해 간단한 옵션 선택으로 은행 계좌, 신용카드 번호, 전화번호, 주소, 이메일 등의 정보가 구글 검색에서 가려질 수 있도록 한다. 기기에서 웹사이트에 계정과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안전하게 로그인할 수 있는 인증 기술과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결제에 실제 신용카드 대신 일회성 가상 카드 번호를 이용하는 기능도 소개됐다.
#픽셀, 픽셀, 픽셀… 구글의 하드웨어
구글은 안드로이드와 새로운 스마트 기기도 소개했다. 구글은 새로운 스마트폰인 ‘픽셀 6a’를 출시한다. 6.1인치 디스플레이에 픽셀 6의 주요 기능들을 그대로 품고 있지만 값을 449달러로 내린 제품이다. 그 동안 픽셀의 ‘a’ 시리즈는 프로세서를 낮추고,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플래그십 픽셀의 기능을 구현해 왔는데, 픽셀 6a는 구글이 직접 개발한 ‘구글 텐서’ 프로세서를 그대로 이용한다. 화면 크기와 카메라, 약간의 디자인 차이를 제외하고 성능부터 기능적인 요소들은 모두 픽셀 6, 픽셀 6 프로와 같다.
거의 반 값에 같은 성능의 칩을 쓰는 것은 반도체를 직접 운영하면서 생긴 전략이다. 하지만 아직 칩을 세분화하는 것보다 하나의 칩을 함께 쓰는 것이 개발에 대한 부담도 덜고, 칩과 픽셀 브랜드를 알리기에도 좋다는 속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문의 픽셀 워치도 공개됐다. 구글이 직접 만든 웨어OS 기반 스마트워치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함께 개발한 새 웨어OS를 바탕으로 핏빗의 헬스케어 기능들을 품는다. 매끄러운 원형 디자인에 디지털 크라운이 들어간 것도 인상적이다.
구글은 픽셀 태블릿도 공개했다. 큰 기기에 대한 수요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에 반응한 행보다. 접는 스마트폰에 대한 소문들도 있었지만 구글은 당장 가장 현실적인 태블릿을 선택했다. 구글은 특히 하드웨어에 매우 적극적이었는데, 안드로이드의 개방형 생태계 뿐 아니라 보안이나 연결성을 확보하고, 새로운 기능을 하드웨어부터 자유롭게 넣으려는 ‘메이드 바이 픽셀’의 정책을 다양한 기기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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