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패션기업 한섬을 창업한 정재봉 사우스케이프 회장이 제주도에 복합쇼핑몰을 조성하고자 회사를 설립했지만 10년째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때 제주도지사 후보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진 이 사업은 2016년 부지 매입을 마지막으로 멈춰 선 것으로 보인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정재봉 사우스케이프 회장은 2012년 8월 제주도 제주시에 제주밀레니엄스퀘어(옛 참좋은제주아울렛개발)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 목적 사업은 패션유통물류업과 부동산개발·분양업, 사업시설 유지관리 서비스업, 상업시설개발 및 상가신축 판매업, 부동산 컨설팅 및 부동산 매매업, 복합쇼핑몰개발 및 운영업, 주차장 운영업, 일반창고업 등이다. 설립 당시 사명을 미뤄 주된 사업 목적은 대형 아웃렛 단지와 같은 복합쇼핑몰 조성으로 보인다.
제주밀레니엄스퀘어의 최대주주는 정재봉 사우스케이프 회장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 지분 56%를 보유했다. 정 회장과 정 회장 아들인 정형진 사우스케이프 사장, 딸 정수진 씨가 각각 이 회사의 감사, 대표이사,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정재봉 회장 일가 외에 오병호 전 한섬피앤디 사내근로복지기금 대표이사도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제주밀레니엄스퀘어는 현재 제주 애월읍에 상당한 면적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설립 직후인 2012년 10월부터 제주 애월읍 광령리 일대 임야와 목장용지 최소 4만 244㎡를 개인에게서 사들였다. 하지만 2016년부터 현재까지 114억 원 상당의 건설 용지를 사업화를 진행하지 못한 채 ‘재고자산’으로 잡고 있다.
제주도 대형 아웃렛 설립 소식은 요원하다. 10일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따르면 제주밀레니엄스퀘어는 현재 도내에 대규모점포를 등록하지 않았다. 비즈한국이 확인한 제주시 광령리 토지 10개 필지(4만 244㎡)에서도 아직 개발행위나 건축 인허가 신청은 접수되지는 않은 상태다. 현재 제주도에서 운영 중인 아웃렛은 신세계 계열사 신세계사이먼이 2020년 11월 등록한 서귀포시 ‘제주 프리미엄 전문점’이 유일하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매장면적 3000㎡ 이상인 대규모점포를 개설할 때는 영업 시작 전에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해야 한다.
제주밀레니엄스퀘어는 설립 이후 영업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0원, 영업손실 2394만 원, 순손실 5억 5928만 원을 기록했다. 제주밀레니엄스퀘어는 감사보고서가 공시되기 시작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째 순손실을 내고 있다. 그간 누적된 순손실은 62억 원 수준. 회사가 매출을 일으킨 해는 2017(500만 원)년과 2018년(1400만 원)뿐이다. 장부상으로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적자가 계속되면서 회사는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자본잠식은 회사 전체 자본이 납입자본금보다 적은 상태를 말한다. 회사가 영업활동이나 재무활동으로 발생한 이익잉여금은 물론 주주들이 투자한 돈까지 까먹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제주밀레니엄스퀘어 자본은 9억 500만 원으로 설립 당시 납입된 자본금 75억 원의 12% 수준까지 줄었다. 앞서 회사는 2017년 10월 사우스케이프 등 관계회사를 상대로 총 113억 1400만 원 규모 전환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유치했다.
한편 제주밀레니엄스퀘어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제주도지사 후보들 간에서 격론이 벌어지며 주목받기도 했다.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원희룡 예비후보 측 강전애 대변인은 경쟁상대인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를 두고 “문 후보가 2013년 취업해 연봉 5000만원 수준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부동산 개발회사는 2009년부터 애월읍 광령리 일대에서 토지매입을 추진하며 프리미엄 쇼핑아웃렛을 포함한 ‘제주밀레니엄스퀘어’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문 후보의 2012년 2월 당시 언론에 발표된 프리미엄 쇼핑아웃렛 찬성 입장은 이때 이미 이 회사와 긴밀한 관계였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대림 캠프 홍진혁 대변인 역시 “문 후보가 쇼핑아웃렛 인허가 도우미 역할을 했다는 논평에 대해선 당시 쇼핑아웃렛과 관련해 허가나 승인 행위 자체가 없었는데 인허가 과정에 개입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제주 사회에서 허위 사실로 여론을 왜곡하고 도민들을 현혹하는 행위를 근절키 위한 차원에서 법적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반박했다.
비즈한국은 제주밀레니엄스퀘어 사업 계획을 묻고자 사우스스케이프 측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차형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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