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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 "지옥문 열렸다"…배민 도입한 '클릭당 과금' 뭐길래

네이버·카카오 효자 상품 벤치마킹…오픈리스트·깃발 꽂기에 이어 자영업자들 광고비 출혈경쟁 우려

2022.05.11(Wed) 09:29:45

[비즈한국] 코로나19 장기화에 호황을 누렸던 배달 시장이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로 새 국면을 맞았다. 배달앱 업계는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는 데 이어 신규 광고 모델을 도입하며 배달 수요 감소에 대한 방어에 나섰다. 최근 배달의민족(배민)은 네이버 ‘파워링크’로 대표되던 CPC(Cost per Click·클릭당 과금) 광고 상품을 업계 처음으로 도입했다. 실제 주문 여부와 관계없이 이용자가 광고를 클릭하기만 하면 광고비가 적용되는 탓에 입점 업체들의 ‘출혈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달의민족이 새로운 광고 서비스를 도입한다. 우리가게클릭을 이용하는 입점 업체는 검색화면에서 두 번째와 네 번째 항목으로 노출된다. 사진=배달의민족 앱 캡처


배민은 4월 28일 ‘우리가게클릭’ 2주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정률제 광고 ‘오픈리스트’와 일명 ‘깃발 꽂기’라고 불리는 정액제 ‘울트라콜’ 외에 새롭게 클릭당 과금 방식을 추가한 것이다. 우리가게클릭은 이용자가 가게를 클릭할 경우 음식점을 운영하는 점주가 사전에 설정한 예산 내에서 광고 금액이 건별로 차감되는 형태다. 예산은 월 최소 5만 원 최대 300만 원까지로, 점주는 건당 200원부터 600원까지 과금 단위도 선택한다. 업주가 예산 20만 원에 200원 단위를 선택할 경우 1000회의 광고가 제공되는 셈법이다. 1000회의 클릭을 소진하면 노출이 중단된다.

 

이 광고는 ‘오픈리스트’의 부가서비스 격이다. 현재는 오픈리스트 광고 상품을 이용하는 입점 업체에 한해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사전 신청한 가게는 음식 카테고리 상단에 위치한 오픈리스트 목록 중에서도 제일 위에 오르고, 메인과 검색 화면 등에도 추가로 노출된다. 배민 관계자는 “오픈리스트 광고 상품을 이용하는 업체 중에서 추가적인 노출을 원하는 경우 가입할 수 있다. 울트라콜과 오픈리스트는 노출되는 지면이 정해져 있는 반면, 우리가게클릭은 오픈리스트 지면 중에서도 최상단에 걸리거나 검색 결과에도 반영된다”고 말했다.


#포털 대표 광고 비즈니스 따라하기

 

배민이 포털의 주된 수입원 중 하나인 CPC를 도입한 배경에는 배달 수요 정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 종식을 의미하는 엔데믹이 도래하면서 ‘​집콕’​·‘​비대면’​ 문화의 수혜를 입고 활황기를 겪은 배달앱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4월 18~24일 배민·요기요·쿠팡이츠의 총 이용자 수(안드로이드·iOS 합산)는 5047만 5131명으로 전월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같은 기간 평균 이용자 수는 전월 대비 △배민 9% △요기요 16% △쿠팡이츠 18% 줄었다. 지난 2년간(2020년 3월~2022년 3월) 배민의 플랫폼 이용자 수가 61% 늘었던 것에 비하면 부정적인 수치다. 지난해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별도기준 매출이 두 배로 성장해 2조 원을 돌파했지만 외주용역비 부담이 커지면서 영업이익은 82% 급감했다. 업계가 그동안 운영해온 단건 배달 프로모션을 ​올초 종료하고 요금 체계를 개편한 것도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는 시각이 나온다.

 

그렇다면 왜 CPC일까. CPC는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포털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대표적인 광고 비즈니스 중 하나다. ‘렌트카’, ‘제주 렌트’, ‘저렴한 렌트카’ 등 관련 키워드를 검색한 이용자가 배너 광고에 걸린 렌터카 업체 링크를 클릭하면 광고비가 부과되는 개념이다. 네이버는 통합검색 화면 상단에 ‘파워링크’라는 이름으로 광고주의 각종 상품을 광고한다. 네이버로서는 단순 노출 수나 주문 체결 수가 아닌 이용자가 광고를 누른 횟수만큼 매출이 창출되는 구조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 경쟁이 워낙 심하고 수익성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입점 업주든 앱 이용자든 타깃과 서비스 카테고리를 최대한 세분화해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전략의 일환”이라며 “최상단 프리미엄 광고 고객에게 좀 더 과금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광고 비즈니스다. 업계의 이 같은 추세는 계속해서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도 “이용자나 업주들도 배달료 부담을 체감하고 있는 만큼 배달 수요가 올라가는 것에 한계가 생길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효과를 거둔 기존 서비스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 조금씩 변형된 방식을 시도하면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영업자 광고비 부담 가중

 

CPC 광고는 배달업계에는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수익 모델이지만, 이미 배달 수수료와 깃발 꽂기 등으로 부담감을 떠안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부당 과잉 경쟁에 대한 우려다. 

  

식당 업주가 배민에 입점해 배달 주문을 받으려면 매출의 6.8%를 중개이용료로 지불하는 오픈리스트나 월 8만 8000원을 내면 원하는 지역에 깃발을 꽂아 가게를 노출하는 울트라콜을 이용해야 한다. 기존 서비스 외 추가 유료 광고인 데다 주문 체결과는 관계없이 광고 횟수가 소진되고, 광고비 액수에 따라 노출되는 위치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광고비 경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곧 일반 배달을 넘어 단건 배달 영역에도 CPC 광고가 발을 뻗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배민은 ‘배민사장님광장’ 공지사항을 통해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1’ 서비스를 이용하는 업주도 우리가게클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약관을 개정했다고 알렸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업주 입장에서는 이미 치열한 경쟁을 하는 와중에 더 많은 노출이 필요한 상황이 닥친 것”이라며 “결국 배달 음식의 비용이 올라가고 업체 사이에 양극화를 낳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사업이 정착한 후 비용 부담은 다시 앱 이용자나 업주가 떠안는 과정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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